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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9)-오봇광야의 기도

운영자 2015.06.19 09:35:23
조회 1533 추천 0 댓글 0
오봇광야의 기도

  

  

뜨거운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짙은 썬팅을 한 유리창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기도 시간이 됐는지 아랍인들이 작은 양탄자를 길에 깔아놓고 엎드려 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요즈음 한국엔 가나안 족이라는 교인들이 있다죠? 얘기를 들었는데 어떤 겁니까?”

이목사가 그들을 보면서 물었다.

“가나안을 거꾸로 하면 ‘안나가’ 아닙니까?”

“그런가요? 여기서만 오래 살아서 모르는데 어떤 사람이 요즈음의 가나안족이죠?”

“대형교회에 재정비리사건이 터지고 세습한다고 싸우고, 횡령하고, 추문까지 들리고 그런 교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몇몇 교회를 바꿔 다니다 아예 교회에 나가지 않는 다는 겁니다. 그들을 ‘가나안족’이라고 부른다는 거죠. 구약속 히브리인들이 찾아 헤맨 약속의 땅 가나안이 아니라 ‘안나가’를 거꾸로 해서 가나안이죠. 목회사회학연구소가 가나안교인 316명을 설문조사하고 18명을 심층인터뷰해 보고서를 낸 걸 인용했더라구요.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그 이유는 다양했어요. 우선 목회자나 신자들의 모습에 대한실망이 컸어요. 감정에 호소해 엉엉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틀에 박힌 집회가 싫었다는 것도 있었고 시대착오적인 예화만 늘어놓는 설교가 견디기 어려웠다고도 해요. 돈 많이 번 교회 크고 화려한 교회가 다 좋은 거라면, 교회가 세상과 다른 게 뭔가, 나는 하나님을 믿지만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는 모두 잘못된 길이라고 강요하는 건 폭력이다라는 등 한때 뜨거웠던 교인들이 많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어요. 이들 가나안 교인을 교회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개인 신앙고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여전히 기독교인이라고 봅니다. 기존교회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드러내는 게 시대적 현상이라고 결론을 짓고 있었죠.”

미디언 광야의 세일 산지에서 38년간 맴돌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이 북상하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명령대로 호렙산에서 세일산을 지나 가데스바니아까지 열 하룻길을 걸어갔다. 이목사와 나는 기름을 가득채운 도요타 타코마찦을 타고 바로 그 길을 가고 있었다. 아카바 항구에서 아르바광야의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국경사이의 길로 들어섰다. 이스라엘 민족이 걸어갔던 사막길이 외줄기로 뻗어 있었다. 드문드문 싯딤나무가 단아한 자태로 광야에 홀로 서 있는 게 보였다. 에돔산지를 벗어나 사막도로를 한참이나 달린 차는 오봇광야 깊숙이 들어갔다.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 민족의 숙영지 중의 하나였다. 광야 깊숙이 들어가 차를 모래언덕 아래 세웠다. 물이 있는 곳이다. 베두인들이 모래둑을 사방에 쌓고 바닥과 둑에 비닐을 걸쳐놓았다. 작은 샘물에서 나오는 물들이 거기 에 찰랑찰랑 고여 있었다. 조그만 물이라도 그렇게 모아 사용하는 것이다. 드문드문 나무들이 보였다. 나무와 물이 있는 곳이 이스라엘 민족의 숙영지였다. 광야 바닥에 떨어진 마른 나뭇가지를 몇 개 주워다가 이목사가 불을 피웠다. 이어서 짐칸에서 주전자를 꺼내 물을 붓고 불붙은 나뭇가지 위에 놓았다. 검은 끄으름이 주전자에 가득 묻으면서 물이 끓기 시작했다. 이목사가 준비해온 컵라면의 뚜껑을 떼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말했다. 

“이스라엘 민족은 여기서 만나를 먹었지만 우리는 컵라면을 먹고 밤을 지내게 되네요.”

“만나는 못 먹어도 무교병은 가지고 왔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무교병이 있었군요 그것도 기념으로 먹어야죠.”

