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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악선생의 감옥여행 3

운영자 2010.10.04 17:29:07
조회 434 추천 1 댓글 4

3.

  재판이 열렸다. 방청석에서 아내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그는 한마디 변명도 하지 못했다.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재판장님 좀 이상한 면이 있습니다.”

  심리도중 내가 말했다. 재판장이 내게 신중한 시선을 던졌다. 내가 말을 계속했다.


 “제가 주위의 여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한두 번 쯤은 다 그런 전화를 받아 봤다는 겁니다. 보통의 여자들은 열명 중 아홉 명은 음란전화를 받으면 말없이 끊어버립니다. 대꾸하면 상대방을 자극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유독 이 사건의 피해자는 욕을 하면서 ‘시간 남으면 잠이나 자’라고 했어요. 진정서에서 그렇게 착한 처녀가 말이죠. 게다가 친구까지 바꾸어 주기도 했어요. 물론 그럴듯한 변명이 또 있겠지만 말입니다.” 


 방청석에서 술렁임이 있었다. 재판장과 배석판사가 묵묵히 듣고 있었다. 내가 계속했다.


“피고인은 어리석게도 자기 전화를 사용했어요. 초등학생이라도 공중전화를 쓰지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반면에 피해자라는 여자의 행동을 보십시요. 즉각 발신자추적을 했어요. 피고인이 전화를 할 때마다 그 여자의 핸드폰에는 피고인의 번호가 찍혀 나왔지요. 그녀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보고 오히려 상황을 즐긴 면이 있습니다. 이렇다면 과연 누가 누구를 희롱했는지 의문입니다. 전화장난에 그만큼 감옥에서 고생했으면 이제 용서받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나는 그 외에도 녹음기록에서 그 여자의 거친 대꾸가 삭제 된 것을 지적했다. 소설 광염소나타에서 같은 예술가의 현실일탈을 부각시켰다. 동시에 얄팍한 법 지식을 악용해 돈을 갈취하려는 사무장을 질타했다. 그에게 배당금이 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저녁 구치소 폭력 방. 그도 언어 성폭행이라고 그 방 소속이었다. 미결수들이 결과를 점치고 있었다. 장난전화가 많아져 정책적으로 실형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합의될 때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게 압도적 추세였다. 초조하게 그들의 말을 들으며 그는 누나가 원망스러웠다. 전세 보증금이라도 빼서 합의하면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잘 시간이 됐다. 그는 바닥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새우같이 몸을 구부렸다.

덧없는 하루가 또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때 담당교도관이 문 앞으로 다가왔다.

  “김덕음! 짐 싸들고 나와”

  “왜요?”

  그가 깜짝 놀라 물었다. 짐 싸서 방을 옮길 이유가 없었다.

  “판사가 내보내래. 직권 보석이야.”

  “뭐---뭐요? 그럴 리가 없는데----”

  방에 있던 사람들의 탄성 속에서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법의 운영에도 이런 묘미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게 진짜 정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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