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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운영자 2010.10.26 11:58:32
조회 340 추천 0 댓글 2

    유학중인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기러기아빠가 생겼다. 나도 한 때 캐나다고교에 다니는 아들을 패고 싶었다. 그 순간 아들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었다. 과거의 내 아이가 아닌 다른 회로가 입력된 새로운 인간이었다. 그 문화충격에 난 아찔했다. 이유를 알아보았다. 

    백인교사는 폭력은 악이라고 했다. 학교와 사회가 서로 그물망 같이 폭력을 감시하고 신고해서 안전을 지키자고 가르쳤다. 그들에게 사랑의 매는 없다. 선생은 아빠라도 폭력을 쓰면 신고해서 바른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아이들을 세뇌시켰다. 

    어릴 때 보내는 조기유학은 정말 무섭다. 우리의 아이들은 연어 모양 바다에 나갔다가 저절로 잘 자라 고향을 찾는 본능이 없다. 외국이란 바다 속에서 상어 밥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고 심성은 황폐화 되고 마약에 젖으면 결국 그 사회의 악성문화에 먹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들이 하니까 아이를 아무나라에나 그냥 내동댕이치는 부모들이 보인다. 막연한 기대로 자식을 잡는 행위다. 나는 아들이 선진 문화 속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깊은 의미를 가지고 사는 인간이 되기를 원했다. 

    영어를 배우게 하고 출세를 위해 보낸 게 아니었다. 그 댓가는  참 컸다. 밤에 돌아와 빈 방의 전등 스위치를 킬 때면 하얗게 빛바랜 방은 슬픔이었다. 떠들던 아들목소리가 허공에 맴돌았다. 어쩌다 아들을 보러 가면 그 문화에 적응한 아들에게 길거리의 친구들이 더 소중했다. 내가 가르치지 못한 효도를 아들에게 알려주기에 너무 늦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아들의 인식에 아버지는 불필요한 인간이었다. 아들이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지 않는 아버지였다. 문제가 생겨도 아들보다도 해결능력이 없는 아버지였다. 힘이 없는 아버지의 남은 자리는 공허했다. 돈이 아버지의 유일한 남은 기능이었다. 커가면서 아들은 돈이 더 필요하고 아버지인 나는 늙어가면서 점점 더 벌이가 어려워졌다. 조기유학은 알맹이는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얻는 부분도 있었다. 

    모처럼 아들에게 가서 밥을 먹을 때였다. 고양이가 상위로 튀어 올랐다. 나는 무심코 고양이를 쫓았다. 그 순간 아들의 눈에 불이 튀었다. 외로운 아들과 함께한 고양이는 아버지 보다 소중한 가족이었다. 애완동물 다음순서인 서러움에 돌아오면서 울었었다.  아들의 입장도 들어보았다. 외국기숙사에서 아퍼도 굶어도 혼자였다. 한번은 다리가 찢어져 병원에 갔었다고 했다. 몇 시간을  혼자서 치료를 기다렸다. 의사 누구 하나 눈길을 돌리지 않고 옆에 엄마아빠도 없었다. 영어로 의사표시도 불가능했다. 결국 혼자 돌아왔다고 했다. 아들은 그게 유학생이라고 정의했다. 

    정작 필요할 때 아빠 엄마가 없는 삶. 아들의 입장에서 어쩌다 온 아버지는 전혀 도움이 안됐다. 권위적으로 가르치려고만 했다. 공부가 다였다. 돈 댄다고 생색내고 말 안 들으면  매를 들었다. 결국 기러기 아빠와 자식간에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각자 외로운 처지가 됐다.


    내가 뭘 가르치려고 하면 가식이라고 비난했다. 위선이라고 반발을 하면서 논리적으로 납득시키라고 요구한다. 내 자식만은 하는 마음들이 조기유학을 경솔히 결정한다. 경험자로서 그 마음들을 바꾸고 싶다. 청소부시인이 있다. 안경알을 갈던 스피노자는 위대한 철학자였다. 진리 자체였던 예수도 목수였다. 정작 중요한 건 삶의 가치관이다. 무슨 일이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평생 전념하는 게 성공이고 출세라고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게 가정해체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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