이목사가 옆에 있는 짐 속에서 암만의 길거리에서 사 둔 무교병을 꺼냈다. 올리브기름과 우슬초 가루도 옆에 있었다. 나는 땅거미가 지는 적막한 오봇 광야를 둘러보았다. 어둠이 내리면서 하늘에 떠있는 달이 창백할 만큼 밝게 부추고 있었다. 드문드문 서 있는 싯딤 나무의 가지들이 달빛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바닥에 그렸다. 오봇 광야에는 신비한 기운이 서려있는 것 같았다. 3천5백년 전 와글대던 이스라엘 민족의 소리들이 공기 중에 남아 아직도 떠도는 것 같았다. 낮에 태양열로 달구어진 모래 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왔다. 비쩍 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스름 속에서 혹시 먹을 게 없나 다가와 저만치 조용히 앉아 우리를 보고 있었다. 신명기속에서 그들 이스라엘 민족은 아직도 싸우고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싸움이 잦아서 모세가 재판을 해주기 바빴다. 재판이 밀리니까 나중에는 심급별로 하급재판장을 세우기도 했다. 어둠속에서 그들이 수런거리는 것 같았다. 

“이거 보세요”

이목사가 가방에서 자그마한 검은 비닐 수첩 하나를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표지에는 ‘순종일지’라고 작은 글씨가 인쇄되어 있었다. 

“저는 그때그때 마다 성령이 명령하시는 걸 일기처럼 이렇게 순종일지에 써 왔어요. 그 명령대로 이행하기도 하고 하지 못한 것도 있죠. 성령은 명령하지만 내 생각은 아닌 거예요. 그럴 때도 기록해 뒀어요. 순종의 효과와 불순종의 경우 나타난 결과를 순간순간 다 기록해 뒀죠.”

나는 그의 순종일지를 펼쳐 랜턴에 비추어 보고 있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성령이 어떻게 그에게 지시를 하는지 궁금했다.

“성령이 어떤 형태로 다가와 어떻게 지시합니까?”

내가 물었다. 성경속의 사도바울을 보면 가는 길도 하는 행동도 모두 성령의 지시에 따랐다. 바닷길에서 성령은 꿈에 나타나 앞으로 있을 일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런 신비주의적 요소에 의문을 품었었다. 그러나 성경의 상당부분은 그런 성령으로 움직이는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현실의 목사들은 성령을 강조하면 신사도운동이라고 해서 기피하는 경향이었다. 

“이십대 길을 가다가 그렇게 성령이 들어와서 저를 골목길에서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이 뒹굴게 했던 때도 있었고 목회를 할 때 양손을 펴들고 기도하면 권능이 내려와 내 몸에 임하는 걸 느낄 때도 있었어요. 또 기도할 때 짙은 감동으로 다가와 내게 메시지를 전하시죠. 그런 걸 기록해 둔 겁니다.”

그의 수첩을 보고나니까 그는 다른 세계에서 다른 소리를 듣고 그것에 끌려서 사는 사람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의 광야에 앉아 있으니까 벌레들이 발목을 무는 것 같았다. 

“여기 벌레들이 있나보죠?”

내가 물었다.

“그럼요. 전갈도 흔하고 여우도 있고 들개도 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아무 무기도 없는데 어떻게 하죠?”

내가 물었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하나님께 주변을 깨끗하게 하셔서 보호해 달라고 미리 기도로 단단히 부탁해 놨으니까요”

이목사의 대답이었다.

“기도로요?”

황당한 대답 같았다.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이왕내친 길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광신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목사님은 어떻게 기도해요?”

내가 물었다.

“제 경우는 나름대로 혼자 하는 기도방법을 많이 개발했어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기도하는 방법도 다른 것 같아요. 제 경우는 레슬링선수출신이고 음악을 한 사람입니다. 감성적이고 외향적이라고 할까요. 단순한 면이 있죠. 혼자 미친 듯이 부르짖는 경우가 많아요. ‘왕의기도’라는 것도 하고 ‘오병이어의 기도’도 합니다. 또 주의 기도를 하기도 하구요. 개발한 메뉴가 많습니다. 교회들도 막 떠들면서 시끌벅적한 교회도 있고 조용하게 명상하듯 하는 곳도 있죠. 어떤 방법으로든 하나님을 경회하고 찬송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소련에 선교사로 가서 모스크바대학에서 종교철학과에 적을 두었는데 그 때 수도원에 대해 논문을 썼어요. 중세 수도원에서는 수사들이 시편에 나와있는 150개의 성경속의 시들을 암송하면서 걷는 게 기도의 한 방법이더라구요. 기도의 효과가 좋다고 그래요. 제가 보기에 주님이 알려주신 ‘주의 기도’가 있잖아요? 그걸 계속 암송하는 것도 좋아요. 사실 그 안에 모든 게 압축되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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