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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눈을 떠보니 내가 히나 씨?! #6

ㅇㅇ(211.200) 2019.12.17 00:03:18
조회 1552 추천 36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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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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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1733

5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5178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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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에요, 히나 씨. 간밤에 별일 없었나요?」


사탕이나 꿀처럼 달콤한 그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늘 그랬듯이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럽다. 너무 좋아!


“어?”


설레는 마음을 한창 진정시키고 있는데, 문득 이질감이 들었다.


저 인사, 왠지 내가 그동안 해온 거 같은데…….


「히나 씨?」


“응?”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 아니, 뭔가 좀 이상해서.”


「이상하다니요?」


혼란스럽다. 머리가 아프다.


나 왜 이러지? 겪은 적 없는 일들이 진짜 기억처럼 머릿속을 유영하고 있다.


애써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만 가슴을 쿡쿡 건드린다.


‘물어 봐, 뭔가 이상하잖아!’라고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나, 어제 호다카랑 싸웠지?”


「네? 어……. 조금요.」


혹시나 해서 찔러봤는데 정말이었다. 그러자 혼란이 가중된다.


호다카랑 싸워?


맑음 소녀 일을 하면서 만났을 때도, 시간이 지나서 재회한 후로도 투닥거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만약 다툴 일이 있었다고 해도 내가 양보했을 것이다.


뭐지? 호다카가 바람이라도 폈나?


“앗!”


의문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다가 드디어 펑 하고 폭발했다.


“기, 기억났어!”


「네?」


“넌 호다카가 아니야! 그, 그러니까……!”


기세 좋게 몰아붙이다가 다시 말문이 막혔다. 기억 군데군데가 지우개로 지워진 느낌이다.


떠올려야 돼! 떠올려야 돼, 아마노 히나! 지금 저 녀석이 하는 말은 전부 거짓이야!


“아, 아무튼 나쁜 녀석!”


「이상한 오해를 하시네요. 저는 저예요, 모리시마 호다카.」


“아니야!”


내가 이를 악물고 부정하자 그제야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도 체념을 했는지,


「이틀이면 기억이 전부 지워질 줄 알았는데, 하루 더 기다려야 하는군요.」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이어 여유를 되찾고 말을 이어갔다.


「뭐, 어때요? 일이 재미있어지는군요. 조금씩 변해가는 당신을 감상하는 맛도 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니?”


「앞으로 하루. 오늘밤이 지나면 당신의 본래 인격은 흔적도 없이 소멸합니다. 마지막 순간을 즐기세요, 쿠후후.」


호다카는 기분 나쁜 조소를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


그러자 허망함과 불안함이 반반 섞인 감정이 내 마음을 차츰 물들여간다.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나, 아침댓바람부터 또 왜 그래?”


나기가 부스스한 머리와 반쯤 감긴 눈으로 흐느적대며 걸어왔다.


나는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나기에게 물었다.


“나기, 요즘 호다카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


“호다카?”


“응, 왠지 딴 사람 같지?”


나는 기대를 품고 나기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이상한 쪽은 누나 아니야?”


“뭐?”


뜻밖의 반응이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이틀 전에는 자기가 호다카라고 박박 우기다가 어제는 평생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무더기로 사오질 않나.”


“커피? 나는 살아생전 커피 한 잔도 마신 적 없는데?


“냉장고 열어 봐.”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냉장고 아래 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고카페인 음료들이 자리를 잔뜩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뒤통수가 얼얼하다.


“뭐, 뭐야, 이건?”


“누나가 사왔다니까?”


“아, 아니야, 그럴 리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냉장고 문을 닫았다.


나기도 참, 머리는 굵었는데 오히려 장난기가 심해졌네.





[19살 소녀입니다. 남자친구의 성격이 이상하게 변했어요. 어떻게 해야 되돌릴 수 있죠?]



「SNS에 묻지 마.」

「가슴 만지게 해줘.」

「섹스.」



성희롱에 가까운 포털 답변들을 보자 눈살이 찌푸려진다.


큰 기대는 안 걸었지만 역시나.


“……하여간 짓궂은 사람들.”


나는 허탈하게 폰을 끄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 센터.


다행히 국영 기관이라 그런지 토요일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타바타역 근방을 벗어나서 한참을 걸으니 드넓은 번화가가 드러난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나도 호다카랑 함께 있을 때마다 저랬는데, 이젠 어디서 안식을 찾아야 하지?


마음속에 새삼 먹구름이 드리워 한껏 우울해진다.


“어?”


그렇게 머리를 비우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곁을 지나가던 한 쌍의 커플이 나를 보고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두 분 모두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그 중에서도 남자 분은 눈에 익은 인상이다.


