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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정부

운영자 2010.10.22 10:23:25
조회 270 추천 0 댓글 1

    12년 전 일이었다. 광고피디 박기영씨는 독특한 아이디어맨 이었다. 찝차로 인기스타 안성기가 판문점을 넘어 평양거리에서 핸드폰을 하는 광고장면을 계획했다. 그는 자료를 구하기 위해 중국을 드나들다가 사기도 많이 당했다. 

    어느 날 그는 친하게 다가오는 옆집 남자가 북한을 잘 아는 특수부대의 제대장교라는 걸 알았다. 옆집남자는 자기를 광고회사의 직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가 전무로 입사했다. 그 후 막혔던 일이 잘 풀려갔다. 북한에서의 독점 광고 촬영권을 따냈다. 

    당시 그는 하루아침에 로또 복권에 당첨된 셈이다. 재벌기업들이 튀는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몰려들었다.  그는 돈을 끌어대 북한에 거액을 먼저 송금했다. 그리고  본격 촬영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정보기관의 고위층이 대북공작파일을 유출시켰다. 내용은 광고회사의 전무로 위장한 공작원이 북한에서 남한의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를 파악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정권이 바뀌자 일신의 안전을 위해 일급비밀을 폭로한 것이다. 

    정치적 폭풍이 불었다. 공작원인 흑금성이라는 인물은 바로 옆집 남자였다. 졸지에 빈털터리에 빚만 진 박기영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북한당국도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화만 냈다. 몇 년 소송을 해도 증거가 없었다. 정부측은 그런 공작은 없다고 했다. 담당변호사인 나는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불리던 공작원을 힘들게 만나 간곡히 사정했었다.


    “비밀공작원이 증인서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지만 저도 먼저 미안한 걸 아는 인간입니다. 저는 민간인에게 손해를 끼치고 모른 척 하는 정부가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정에 온 흑금성의 분노한 진술이었다. 대북 송금은 그 액수가 모호하고 증명도 곤란했다. 사법부는 대신 정신적 고통등 무형적 손해에 대해 6억5천만원을 정부가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내렸다.


    “증거를 다 움켜쥐고 이길려고만 하는 정부가 비겁하죠.”

    재판장의 분노에 찬 말이었다. 형식적인 법논리 보다 판사의 용기가 정의를 이룬다. 법치주의는 조문에 있지않고 인간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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