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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성자

운영자 2014.06.12 15:29:22
조회 949 추천 0 댓글 0

지하철 3호선 교대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 이상한 영감이 돌아다녔다. 성경구절을 쓴 종이를 모자위에 붙이고 가슴에 흉패같이 걸고 다녔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그는 맨발이었다. 움푹 패인 볼에 쑥 들어간 작은 눈이었다. 미치광이 같기도 하고 노숙자 같기도 했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그가 맨발의 천사로 알려진 최춘선 목사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그를 예수에 미치게 했는지 그 후 그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었다. 어느 날 사무실로 내가 잘 알고 지내는 백목사가 놀러왔다.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 평생을 지내온 목회자였다. 수화를 배워 그들의 통역이 되어주고 그들의 심부름꾼이 되어주었다. 일자리가 없는 장애인들은 더러 범죄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수가 많았다. 이십년 전부터 더러 그들의 변호를 부탁하러 와서 알게 됐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치매노인을 맡아 보살핀 적이 있어요. 목발에 맨발로 지하철역을 돌아다닌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나가지 못하시게 방문 밖에서 아예 자물쇠까지 걸어놨어요.”

“왜 맨발로 다닌다고 그래요?”

내가 호기심으로 물었다.

“성경의 이사야서를 보면 하나님이 이사야에게 3년간 맨몸과 맨발로 다니면서 말씀을 전하라고 한 게 있어요. 그걸 실천한다는 거죠. 그런데 하루는 그 노인이 나를 보고 ‘너도 목사고 나도 목사다. 그렇지만 사명은 각자가 다른데 이렇게 막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간절한 눈빛을 보니까 이건 치매노인이 아닌 거예요. 너무나 형형한 눈이었어요. 그래서 문을 열어드렸죠.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나가셨어요. 저도 몰랐는데 그 분이 최춘선 목사님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저도 인터넷에서 잠시 ‘맨발의 천사’에 대한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어떤 분이었어요?”

내가 물었다.

“최춘선 목사는 대지주의 아들이었대요. 그 아버지가 김포공항에서 부평까지의 땅의 상당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일제시대 동경유학시절 그 분은 함석헌 선생등과 함께 예수를 믿게 됐대요. 그리고 상해로 건너가서 김구주석을 모시며 독립운동을 했대요. 해방 후 돌아와서도 그 분은 북한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을 자기 땅에서 살게 했죠. 원미동등 부천의 네 개의 동네가 다 그가 소유하던 땅이었대요. 그 분은 고아원을 세웠는데 자식들도 아예 거기서 키웠대요. 그리고 나서 그는 나중에 맨발로 다니면서 전도를 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인 같은 성자들이 더러 있다. 전라남도 농촌에서 머슴을 살던 이세종씨는 젊은 시절 성경을 읽고 독실한 신자가 되어 일생을 성경속의 예수같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지리산 산자락을 하루 오십리 백리를 걸어 다니며 한명의 신자에게 전도를 한 목사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거지가 되어야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었다. 백목사가 말을 계속했다.

“노인을 그렇게 내보냈는데 얼마 있다가 경찰에서 변사자를 찾아가라고 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사고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 지하철역의 의자에서 잠자듯 조용히 천국으로 가신 거예요.”

성자가 이 세상에 와서 자기의 소명을 다하고 돌아간 것이다.

“그 분의 유품은 어떤 게 남았어요?”

내가 물었다.

“방에 가 보니까 기도하고 말씀을 받은 걸 달력을 찢어 써 놓은 게 가득하더라구요. 그리고 낡은 찬송가와 성경이었죠.” 

나는 유튜브를 뒤져 지하철역에 있는 그를 찍은 동영상을 꺼냈다. 그의 맨발이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키고 있었다. 거지성자는 인터넷의 바다에서 아직도 하늘의 말을 이렇게 전한다.

‘성령이 스승이 되어 참 도(道)를 가르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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