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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악선생의 감옥여행 2

운영자 2010.10.04 17:24:55
조회 324 추천 0 댓글 0

2.

  합의가 급했다. 누구보다 안타까운 건 그의 누나였다. 누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부터 그렇게 착하던 동생이었다. 중학교 2학년부터는 음악밖에 몰랐다. 입시준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도 명문음대에 들어가 4학년 동안 장학생이었다. 동생은 연습실에서 묵으며 새벽이면 음대 앞마당을 깨끗이 청소해 놓기도 했다. 교수들의 사랑이 지극했다. 누나는 화가 나 있는 올케에게 합의 보러 가자고 하기가 미안했다. 누나는 피해자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천만 원을 준비할 수 있어? 그 정도면 용서는 못해도 합의는 해줄 수 있지.”

  그 여자가 말했다. 누나는 자가용 운전기사의 아내였다. 벅찬 액수였다. 그러나 동생의 앞길을 생각하면 비싼 이잣 돈이라도 얻어야 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합의 해주세요.”

  누나는 울면서 간청했다.

  “우리도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네들 합의해도 빨리나올 생각은 하지 말아.”

 

  그 여자가 인심 쓰듯 말했다.

  잠시 후 그들은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 사무장 앞에 앉았다.


“고종사촌 오빠예요”


 그 여자는 변호사사무장에게 눈짓을 하면서 소개했다. 누나는 주눅이 든 채 사무장을 보았다. 삼십대 중반쯤 되 보였다.

  “당신 동생이 지은 죄가 어떤 건지나 알아? 우선 500만원에 형사만 합의해줄게 민사는 별도로 나중에 2천만 원이야.”

  사무장이 반말로 내뱉었다.


  “남편이 운전수인데 너무 벅찹니다. 조금만 봐주십시오. 동생이 미쳐서 그런 짓을 한 거 같습니다.”

  누나는 애걸복걸했다. 사무장의 눈에서 회심의 빛이 흘러나왔다. 그가 피해자라는 여자에게 눈짓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전세방이라도 있을 거 아니야! 그거라도 빼서 용서해 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쉽게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되지. 조금만 더 쓰지.”


  느글느글한 협박이었다. 그가 은근한 어조로 덧붙였다.


“괘씸한 것으로 봐서는 더 받아야겠지만 2천만 원만 내면 합의서가 아니라 처벌불원서까지 만들어줄게. 그게 효과가 직방이야.”

  누나는 어깨가 축 처진 채 집으로 돌아왔다. 능력 밖의 거액이었다. 그 무렵 누나는 변호사인 내게 와서 그 사정들을 털어놓았다. 성실한 그 남편과 시골에서 함께 지냈던 인연이었다. 나는 일단 합의를 보류시켰다. 재판날짜가 하루 앞으로 닥쳤다. 사무장이 누나에게 이런 협박전화를 했다.


  “변호사를 사서 빼내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는 안 되지 이 여자야! 아직 너희들이 뜨거운 맛을 덜 봤어. 변호사도 꼼짝 못하게 뜨거운 맛을 한 번 보여줄 테니까 기다려 봐.”


 재판에 맞추어 진정서 한 장이 법원에 도달했다. 양가죽을 쓴 그런 늑대를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선량한 피해자라는 측면이 구구절절이 강조되었다. 합의를 하지 않은데 대한 처절한 보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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