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대장정 6 (7. 5. 수요일. 보성)
보성 차밭
보성 회천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주민들이 나와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장이 여자였는데 한눈에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진실한 일꾼임을 직감했다. 마을회관에 짐을 놓고 곧바로 차밭으로 갔다. 차밭은 그저 아름다웠다. 멀리 기차타고 가며 보던 차밭의 아름다움 그대로였다. 찻잎도 예쁘다. 곱디고운 찻잎을 위에서 두 잎만 따는데 그렇게 보드러울 수가 없었다. 따기가 아깝다.
그러나 전원풍경의 아름다움은 멀리서 보는 것, 여기도 농촌의 삶은 고생이었다. 한 10분 한잎 한잎 찻잎을 따서 바구니에 넣고 있으려니 벌써 허리가 뻐근하다. 한 20분 일하니 땀이 후줄근 젖어온다. 한 30분 지나니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다. 하긴 아까 차를 따러 올때 같이 올라오시던 할머니들 걷는 모습이 하나같이 허리가 편하지 못해 보였다. 잠간 쉬려고 허리를 펴고 일어서니 나도 모르게 손이 허리 뒤쪽으로 가서 두들기고 있었다. 한 시간쯤 일하고 난 뒤의 내 옷은 장마비를 한시간쯤 맞은 것 같이 속옷까지 완전히 젖어 있었다. 이젠 차를 마실 때 그냥 후룩후룩 마시지 못할 것 같다.
농민들의 절규 - 보성 지역 간담회
농민들의 어려움은 땀을 흘리는데 있지 않다. 땀을 흘려 일해도 잘 팔리고 가격이 좋으면 행복하다. 그런데 녹차 가격이 떨어져 걱정이다. 차가 잘된다고 하니까 차 밭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가격은 큰 기업에서 결정하니 생산 농가는 고생만하고 수입은 자꾸 준다는 것이다.
저녁에 만난 이 동네 주민들은 처음에는 점잖은 말만 하다가 이내 어려움과 분노를 토한다. 농산물 가공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기업 위주의 농산물 가공 정책을 일반 농가가 자기 특성을 발휘해서 상품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의 치즈 가공업을 예로 들었다. 경청할 만한 내용이었다.
낮에는 보성에 도착하자마자 김규태씨 농원에서 지역 농업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농업경영인회장을 지낸 윤흥배 씨와 농민회장 김연식씨는 FTA에 대한 강한 우려와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 농업은 완전히 망할 텐데 농민과 농업에 대한 대책은 있느냐? FTA를 중단해야 할 것이 아니냐? 나는 세계적인 자유무역주의의 경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과 FTA도 거역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농업과 농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농민들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간담회 내용 중에 농민들이 땀흘려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절도가 횡행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나도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어떤 수를 써도 막아야 한다. 아무리 자기 살기가 어려워도 농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구부러진 허리를 두드리며 기른 농작물을 도둑질해 가는 놈들은 그냥 둬서는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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