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소명 4

  이 책에서 구체화한 비전과 정책 대안은 초선 의원 때부터 여러 학자들과 정기적으로 공부 모임을 계속해서 얻은 결과물입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공적인 문제에 대한 바른 인식과 접근이 무엇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연구한 것은 내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집권당 원내대표, 당의장 및 산업자원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축적된 경험 역시 내게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질 좋은 성장’의 비전은 이미 장관직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국정의 한 분야를 책임 맡아 이러한 비전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보다 풍부하고 현실적으로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고 튼튼한 시장경제에 기초를 둔 새로운 국가 발전모델을 구축해 보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치인은 학자나 연구자와 달리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목표를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현실화하고 이를 실현할 사회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정치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희망한국을 위한 학문적 지혜는 정치의 방법을 통해 실천 가능한 대안으로 전환되고 재조직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성적 논의를 통해 국민에게 제시하고 합리적으로 소통하면서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때, 그것은 정치적으로 강력한 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제시한 ‘질 좋은 성장’․‘공동체적 복지’․‘능력 있는 민주주의’ 개념에 바탕을 둔 새로운 발전모델 역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세력과 국민의 지지를 조직하지 못한다면 한낱 아이디어에 그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희망으로 이끌 대안적 발전모델은 정치적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나는 이러한 역사의 소명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가고자 합니다.

  사회는 어느 한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될 수 없습니다. 대안이 공동체 속에서 만들어지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지 속에서 실현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안은 정치인, 전문가, 지식인, 언론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답은 결코 우리 사회의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답은 민주주의의 실천을 통해 사회 내부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안은 무엇보다 우리 삶의 실제적 조건에 근거해서 검토되어야 하고, 한 사회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사회 구성원 다수의 거시적 판단과 지지를 통해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링컨이 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의 이상입니다. 정당을 통해 참여와 지지를 모으고,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의지를 결집해 내며, 이를 기반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원하는지 말해야 하고,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정치가는 이에 답해야 합니다. 그럴 때에만 무책임한 냉소의 시선은 거두어지고 오늘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이 하나로 모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의 역사가 우리 모두에게 부여한 소명입니다. 저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소명을 변함없이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현실은 어렵지만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과업은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줍니다. 헬렌 켈러는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을 열어 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미 열려 있는 희망의 문 앞에 당당히 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앞에 있는 과업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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