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는 90년대 행정구역 통합의 와중에 사천시가 돼버렸다. 통상 시군 통합의 경우 시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지만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우스갯소리 때문인지 여기는 반대로 군명을 택했다. 하지만 포구로서의 삼천포는 잘나가는 항구다. 수협 산하에 선어위판장, 활어위판장, 패류위판장, 건어사업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데가 삼천포 말고 또 있을까? 가격도 인근에서 가장 좋다. 그래서 관내의 어선 3천 척 뿐 아니라 남해, 하동, 통영, 부산 어민들도 삼천포를 찾는다.
아침 일찍 삼천포 선어위판장에서 오징어 상자를 날랐다. 예전엔 오징어 하면 동해였지만 북한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를 하는 바람에 요즘은 남해에서 많이 난다고. 트롤, 채낚기, 쌍끌이 할 것 없이 오징어 어획에 나선다. 오징어는 배 안에서 팬에 가지런히 올려 급랭시킨 다음 배 채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만 하루에 2만 상자(4억5천만 원 상당)가 나간다. 고등어 다음으로 많은 거래량.
활어위판장에선 경매가 한창이다. 고등어, 우럭, 장어, 멍게 등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매도인들은 먼 거리에서도 고기의 상태를 귀신처럼 알아낸다. 당장은 생생해 보여도 서울까지 운반하는 도중 죽을 놈들은 가격에 인정사정 두지 않는다.
삼천포수협의 홍석용 조합장은 수산업의 장래는 불투명지만 그래도 가장 오래 살아남을 곳이 바로 삼천포란다. “어자원은 고갈돼 가는데 어선 수가 너무 많다. 지금처럼 마구잡이가 아니라 어자원을 조성하며 잡을 필요가 있다. 어선도 좀 줄이고… 또 산란기의 어로를 금지하고, 치어는 배양해서 놔줘야 한다. 이런 풍토가 정착되려면 관리가 중요하다. 일본처럼 어획량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어법을 준수하는 법의식을 함양할 일이다. 또 잡는 수산업 뿐 아니라 기르는 수산업, 즉 양식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농업만 어려운 게 아니다. 수산업도 갈 길이 멀다. 먼저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수산업을 여기까지 끌고 온 새벽 어시장의 어민, 매도인, 상인, 운수업자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그 다음은 정치의 몫. 일하는 사람들이 땀 흘리는 현장이 바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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