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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환자

운영자 2010.09.28 14:48:38
조회 311 추천 1 댓글 0


    증권에 온 국민이 열광하는 느낌이다. 지방도시의 한 허름한 밥집에서였다. 옆자리의 영감님들의 화제는 증권투자였다. 돈의 단위도 억이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것 같았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증권에 매달려 있는 걸 본다. 파출부를 나가는 한 아줌마는 돈까지 꿔서 증권투자를 한다고 했다. 지난달 몇 백 만원을 벌어서 아이 컴퓨터를 사줬다고 자랑했다. 노동은 관심 밖이었다. 증권보다 더 화끈한 걸 찾는 사람도 봤다. 다단계 판매였다. 

    피해자라는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났었다. 이백 만원을 내면 그만큼 물건도 주고 나중에 돈까지 삼백만원 지급한다고 업체에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억원을 내면 그만큼 상품을 받고 나중에 돈까지 삼억원을 받는 것이다. 그런 장사가 없었다. 모두들  카드빚에 사채까지 동원했다. 계란노점상을 한다는 아주머니는 사억원을 투자했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렇게 약속을 해 준 회장님을 믿었다고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그들에게 회장님은 신 아니면 사기꾼의 운명이었다. 내남없이 일확천금의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 그런데 그 끝은 무섭다. 주식투자를 하다 돈을 날린 젊은이가 부모를 보험에 가입시키고 살해했다. 누나들까지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막내인 그를 가장 사랑한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는 네 번이나 칼이 쑤셔 박혀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다단계업체에 돈을 집어놓고 생각대로 돈이 나오지 않자 빚에 시달려 자살한 사람들도 속출 했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것 같이 꿈꾸던 사람들이 그걸 깨는 순간 또 다른 악몽들을 꾸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피해의식이다. 그게 사회적 폭행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채를 놓았다 돈을 받지 못한 한 여자가 있었다.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했다. 그 여자는 모든 원인이 변호사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시달리던 변호사가 쓰러져 죽었다. 그 여자는 변호사의 자식을 상대로 소송을 계속했다. 그녀의 담당 변호사가 이제 그만 두라고 권유하자 상대방과 무슨 흑막이 있다고 그 여자는 의심했다. 집단적으로 고소인이 되어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군중심리 속에서 논리와 정의는 증발되고 욕심과 그걸 포장하기 위한 피해자라는 이름만 존재했다. 서슴지 않고 남들을 고소하고 본다. 형사고소는 돈도 들지 않는다.  밧줄을 뱀으로 착각하고 있는 그들에게 진실이 들어가 머무를 자리는 전혀 없다. 사람들은 위증과 무고도 서슴지 않는다. 단체로 고소하면 국가기관도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있으랴 하고 배짱이다. 판사도 자기들 뜻대로 판결을 해 주지 않으면 적이다. 법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못쓴다고 타이르는 판사를 본 적이 있었다. 머리에 띠를 두른 고소인 대표자는 우리는 그런 법 소용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걸 봤다. 의뢰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이 있었다. 변호사인 내가 상대방의 간첩노릇을 했다는 죄명이었다. 사무장도 법원의 서기도 모두 공범으로 고소됐다. 모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검사는 다음이 자기차례 라고 했다. 그들은 방송국도 찾아갔다. 담당 피디와 진행자는 다음번은 자기들 차례 같다고 두려워했다. 

    이런 게 일선에서 마주치는 법치주의의 현실이기도 하다. 극단적 이기주의와 망상이라는 유령이 이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자기의 불행을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돈을 얻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훔치든가, 얻든가, 자기가 벌든가다. 몽테뉴의 말이다. 그는 돈은 땀을 흘려서 벌어야한다고 했다. 내남없이 우리는 병자일 수 있다. 헛된 꿈을 버리고 자기의 짧은 다리지만 한걸음씩 자기 길을 걸어 나가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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