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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을려고 보니까 다리가 없어요

운영자 2010.10.13 15:16:55
조회 291 추천 2 댓글 2

   남의 차를 몰고 가다가 길가에 있던 포장마차와 부딪치는 바람에 체포된 청년이 있었다.  구치소에서 만났던 그는 범죄사실을 전부 시인했다.  또 열두번의 절도전과가 있다고 자백했다.  소년원에서 소매치기기술을 배워 그것으로 그동안 밥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억울한 점은 없어요?”

   내가 물었다.  조금이라도 형이 깍일 자료를 찾는게 변호사의 임무다.


  “자동차 훔치려다가 다리가 잘려나갔어요.  만져보시죠.”

   나는 그의 잉크빛 수감자바지를 만져보았다.  차고 딱딱한 금속성의 촉감이 전해져 왔다.  의족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됐죠?”

   내가 놀라서 물었다.


  “그날은 쉬는날이라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어요.  정신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내가 자동차도둑놈이라지만 솔직히 기억도 안나요.  병원으로 실려가서 다리가 잘려나갔는데도 몰랐어요.  다음날 다리가 없는줄도 모르고 가려운 것 같아서 긁기도 하고 걸으려고도 했거든요--흑--”

   억울한지 그가 흐느꼈다.  그가 지난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일찍죽고 어머니는 도망갔다.  그는 범죄에 물들면서 잡초처럼 자랐다.  도둑질은 생업이었고 감옥생활은 연례행사였다.  그러나 오년전 그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생전처음 자기를 사랑해주는 여인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포크레인기술을 배워 공사장을 누볐다.  시내버스 운전사가 되어 열심히 땀흘렸다.  자신이 생겼다.  이제는 누구도 그에게 손가락질을 못할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안개같은 어렴풋한 기억속에 그날밤 시동이 켜진 남의 차가 떠올랐다.  그 다음은 모르겠다.  마음속에서 빠져나갔던 악마가 그의 참된 생활을 보고 동료 일곱을 데리고 다시 그에게 들어왔나 보다.


  “이제 처에게 제가 도둑놈이었다는게 들통났어요.  또 다리병신이 됐구요.  앞으로는 징역도 살아야 하는데 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행복을 찾아가도록 놔줘야 하겠지요?”

   그의 애절한 물음이었다.  그가 덧붙였다.


  “집사람은  지금 식당일로 과로하고 있어요.  내가 벌어 먹이지 않으면 쓰러질텐데----나 때문에---고생만 하고---”

   그의 얼굴에 가슴저린 회한이 떠올랐다.  여러사람이 불행해 지는 순간에야 ‘아 나는 행복했었구나’ 라고 느낀다.  그러나 인생은 아무때나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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