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P3폰과 MP3플레이어가 한판 붙었다. ]] 머지않아 휴대전화 앞에 디지털 카메라나 MP3플레이어 등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무릎 꿇게 될 거라는 MP3폰의 ‘호언장담’에 MP3플레이어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며 훈계하고 있다. 이들의 한판 승부를 구경해보자. --- MP3폰의 공격. 제 나이요? 이제 겨우 2∼3개월밖에 안됐어요. 그래두 올해 이 바닥에선 제가 최고 인기에요. 효리 언니나 배용준 오빠도 제 인기만은 못할 걸요. LG텔레콤이 13만대,KTF 12만대,SK텔레콤 24만대 등 제 동료들이 50만대 가까이 팔렸답니다. 제가 태어날 때부터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어요. 음반사들은 공짜로 음악 듣게 하면 안된다고 하고,LG텔레콤은 공짜로 듣도록 해야 한다고 하고.하마터면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할 뻔했죠. 왜 지난 번에 가수들도 데모하러 길거리로 나섰잖아요? 기억하시죠? 그래도 네티즌들은 정말 대단해요. 공짜 음악은 72시간만 듣도록 막아놓았는데 그걸 어떻게 풀었는지? 아마 요즘 지하철 안이나 버스 안에서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이어폰을 나눠끼고 휴대전화로 음악 듣는 모습 자주 보실 거예요. MP3플레이어 형님도 조만간 저한테 자리 물려주시고 은퇴하셔야 할 걸요? --- MP3플레이어의 반격. ‘아니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감히 어딜?’ 제아무리 MP3폰이 잘났다고 해도 MP3파일은 MP3플레이어로 들어야 제맛이죠. 저장용량이나 음질이나 우리들만 하겠어요? MP3폰이 기껏해야 64MB(메가바이트)∼128MB로 최대 16∼32곡 저장하는데 비해 우리는 40GB(기가바이트)까지 나왔어요. 노래 한 곡이 4MB 정도니까 1만곡은 거뜬히 저장할 수 있다는거 바로 계산이 되시죠? 요즘 나오는 하드디스크 타입의 MP3플레이어는 웬만한 노트북PC 저장용량을 갖췄다니까요. 하드디스크 타입 MP3플레이어는 대부분 손바닥 크기만 해서 볼품이 없고 휴대하기 불편했지만 최근엔 1인치 제품이 나왔구요,애플은 다음달 초 명함 크기의 4GB급 ‘아이포드 미니’도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런 단점도 보완될 거예요. 배터리 문제는 또 어떻구요? 휴대전화로 MP3 음악 듣고,사진 찍고 하면 충전해야 얼마나 가겠어요? 우리는 리튬이온전지로 16∼20시간 사용할 수 있고 1회용 AA건전지를 쓰면 40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어요. 그래서 걔네들(MP3폰) 요란스럽게 등장했어도 우리가 별로 영향 받지 않고 있는 거 보시면 아시잖아요. 국내에서 지난해 120만대 팔렸는데 올해는 170만대가 팔릴 걸로 예상하고 있어요. 엄청난 증가세죠. --- MP3폰의 재반격. LG텔레콤의 ‘캔유 MP3+’는 256MB로 80곡까지 저장이 가능해요. 또 외장형 메모리를 휴대전화에 달면 더 많은 곡을 저장했다가 들을 수 있구요. 소비자들은 그리고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걸 할 수 있기를 바라잖아요. 요즘 나오는 MP3폰은 130만화소나 200만화소 카메라가 달려있고 동영상도 2시간 이상 거뜬히 찍을 수 있답니다. 거기에다 TV 수신기능에 이동식 저장장치 기능까지 두루두루 갖췄으니 누가 단순한 MP3플레이어를 사겠어요? 이왕이면 조금 더 돈을 주더라도 MP3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사겠죠. --- MP3P의 재반격.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음성녹음 기능과 FM라디오 수신기능 등 제가 만능 재주꾼인거 아시죠? 요즘엔 디지털 카메라(레인콤의 ‘iFP-1000 프리즘아이’)를 달아 사진도 찍을 수 있구요,사무용 소프트웨어도 탑재(디지탈웨이의 ‘엠피오FY300’)해 PC에 이들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지 않아도 척척 문서도 만들고 이메일을 받거나 보낼 수 있답니다. LCD 창을 달아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나 이미지를 손바닥 안에서 볼 수 있고(레인콤의 ‘H-300시리즈’,거원시스템의 ‘iAUDIO M3L’) 심장박동수와 칼로리량을 체크해주는 제품(삼성전자의 ‘옙스포츠 YP-60’)도 나와있어요. 그뿐인가요? 조만간 동영상이나 게임,TV 녹화재생을 해주는 제품들도 나올 예정이랍니다. 크기도 다양하죠. 건전지 만한 제품(삼성전자의 ‘YP-T5’)이 있는가 하면 15g밖에 안되는 500원짜리 동전크기(이라테크의 ‘EMP-Z’)만한 놈도 있어요. 운동할 때 목에 걸고 음악 들으면서 뛰면 지루하지 않겠죠? 아,이렇게 입 아프게 싸웠는데 누가 더 잘 났는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일단 한번 이용해보시라니깐요. 이명희기자 mheel@kmib.co.kr [국민일보 2004-06-09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