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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승리

운영자 2024.03.04 10:17:53
조회 150 추천 2 댓글 0

기독교 교단의 최고성직자의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다. 정치판과 비슷하게 종교계도 지도자의 스캔들을 만들어 진흙탕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예수는 반역죄로 억울하게 고소당하고 십자가를 졌다. 부처는 여성과의 스캔들이 있는 것처럼 모함을 당했지만 침묵했다. 지금 세상은 침묵하면 긍정이 되는 면이 있다. 교단의 대표인 회장목사는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인 진술에 변호사로서 입회했다. 조사가 끝난 후 회장 목사가 말했다.

“사무실까지 차로 모셔다 드릴테니 타시죠.”

그를 수행하는 비서 목사가 두 명 있었다. 회장목사 승용차의 운전석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탔다.

차가 신설동 로터리 부근을 지날 때 회장목사가 말했다.

“우리 교단의 교인이 수백만입니다. 교단은 여러 대형교회가 있습니다. 엄 변호사가 나와 인연을 맺으면 소송사건을 맡는데 여러 가지로 괜찮을 겁니다.”

내게 호의를 베푸는 말이었다. 차가 어느새 서울역에 도착했다. 회장 목사가 차에서 내리면서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황 목사, 엄 변호사를 서초동까지 모셔다드려”

“예, 알겠습니다.”

기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차는 다시 출발해 반포대교 쪽으로 가고 있었다. 회장이나 비서나 운전기사나 온통 목사였다.

“목사님 맞으세요?”

내가 운전대를 잡고있는 그에게 물었다.

“예”

그가 미소를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 시골 농부같은 투박한 인상이었다.


“어떻게 목사가 되셨어요?”

내가 물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학교 다니면서 구두닦이 아이스케키장사등 안해본 게 없어요. 고등학교 때 주님께 모든 걸 바치기로 했죠. 그렇게 목사가 됐죠. 강원도 깊은 산골에 가서 교회를 개척하고 어느 정도 되면 다시 다른 곳에 가서 교회를 세우면서 떠돌아다녔어요. 개척한 교회에 계속 있으면 자기가 주인 같은 소유욕이 생기거든요. 교회는 주님의 것인데 말이예요. 지금은 서울 변두리에 교인 몇명 안되는 교회를 하는데 재정이 영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단에 와서 총회장 목사의 기사가 되어 약간의 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빠르네요. 어느새 목사가 된지 오십년이 넘어갑니다.”

“교단의 총회장 목사님은 어떤 분입니까?”

같은 목사라도 둘 사이에 신분의 차이가 큰 것 같았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지만 대단한 분이죠. 미국의 명문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몇개 받으셨어요. 그리고 수많은 신도를 거느리는 대형교회의 목사시구요. 게다가 젊은 나이에 교단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총회장으로 당선되셨죠.”

“같은 목사인데 부럽지 않으십니까?”

“이 운전기사 자리를 얻은 것만 해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목사가 남의 경제적 도움을 바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작지만 양식을 벌어들일 기술이 있어요.

저는 이 세상에서 어떤 지위에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세에서 성공으로 보이는 게 믿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예수는 저세상을 알려 주셨죠. 이 세상에서 우리는 나그네나 외국인 같은 존재입니다. 사도바울은 말했습니다. 피곤에 지치고 고통에 시달려 잠 못 이루는 밤을 수없이 지냈다고 말입니다. 주리고 목말랐고 먹을 것 없이 지낸 날이 많았다고요. 몸에 걸칠 옷이 없어서 추위에 떨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자랑할 게 있다면 약한 걸 자랑하겠다고 했죠. 사도바울은 세상에서 성공한 건 아니지만 믿음에서 승리했죠. 저에게도 성경이 있고 기도의 힘이 있습니다. 청하려면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느새 차는 서초동 로타리에서 좌회전해서 나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걸으면서 생각했다. 세상에서 돈을 많이 소유하게 되거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는 자리에 올라간 것을 성공이라고 한다. 그러면 같은 목사를 하면서 총회장목사의 운전기사를 하는 그는 실패한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사도 바울처럼 고생스럽게 살지만 믿음에서 인생에서 진정으로 승리한 것은 아닐까. 예수는 두 목사중 누구를 더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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