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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이석연

운영자 2011.09.30 18:30:20
조회 936 추천 3 댓글 3

  24년 전 서소문의 허름한 빌딩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윗 층에 있는 변호사가 점심시간 무렵 내게 한마디 툭 던졌다. 한 달에 백만원 정도의 생활비로 살아가면서 한 7년쯤 시민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질문이었다. 변호사라고 하면 아직 돈 있는 지식인으로 대접받던 시절이다. 자신을 그렇게 내려놓을 결심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 공부했는데 그렇게 돼야 할 이유가 없었다.
 

  몇 년 후 나는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채 지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 변호사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복잡한 도시에서 사막의 은둔자 같은 고행을 자청한 인물이었다. 그가 박원순 변호사였다.
 

  비슷한 또래의 상당수의 변호사는 정치인이 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친한 사람에게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굽신거리며 표를 구걸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4개월 머리를 굽혀주고 4년간 왕 노릇을 하니까 그렇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같은 변호사 직업을 가져도 왕이 되고 싶은 사람과 목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달랐다.
 

  또 다른 특이한 인물을 봤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내남없이 판사를 하려고 했었다. 그만큼 사회적 대우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인기 없는 행정부처의 사무관으로 있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람들은 당연히 그가 판사로 궤도를 수정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그는 자기가 일하던 사무관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얼마 후 소위 인권변호사가 됐다. 시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 역시 바탕에 다른 기질이 있는 것 같았다. 정훈장교 시절 별판을 단 장군차에 경례를 거부해 영창까지 갔다 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가 이석연변호사다.
 

  최근 서울시장후보로 박원순 이석연 두 변호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대변화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모습의 지도자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며칠 전 안철수 교수가 던진 한마디를 전해 들었다. 자신에 대한 세상의 높은 관심도 몇 달만 지나면 물거품 같이 다 스러질 거라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단단하게 다져진 내면이 없으면 불가능한 얘기였다.
 

  박근혜의 치마꼬리만 잡으면 당선은 틀림없다고 자랑하는 의원도 봤다. 어떤 이념도 국민을 위한 이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의도 자체만이 목적이었다. 이 세상에는 밀과 가라지가 섞여있다. 가짜들에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신선한 존재들은 속으로 어떻게 비쳐질까. 민중은 기존의 정치인들에 염증을 느끼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청년예수를 왕이 될 사람으로 환호했다.
 

  그러나 예수도 현실에서는 침뱉음을 당하고 얻어맞고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려 죽었다. 죽음의 세상적 원인은 기득권층의 질투와 시기였다. 새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도자들이 과연 오염된 기존 정치권을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들에게 기존의 체제가 갑자기 바다 속으로 침몰하고 신기루 같이 떠오르는 새로운 세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마술을 요구하면 가짜선지자들의 현란한 거짓말이 다시 판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안다.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 올라가고 싶고 왕이 되고 싶은 사람보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서 숙성된 사람을 지도자로 만드는 시대가 도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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