“너 혹시 그때 맑음 소녀?”


“네?”


삐죽한 갈색 머리와 호다카보다 큰 키.


나는 기억을 차근차근 더듬어보다가,


“아, 오봉 제사 때 날씨가 맑게 해달라고 부탁하신 할머니의 손자 분이시죠?”


“역시 맞네! 반가워.”


손자 분은 미소를 머금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분과 손을 맞잡고 가볍게 흔들다가 곁의 여자 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여자친구 분이세요?”


“집사람이야. 인사해, 미츠하. 얘는 4년 전의 그 맑음 소녀. TV로 봤지?”


그러자 그분도 빙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갈색 눈의 우아한 미인이시다.


나는 허리 숙여 인사를 하다가, 


“어, 잠깐만요.”


“응?”


뇌리를 스치는 기억 한 조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혹시 저희 만난 적 있지 않나요?”


“글쎄, 난 TV로밖에 못 봤는데.”


“아니에요, 딱 한 번 있어요.”


이 익숙한 느낌, 단순히 기시감은 아니다. 분명하다.


목소리, 눈빛, 말투, 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맞아요! 그때 그 반지!”


“에?”


“그때 신주쿠역 근처의 악세사리 가게에서 제가 반지 사려고 할 때 도와주신 직원 분이세요!”


그러자 미츠하 씨도 적잖이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몇 년 전에 거기서 일하긴 했었는데, 너한테 팔았던 적은 없어. 맑음 소녀라면 바로 알아봤을 텐데.”


“반지를 고르는데 세 시간이나 걸렸는데 기억 안 나세요? 그때 엄청 민폐 끼쳐서 내심 죄송했는데…….”


“세 시간?”


눈만 끔뻑이던 미츠하 씨는 그제야 뭔가를 떠올렸는지,


“아, 그런 손님이 있긴 했어. 그런데 걘 남자애였는데?”


“남자애요?”


“응, 자세한 인상은 기억 안 나지만 갈색 눈에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였던 거 같아.”


그러자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갈색 눈, 까무잡잡한 피부.


호다카잖아? 왜 호다카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 있는 거지?


“저……. 실례했습니다.”


나는 눈앞이 아찔해지고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다, 다음에 봬요!”


“얘, 왜 그러니?”


미츠하 씨의 당황한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발걸음을 돌려서 달리고 또 달렸다.


도쿄 번화가를 가득 채운 소음들이 나를 비켜가는 와중에도, 그 기억 속의 대화만은 또렷하게 내 귓가를 맴돌았다.



‘저기……. 이런 거 받으면 기쁠 거 같아요?’

‘네? 당신, 여기서 세 시간이나 고민했잖아요? 저라면 엄청 기쁠 거 같아요. 힘내세요.’



그때 나한테 힘을 불어넣어준 직원은 확실히 미츠하 씨.


하지만 그 건너편에서 서 있던 손님은 누구지? 내가 아니었어? 호다카의 생일을 맞이해서 고민 끝에 찾아갔는데.


그때는 늦여름이었다. 매일 같이 뉴스에서 ‘역대 8월 최다 강우량 기록’이라고 떠들어대던 것이 생생하다.


그런데 호다카의 생일은 7월 1일.


즉, 내가 반지를 사러 갔을 때는 이미 호다카의 생일을 훌쩍 넘긴 시점이다.


‘뭐야, 뭐야, 도대체 뭐야?’


사고회로가 실타래처럼 엉킨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기억들이 이물질처럼 느껴진다.


앞뒤가 안 맞는 구석이 너무나도 많다.


“헉, 헉, 헉!”


무작정 질주, 질주, 또 질주하던 나는 체력이 다해 몸을 숙이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이 기억 또한 익숙하다.


나츠미 씨의 스쿠터에서 내려서 철로를 거쳐 요요기의 폐건물로 달렸었지. 오직 호다카를 구하려고.


그때 호다카는 스스로 인간제물이 돼서 저세상으로 올라갔고, 나는 스가 씨의 도움으로 경찰을 따돌…….


‘잠깐, 맑음 소녀는 나인데?’


모순이 계속해서 꼬리를 문다. 이쯤 되자 더 이상 생각을 하기가 싫어졌다.


이젠 모르겠어, 다 필요 없어.


호다카를 만나고 싶어.


호다카만 만나면 모든 의문이 풀릴 것 같아.


호다카만 만나면…….


그런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고개를 든 내 시야에,


“호다카?”


그이의 모습이 비쳤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맑은 갈색 눈, 까무잡잡한 피부의 청년.


이미 내 마음의 반쪽을 앗아간 동반자이자 운명의 상대.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아침에 나눈 그 불길한 통화가 아직도 꺼림칙해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어, 신기하군요.”


