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좋은 검사와 나쁜 검사

운영자 2013.02.26 10:50:42
조회 659 추천 0 댓글 0

  오래전 겨울의 몇 개월을 검사직무대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아직 신참인 임채진 검사가 옆방에 있었다. 그는 난방이 나간 썰렁한 검사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을 했다. 유난을 떤다고 빈정거리는 검사들도 있었다. 스폰서를 하는 업자에게 전화한통이면 한밤을 룸살롱에서 호화스럽게 보낼 수 있는 때였다. 성실한 그는 검찰총장이 됐다.

 

  사위가 바람이 난 걸로 착각한 재벌회장 부인이 살인청부업자를 동원해 여대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돈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심지어 살인자들마저도 거액을 약속받고 회장부인을 범죄선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증거가 없는 상태였다. 수사를 맡았던 정성윤 검사는 목숨을 걸 듯 치열하게 회장부인을 추적해 마침내 정의를 바로 세웠다. 검사인 그는 법정에서 거의 울먹이면서 논고를 했다. 그가 적당히 현실과 타협했으면 총리까지 동원했던 재벌 회장 측 부부는 지금도 세상을 활보하고 다녔을 것이다. 정의를 향한 희생정신이 검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돈이 최고라는 관념에 더 오염되어 가는 세상에서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영화 속에 나오던 정의를 추구하는 모습은 실종되고 있다. 몇 년 전 사법시험 면접위원으로 갔을 때였다. 옆자리의 시험위원이 검사 지망생에게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친구가 매달 생활비를 대 준다면 받겠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검사지망생은 즉각 “사건 청탁만 아니라면 받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면접관이 “그러면 얼마까지는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다시 묻자, 검사지망생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월급정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면접관은 “한 달에 월급을 오백만원으로 잡으면 일 년에 육천만원 십년이면 육억원까지는 받아도 되는 건가요?”라고 하자 면접을 받으러 온 검사지망생은 “그 액수면 너무 많은가요?”라며 당황했다. 그는 유혹이 다가오면 바로 부패할 수 있는 소지를 가졌다. 그런 사람이 진짜 검사가 되어 문제를 일으킨 경우를 봤다.

 

  부장검사가 뇌물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평소 이웃의 아는 업자에게 명절에 조금씩 받던 게 점차 액수가 커지고 마침내는 거액이 되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가 조사를 받고 와서 내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자신도 평생 수사를 해 왔지만 “왜 받았느냐?”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는 것이다. 검찰조직은 그가 퇴직하는 선에서 소리 없이 뇌물사건을 끝냈다. 남의 목은 뎅겅 잘라 버리는 판,검사의 목은 질기다. 범죄행위를 해도 쉬쉬하며 덮어준다. 최고의 처벌이 사표를 내는 정도다. 사표를 내도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변호사를 잘 해 먹을 수 있다. 이제 세상은 그런 불공정과 특권층을 증오한다.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기업과 다단계업자로부터 받은 검사의 사건은 거의 부패의 종합판이다. 썩은 권위주의의 잔재와 부정부패가 곰팡이 같이 그래도 은밀히 남아 있는 곳이 권력을 가진 수사기관이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관할을 가지고 싸우지만 음습한 습기만 있으면 둘 다 언제든지 부정부패가 번성할 소지가 있다. 검사에게 주어진 권력은 국민을 하나님같이 알고 섬기라고 위임한 것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검사의 부패사건을 이 시점에 수사권 독립의 선전도구로 이용한다면 그 얕은 속이 별로 반갑지 않다. 섬기는 검사는 높여주고 썩은 검사는 뽑아내 불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637 바보 변호사 - 6. 미국 시민권 운영자 13.06.05 432 0
636 바보 변호사 - 5. 살인기도 운영자 13.06.05 312 0
634 바보 변호사 - 4. 이십대에 아파트 스무채 운영자 13.06.04 463 0
633 바보 변호사 - 3. 아내의 여고동창 운영자 13.06.04 659 0
632 바보 변호사 - 2. 고소 운영자 13.06.04 386 0
631 바보 변호사 - 1. 면접시험관 운영자 13.06.04 606 0
630 서울변호사회 회장의 자격 [1] 운영자 13.02.26 347 0
627 법의 보호 밖으로 던져진 변호사들의 삶 [1] 운영자 13.02.26 419 0
625 사람들이 역겨워하는 변호사의 모습 [1] 운영자 13.02.26 665 0
624 서민에겐 20%의 정의만 실현되는 나라 운영자 13.02.26 240 1
622 과거의 상속자일까 미래의 대표일까 [1] 운영자 13.02.26 229 0
좋은 검사와 나쁜 검사 운영자 13.02.26 659 0
620 금송아지보다 율법을 [1] 운영자 12.11.06 339 0
619 대통령 후보들 운영자 12.11.06 344 0
618 진주법원 102호 법정 운영자 12.11.06 357 1
617 형사한테 내쫓기는 변호사 운영자 12.11.06 402 0
616 해적사고 전문변호사 운영자 12.11.06 329 0
615 찬물 뒤집어 쓴 ‘더 웨이’ 운영자 12.11.06 210 0
614 새로운 회장의 자질감별법 운영자 12.11.06 305 0
613 돈 받으면 안면몰수 운영자 12.11.06 355 0
612 죽은 시인의 마지막 노래 운영자 12.11.06 217 0
611 화물선 타고 오천킬로 운영자 12.11.06 237 0
610 물안개 피는 강길 3백리 운영자 12.11.06 220 0
608 저질 의뢰인 [4] 운영자 12.09.20 613 1
607 상 받을 만한 훌륭한 변호사 운영자 12.09.20 539 1
606 엉터리 종교지도자들 [1] 운영자 12.09.20 378 0
605 상큼한 여름날의 향기 운영자 12.09.20 178 0
604 속까지 맑고 투명한 사회를 [1] 운영자 12.09.20 224 0
603 변호사들이 빼앗기는 것 [1] 운영자 12.09.20 348 1
602 좋은 선생님은 어디에? [2] 운영자 12.08.10 493 1
601 자존심 운영자 12.08.10 346 0
600 재벌공화국의 유치한 영웅 운영자 12.08.10 612 0
599 변호사의 자존심 운영자 12.08.10 347 1
598 법쟁이들이 못 보는 것 [1] 운영자 12.08.10 386 0
597 둘 레 길 운영자 12.08.10 220 0
594 정치발전위원회 [2] 운영자 12.05.31 521 0
592 호두과자 만들기 운영자 12.05.31 695 1
591 대통령과 헌법 운영자 12.03.20 336 0
590 변호사도 좌우렌즈로 보는 사회 운영자 12.03.20 291 0
589 정당한 재판과 비판 운영자 12.03.12 295 0
588 용의 고향이 개천? [1] 운영자 12.03.12 323 0
587 논설위원실장의 칼에 맞아 피 봤다 운영자 12.03.12 280 0
586 사법부를 겨냥하는 영화 석궁 [1] 운영자 12.03.12 324 0
585 밀실수사를 허용한 웃기는 대통령령 [1] 운영자 12.03.12 261 0
584 새로운 메시아를 찾는 대한민국 운영자 12.03.12 281 0
583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 운영자 12.03.05 508 0
582 북한주민의 겉과 속 운영자 12.03.05 275 1
581 벤츠를 타는 여검사 [1] 운영자 12.03.05 655 3
580 천사변호사의 2백만원 운영자 12.03.05 224 0
579 죽음을 앞둔 시인과의 대화 운영자 12.03.05 22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