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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둑의 참회록

운영자 2010.10.13 15:25:26
조회 310 추천 0 댓글 1

    몇년전이었다. 오십대 말의 S라는 소매치기의 변론을 맡았었다.범죄로 잔뼈가 굵어온 그는 전과 10범에 징역생활만 23년이었다. 이제는 몸도 늙고 손도 무디어져서 그 세계에서 은퇴를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다시 여자 손지갑을 털다가 잡혔다.훔친 물건은 전화카드 한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용서되기 힘들었다. 전과때문이었다. 자칫하면 감옥안에서 환갑을 넘기게 되었다. 구치소를 찾아간 나에게 그는 탄식같이 이렇게 내뱉었다.

    “이놈의 버릇은 죽기 전엔 못고칩니다. 마음으로는 ‘범죄에서 깨끗이 손씻었어’해도 틈만 보이면 어느새 손은 남의 양복 주머니 속을 헤집는 경우가 있어요. 마음따로 손따로죠. 이놈의 손모가지를 도끼로 쌍둥 짜르기 전에는 나는 못고쳐요”

    그는 법정에서도 똑같이 말했다. 황혼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한심했던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지혜로운 판사는 과감히 그를 석방했다. 그는 지금 가구사의 경비원으로 성실하게 살고 있다. 그의 말과는 달리 그 버릇을 말끔히 고치고서. 자신을 직시하는 순간 그는 범죄라는 질병을 고친 것이다. 최근 참회하는 도둑을 또 한명 봤다. 여주경찰서에 있던 쌀도둑이었다. 서글서글한 눈에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시골길을 가다가 포개져 있는 쌀가마나 널어 말리는 빨간고추만 보면 들고 간다는 것이었다. 그가 자라난 환경은 이랬다. 그는 일흔네살의 거지 아버지 손에서 컸다. 아버지는 아침이면 자루를 들고 이웃마을로 구걸을 갔다. 저녁노을이 질때면 그는 종종 마을 어귀까지 마중을 갔다. 어떤날은 동냥자루에 보리쌀이 두되정도 차 있기도 했다. 운수좋은 날이었다.

    “아버지 많이 얻었네. 고마와요-----”

    그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아버지의 찢어진 고무신 속에서 진종일 다니느라 부르튼 발가락들을 볼때면 콧날이 시큰했다. 그는 언젠가 광에 곡식을 가득 채운 부자가 되고 싶었다.
 

    “저는 없이 살았기 때문에 어떤 경우도 견딜수 있어요. 그런데도 자꾸 도둑질을 했어요. 문제는 욕심이죠.”

    그의 얼굴에서 참회의 빛이 우러나왔다. 그가 덧붙였다.


    “저는 또 이중인격자예요. 앞에서는 좋은사람이고 뒤에서는 범죄꾼이거든요. 아마 죽을때도 올바로 죽지 못할 거예요.”

    그는 그래도 양심이 아파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짓고도 전혀 마음에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아파할 양심이 없다. 그렇게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 그것은 이미 깊은 질병이다. 그 질병을 고치는 약이 도덕성회복이요 신앙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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