호다카, 아니 호다카의 모습을 한 그 누군가는 펜스 너머의 물바다를 보다가 한 걸음씩 다가왔다.


“여긴 참 묘한 장소죠? 무의식적으로 걷다보면 항상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요.”


그 말을 듣자 새삼 주변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언덕길.


3년간의 공백을 한꺼번에 걷어내고 뻥 뚫린 가슴을 가득 채워준 운명의 장소.


하지만 한가로이 감상에 잠길 여유는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 뿌리를 박은 채 맞섰다.


“왜 내 머릿속에 호다카의 기억이 있는 거니? 설명해 봐! 발뺌해도 소용없어!”


“으흠.”


갑자기 그 사람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다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해드리죠. 어차피 여덟 시간이 지나면 전부 잊어버리실 테니, 반응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군요.”


“뭐?”


“당신은 아마노 히나가 아닙니다. 모리시마 호다카죠.”


그 사람은 태연한 목소리로 내 정체성을 뿌리째 흔드는 말을 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육체를 빌리고 있는 영령. 이제 곧 진짜 주인이 되겠지만요.”


“뭐?”


대뜸 들었다면 헛소리로 치부했겠지만, 이런저런 정황을 미루어 봤을 때 그냥 넘길 수가 없다.


내가 호다카?


아마노 히나가 아니라 호다카라고?


그럼 내리쬐는 빛줄기를 따라가다가 맑음 소녀가 되고, 나기와 좁은 원룸에서 힘든 시기를 보낸 생생한 기억들이 전부 거짓이야?


이 무수한 가짜 기억들 사이에 한 조각씩 끼워져 있는 이질적인 기억들이 오히려 진짜라는 뜻?


미츠하 씨에게 반지를 살 때나 철로 위를 달릴 때의 기억처럼?


“그럼 본래의 나…… 아니, 히나는 어디 있어?”


“이 세상 어딘가에 갇혀있을 겁니다. 그게 다른 사람의 육체일지, 동물일지, 물건일지는 저도 몰라요.”


“똑바로 말해!”


“정말 모른다니까요. 정 답답하면 스스로 찾아보시죠.”


영령은 뻔뻔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다가 설명을 이어갔다.


“몸을 빼앗긴 당신은 세 번 잠들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진짜 아마노 히나가 됩니다. 그런데 벌써 두 밤이 지났어요.”


“뭐? 두 밤? 그렇다면…….”


“오늘밤만 지나면 모든 일이 마무리돼요.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봐요, 히나 씨.”


영령은 내 눈을 마주보며 빙긋 웃었다. 사람의 미소가 이렇게 소름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마음속 갈라진 틈 사이로 절망이라는 감정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시, 싫어…….”


나는 무릎을 꿇고 영령의 발목을 붙잡았다.


“한 번만 봐줘. 나 이대로 사라지는 거 싫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히나 씨. 사고회로가 살짝 바뀔 뿐이에요. 마음 놓고 편해지세요.”


“부탁이야! 아, 아니, 부탁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히나를 돌려주세요! 원래 몸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크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핫!”


내 애절한 외침에 영령은 도리어 욕망으로 가득한 웃음소리로 반응했다.


“그래, 이 표정이야! 눈이 퉁퉁 부어라 울면서 머리를 조아려! 이런 모습을 보면 흥분돼서 참을 수가 없다니까!”


“그, 그런…….”


“집에 가서 마지막 순간을 즐기시지! 앞으로 여덟 시간이라고? 마음껏 발악해봐! 내일이면 먼저 좋다고 내 품에 안길 테니!”


영령은 그 도발 섞인 조롱을 끝으로 내 손을 뿌리치고는 자리를 떴다.


나는 망연자실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기력이 다해 바닥에 엎드린 채 엉엉 울기만 했다.


곧이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 민소매 파카와 숏팬츠가 빗물로 흠뻑 젖어 추위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몸보다 더 시린 것은 마음이었다. 그대로 얼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 만큼.


‘히나…….’





“누나, 또 뭐해?!”


“안 잊어버리게 메모하고 있어!”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펜과 포스트잇을 얼른 집어 들었다.


나기가 당황해서 이것저것 물었지만 일일이 대답할 여유가 없다.


앞으로 여섯 시간. 시간 싸움이다.


“뭘 메모하는데?”


“내 진짜 기억들!”


“엥?”



---------------------------------------------------------



연재 종료는 아마 8화쯤.


다시 맑음 소녀와 비슷한 분량이 될 것 같습니다.


미리 결말은 생각해뒀으니 금방 진도 나갈 수 있겠네요.


댓글 많이 많이 달아주세요 ㅎㅎ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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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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