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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조정사의 승리

운영자 2010.09.28 14:43:41
조회 324 추천 0 댓글 0


    여군 피우진 중령은 유방암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퇴역처분을 받았다. 군인사법은 신체일부가 없으면 나가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많은 예산과 세월을 키운 중견장교이기도 했다. 천 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진 헬기조종사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다행히 그녀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했다. 

    똑같은 법규정이 어떻게 친정인 군과 제삼자인 법원이 그렇게 달랐을까. 형식적인 법해석의 뒤에는 개인의 권리보다는 책임회피가 먼저인 사회적 둔감성이 도사리고 있다. 수많은 억울한 사정들이 과거의 깊은 바다 속으로 그냥 흘러가 버린다. 현장을 오래 뛴 변호사로서의 생생한 경험이다. 정권이 바뀌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쫓겨나는 걸 봤었다. 국가 정보원이 그 예였다. 행정소송을 걸어도 거의 다 기각 당했다. 다른 부처의 경우도 소송에서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작은 행정법규 위반도 국민이 이기기는 정말 쉽지 않다. 

    얼마 전 구청을 폭파하겠다는 괴 전화로 경찰이 출동하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잡힌 범인은 자기 집에 옥탑 방을 하나 만든 시민이었다. 돈을 냈는데도 매년 구청에서 이행강제금이 나오는데 분노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해프닝 같이 보이지만 변호사로서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자기 땅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용적율의 범위 내에서 옥상에 방을 들인 사람들이 많다. 법이 허용한 범위 내라면 조금 짓던 많이 짓던 그건 개인의 자유다. 동사무소에 전화로 신고를 한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서류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매년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구청도 있었다. 

    법원역시 그냥 돈을 내라고 판결했다. 당하는 사람들은 구청을 폭파라도 하고 싶을 것 같았다. 법의 본질까지 종합해서 합리적인 해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한 여군중령의 승소판결이 토픽이 되어 언론에 박스기사로까지 나온 의미는
현실의 그런 우울한 배경들 때문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경험해 보면 법원은 행정부의 손을 많이 들어준다. 행정편의에 맞추어 법이 마련되고 권력과 정책을 더 보호해주는 게 공익이라는 관념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현실의 공무원들의 시야는 법의 본질을 볼 정도로 깊지도 넓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합법과 공익을 위한다고 하지만 졸렬하고 답답할 때가 많다. 법원역시 형식적인 법조문에 얽매일 때가 많다. 

    요즈음 관청의 민원실을 구경하면 놀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호텔로비같이 깨끗한 근무환경에 정말 친절하다. 일도 신속하게 해 준다. 느려터진 외국의 어떤 기관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한꺼풀 까면 속은 다르다. 사용하고 있는 법규정은 이미 오래전에 창고 속에 들어가 폐기되어야 낡은 것들도 있다. 그런 법을 해석하는 공무원들의 사고방식도 구태 의연한 경우가 많다. 기계적인 법규정에만 고정되어 현실을 보지 않는다.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안전과 상부의 감사를 더 의식하기도 한다. 

    사실 현실을 세밀하게 잘 반영한 법 하나는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사회간접시설 못지않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교통법규 하나 잘 만들면 엄청난 낭비를 막을 수도 있다. 첨단 반도체만 개발할 게 아니라 법도 잘 개발해 내야 한다. 임기 내내 화장실법 하나만 가지고 매달리는 의원도 봤다. 또 자전거법 하나만 완성하고 끝내겠다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작아 보이지만 큰일을 하는 좋은 입법자의 모습이다. 그런데서 명품인 법이 나올 수 있다. 다음으로  법의 해석에도 영혼이 있어야 한다. 법은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다루는 것이다. 힘든 사정을 이해해주는 그런 배려가  법해석에 따라야 한다. 그건 뇌물을 받고 왜곡시키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법은 서로서로 더 잘살기 위해 조정을 하는 거지 누굴 누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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