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중심에는 도영이 있었다.
그는 리그를 지배했고, 마침내 MVP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을 2군 숙소 TV로 바라보던 현민은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떤 방망이를 가지고 있길래… 저렇게 잘할까?”
그건 단순한 장비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었다.
도영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경외였다.
2025년.
이번엔 반대였다.
현민이 리그를 뒤흔들었다.
골든글러브, 그리고 신인왕.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에 매달리던 도영은 TV 속 현민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방망이를 가지고 있길래… 저렇게 단단한 몸으로 KBO를 흔드는걸까?”
그 말 역시 야구만을 뜻하지 않았다.
서로의 친분은 없었지만 서로를 의식하던 시간.
그리고 2026년,
WBC 대표팀 소집.
처음 만난 날부터 둘은 이상할 만큼 잘 맞았다.
동갑이라는 사실이 어색함을 지웠고,
시선은 자주 마주쳤고,
말없이 웃는 순간이 많았다.
감독 류지현은 농담처럼 말했다.
“도영이랑 현민이는 항상 붙어다니는 것 같아. 스트레칭도, 식사도,샤워도, 잠도 같이 자고…심지어 소변을 눌때도 합체 오줌만을 고집한다면서?”
선수단은 웃어넘겼지만,
둘은 웃지 못했다.
그 말이 너무 정확했으니까.
어느날, 인터뷰에서 도영은 말했다.
“제가 출루하고, 현민이가 쳐서 홈으로 불러들이는 장면을 자주 상상합니다.”
기자는 야구적인 호흡이라 적었지만,
도영의 눈빛은 조금 달랐다.
둘의 이어진 호흡으로 마치 하나가 되는 상상.
끊어지지 않는 연결.
현민 역시 답했다.
“저도 같은 상상을 했습니다.”
그 역시 다른 의미를 숨겼다.
내가 뒤에서 방망이를 흔들면 도영이 쾌락의 웃음을 짓는 장면.
그 웃음을 상상하니 현민은 참을 수가 없어왔다.
일본 언론이 현민을 집중 조명하자, 그는 말했다.
“저보다 도영을 더 경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사는 겸손이라 썼지만,
사실은 단순했다.
아름다운 도영의 얼굴이 일본 언론에도 더 많이 비춰지길 바랐다.
그 꽃 같은 미소가 더 멀리 닿길…
오사카의 벗꽃을 닮은 그의 미소를 전세계 사람 모두가 알길…
어느 밤.
둘은 숙소를 빠져나와 복숭아 나무를 찾았다.
도원결의처럼, 둘의 관계를 정립하고 싶어서.
가로등 불빛 아래, 말없이 걷는 둘의 어깨가 몇 번이나 스쳤다.
일부러인지, 우연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그러나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계절도 맞지 않았고, 이곳은 일본의 겨울이었다.
“없네.”
결국 숙소로 돌아온 둘.
복도는 고요했고, 문을 닫자 세상과 단절된 듯 정적이 흘렀다.
잠시 마주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 대신 숨소리만 가까워졌다.
현민이 먼저 웃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도영의 허리를 스쳤다.
그렇게 천천히, 시선이 내려간다.
“복숭아는… 여기 있었네.”
툭.
가볍게, 그러나 망설임 없이.
도영의 양쪽 복숭아를 움켜잡았다.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손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단단한 탄력.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 그대로 전해졌다.
도영의 숨이 아주 미묘하게 멈췄다.
“야… 뭐 해.”
말은 타박이었지만, 목소리는 낮았다.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현민은 양손으로 복숭아를 더 강하게 움켜잡으며 말했다.
“우린 이제 하나야.”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태어난 날은 달라도… 죽는 날은 같을거라고.”
도영은 고개를 숙였다.
귀 끝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잠시 후, 고개를 들며 웃었다.
“그럼 책임져.”
짧은 한 마디.
그러나 그 말이 맺은 건 계약에 가까웠다.
현민의 손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천천히 복숭아를 눌렀다.
그렇게 그날 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누웠다.
다음 날.
둘은 유난히 몸에 딱 붙는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왔다.
허벅지와 힙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실루엣.
마치 일부러 맞춘 듯, 색감도 비슷했다.
라커룸에서 누군가가 툭 던졌다.
“뭐야, 둘이 커플템이냐?”
웃음이 번졌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둘의 하체로 흘렀다.
현민이 먼저 반응했다.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무슨 커플템이에요. 그냥 근육질 패션이지.”
가볍게 둘러댄 한 마디.
도영은 고개를 숙인 채 물을 마셨다.
하지만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전날 밤,
자신의 허리를 감싸던 손의 온기와
복숭아를 움켜쥐던 감각이
순간적으로 되살아났다.
‘패션’이라 말했다.
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그건 옷이 아니라 선언이었다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복숭아 나무는 끝내 찾지 못했지만,
그 밤 이후
둘은 이미
같은 색을 입은 존재가 되었다는 걸.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