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갑자기 스쳐간 고통의 메세지

운영자 2010.11.12 17:37:51
조회 295 추천 0 댓글 0

  일주일 전 오후였다. 상담 중에 갑자기 오른쪽 아랫배가 쿡쿡 쑤셨다. 나도 모르게 손을 배에 대고 참았다. 통증이 강해졌다. 엘리베이터 까지 손님을 배웅하고 간신히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창자를 잡아 뜯는 통증이 왔다. 건강하던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나는 허리를 굽힌 채 의자 밑으로 떨어졌다. 바닥에서 버둥거렸다. 창자 전체를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었다. 문득 사십대 후반의 남자가 직장에서 쓰러져 죽는 광경이 뇌리에 엄습했다.


  ‘그게 단순한 남의 일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죽을 수도 있었어.’

  겁이 났다. 너무 아팠다. 몸부림치면서 신음하면서도 문밖의 사람을 부를 기운조차 없었다. 진땀을 흘리면서 양손을 마주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생명 줄을 끊어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고통만은 면하게 해주십시요.’ 


  어느새 사무실 직원들이 알고 뛰어다니면서 구급차를 부른다고 설쳤다. 병원으로 연락했는데 갑자기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고통이 사라졌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순간적인 고통은 기억에서 그 존재조차 잊어버렸다.


  며칠이 흘렀다. 출근 중에 갑자기 복통이 왔다. 요전처럼 잠시 스쳐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았다. 그러나 고통이 강해졌다.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응급실로 실려 갔다. 고통 속에서 나는 없었다. 배가 찢어지는 고통 그 자체였다. 몇 시간 후 나는 입원실로 실려 올라갔다.


  검사를 한 의사는 신장 밑의 요관에 쌀 알 만한 돌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듣기로는 흔한 병이었다. 맥주 마시고 뛰면 낫는다는 병이었다. 그러나 고통은 그게 아니었다.


  “여자 환자보고 애날 때 하고 이 병의 고통하고 어떤 게 더 아프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이 병이 훨씬 더 아프다고 그러더군요-----”

  담당의사의 말이었다.


  하얀 침대 위에서 나는 창 너머의 파란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얀 구름이 떠가는 중이었다. 주사를 꽂은 링거 병에서는 한 방울씩 투명한 액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보다도 덫에 걸린 짐승보다도 더 낭패하고 죽는 게 인간이라고 했다. 갸날픈 생명줄만 끊기면 이순간이라도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가에 물새 발자국이라도 남겨보려고 허망한 일에 분주했었다. 내 몸도 내 것이 아니었는데 내 소유로 생각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적은 재물도 자식도 내 것이라고 여겼었다. 그랬다. 갑자기 찾아온 고통의 불에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찌꺼기들이 타버리는 느낌이었다.


  쇄석기로 요관 속의 돌을 부수는 치료가 병행됐다.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의사가, 기계가, 밤새워 간호하는 아내가 감사했다. 이틀 만에 나는 퇴원했다. 아직도 아래가 묵직하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찬송가를 틀어놓고 기도를 했다.


  ‘주님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갈망하던 내일입니다. 오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마시는 공기같이 주위 사람들의 고마움을 몰랐습니다. 이제 다시 그걸 알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삶은 즐겁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그러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표현할 수조차 없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28 법정 곰팡이 없애기 [1] 운영자 10.11.30 234 0
327 악마를 보았다 운영자 10.11.30 401 1
326 빨간 줄 간 호적이 무서워 운영자 10.11.25 423 0
325 엉터리 미륵선사 - 2 운영자 10.11.25 223 0
324 엉터리 미륵선사 - 1 운영자 10.11.25 276 0
323 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7 운영자 10.11.23 251 0
322 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6 운영자 10.11.23 196 0
321 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5 운영자 10.11.19 224 0
320 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4 운영자 10.11.19 202 0
319 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3 운영자 10.11.19 252 0
318 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2 운영자 10.11.19 245 0
317 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1 운영자 10.11.19 337 0
316 어느 건달의 후회 - 2 [1] 운영자 10.11.19 483 0
315 어느 건달의 후회 - 1 운영자 10.11.19 529 0
311 저희 같은 사람 말도 믿어주나요? 운영자 10.11.19 247 0
310 소 명 운영자 10.11.12 285 0
갑자기 스쳐간 고통의 메세지 운영자 10.11.12 295 0
308 절망, 그 죽음에 이르는 병을 딛고 3 [2] 운영자 10.11.09 462 0
307 절망, 그 죽음에 이르는 병을 딛고 2 운영자 10.11.09 376 0
306 절망, 그 죽음에 이르는 병을 딛고 1 [1] 운영자 10.11.09 471 0
305 특권계급의 울타리인 비자금 운영자 10.11.09 314 0
304 젊은 날의 초상 5 [3] 운영자 10.11.02 589 0
303 젊은 날의 초상 4 운영자 10.11.02 541 0
302 젊은 날의 초상 3 운영자 10.11.02 950 0
301 젊은 날의 초상 2 운영자 10.11.02 420 0
300 젊은 날의 초상 1 [1] 운영자 10.11.02 543 0
299 어느 조폭두목의 변호사 얘기 [1] 운영자 10.11.02 677 1
298 도둑결혼 2 운영자 10.10.28 353 1
297 도둑결혼 1 운영자 10.10.28 382 0
296 마음속에 박힌 가시 운영자 10.10.28 255 0
295 69년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30년후 운영자 10.10.28 292 0
294 조기유학 [2] 운영자 10.10.26 341 0
293 도청에 관한 시론 운영자 10.10.26 176 0
292 용서 운영자 10.10.26 162 0
291 수감자의 생활을 보고 [3] 운영자 10.10.22 533 0
290 비겁한 정부 [1] 운영자 10.10.22 269 0
289 변호사와 돈 [2] 운영자 10.10.22 401 1
288 모략 [1] 운영자 10.10.19 301 0
287 감독의 딸 운영자 10.10.19 260 0
286 감옥생활 운영자 10.10.19 285 0
285 두 도둑의 참회록 [1] 운영자 10.10.13 310 0
284 긁을려고 보니까 다리가 없어요 [2] 운영자 10.10.13 290 2
283 이태리경찰과 영사 [1] 운영자 10.10.13 289 0
282 이기주의 - 곳곳에 박힌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자 [2] 운영자 10.10.13 240 0
281 법원에 바란다 [1] 운영자 10.10.13 263 0
280 변호사들이 만드는 또 다른 장르의 작품 운영자 10.10.13 193 1
279 이동숙씨의 글을 읽고 운영자 10.10.11 321 0
278 사법 서비스의 질 [4] 운영자 10.10.11 448 0
277 검사의 자질 운영자 10.10.11 542 1
276 자본주의 받치는 법치주의 [1] 운영자 10.10.11 22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