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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두 개의 세상

운영자 2008.11.13 15:32:44
조회 478 추천 0 댓글 2

제5장 - 공동체적 복지를 향한 구상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두 개의 세상

  2005년 늦가을 여의도에서 시내로 가기 위해 마포를 지날 때의 일입니다. 교통체증으로 차가 정지한 상태에서 맞은편 차선에 고장으로 멈추어 서 있는 낡은 타이탄 트럭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차는 야채나 과일 등을 골목골목 누비며 파는, 말하자면 행상 트럭 같았습니다.

  그런데 좁은 조수석에 운전수의 아내와 함께 아직은 어린 여자아이 둘이 같이 타고 있었습니다. ‘일하러 다니면서 왜 아이들을 힘들게 데리고 나왔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 뉴스에서 접한 참변이 떠올랐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일을 나가면서 어린아이들을 집에 가두고 갔는데, 그만 불이 나서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보도 말입니다.

  그 순간 나는 고장난 타이탄 행상 트럭이 저 가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좁은 조수석 공간에 지쳐 앉아 있는 저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보듬어 안을 수 없다면 언제든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으로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최근 한국사회의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은 ‘사회 양극화’일 것 입니다. 양극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회통계와 지표는 가계와 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상층과 하층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외환위기로 인해 대기업에서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가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해소해 가는 과정에서 격차가 점차 확대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그것이 남긴 양극화는 경제위기 때보다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양극화 현상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오늘날 한국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양극화는 그 강도와 범위가 매우 세고 넓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양극화의 심화는 한국사회를 점차 부자들의 세계와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로 양분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소득분배 구조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니계수는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과 실업 등으로 1999년 최고치인 0.32를 기록했고, 이후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0.31(2005년)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크게 높은 상태입니다. 소득수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1999년 5.49로 치솟은 후 감소하다가 2002년 5.18, 2003년 5.22, 2004년 5.41, 2005년 5.43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득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한국사회의 계층구조 역시 나빠지고 있습니다. 가구 중위소득의 50~150% 수준에 속하는 중산층의 비중이 감소하고 빈곤층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산층 감소분 중 일부는 상류층으로 상향 이동했지만 대다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하였습니다. 굳이 경제발전이 중산층을 성장시켜 민주주의의 기반을 강화한다는 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계층구조의 양극화는 사회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임에 분명합니다.

  그 동안 정부는 빈곤층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확대, 사회보험 확대, 일을 통한 빈곤 탈출 지원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노력해 왔습니다. 2004년 차상위층 의료급여, 사회적 일자리 확대 정책과 2005년 ‘희망한국 21: 함께하는 복지’ 대책을 통해 비수급 소득 빈곤층 축소, 차상위층에 대한 의료․주거․보육․교육․자활․고용 등 종합적인 빈곤 예방 전략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차상위층 이하 빈곤층 401만 명(인구 대비 8.4%) 중 34%만이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을 보면, 경제위기 이후 나타난 새로운 빈곤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미흡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단전․단수 가구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고 하겠습니다. 현재 많은 단전․단수 가구와 가스공급 중단 가구 중 7.5%만이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수급자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극빈층마저 복지의 사각지대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5년 7월에 뉴스를 통해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전기요금 연체로 전기가 끊어져 촛불을 켜고 생활하던 여중생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 그것입니다. 이후 제정된 에너지 기본법에서 보편적 에너지 공급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기는 했지만, 취약계층을 구석구석 돌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나는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에너지는 기본권이라는 인식 하에 정책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에너지 복지를 이루기 위한 정책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장애인, 상이유공자, 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가스요금 경감 및 기본요금 감면, 소형 임대아파트에 대한 지역난방 기본요금 전액 감면, 저소득층 가구 및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고효율 조명기기 무상 교체, 기초생활수급자의 LP가스 시설개선 지원, 취약계층 등에 대한 에너지 콜센터 운영, 동절기 기초생활수급자의 도시가스 공급중단 유예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2006년 12월에는 에너지 관련 기업이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저소득층 지원 및 에너지 복지사업을 총괄적으로 기획․시행하는 ‘한국에너지재단’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이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도 사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개별적․한시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단점을 극복하고, 에너지 복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편 취약계층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 그 분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에너지 복지정책을 점검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2006년 8월 강화도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서 60여 명의 장애인이 비닐하우스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판매하면서 자활의지를 키워 왔는데, 기름 값이 올라 이들의 생계 수단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자립을 이어 가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지열 시스템과 태양광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싼 기름 값 때문에 포기했던 농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으로도 성장의 그늘에 가려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서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을 공동체 안으로 통합하고 끌어안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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