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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자존심

운영자 2012.08.10 17:37:06
조회 346 추천 1 댓글 0

  변호사생활을 이십년이 훨씬 넘게 해 왔다. 가장 치욕적이고 자존심이 상할 때는 진실을 말했는데 그 모든 게 거짓으로 판정된 경우다. 물론 당사자의 말을 듣는 경우 진실은 상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체험한 경우는 다르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주가조작의 천재로 알려진 범죄인이 있었다. 그가 고소한 인물이 내가 맡은 의뢰인이었다. 그를 찾아갔다. 그의 눈빛 속에서 ‘너 정도의 순진한 변호사쯤이야’하는 무시와 경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법조계의 현실을 이렇게 빈정거렸다.

 

  “한 사람을 똘똘 말아 죽이려면 간단하죠. 몇 명이 짜고 한사람을 고소인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참고인으로 만드는 거야. 담당검사가 기소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게 만드는 거야. 그런 사건을 무혐의로 만들 수 있는 검사는 없지. 바보 같은 법조계를 이용해서 한사람 잡는 거 아주 쉽지.”

 

  그의 돈에 법조계 주요인물의 상당수가 매수되어 있었다. 뇌물을 주는 방법도 비상했다. 평소에 미리 대상자의 토지를 몇 배 비싸게 사주는 방법 등으로 구성요건에 걸릴 일을 근본적으로 피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악마의 지혜 수준이었다. 그는 내가 맡은 의뢰인도 그런 방법을 써서 법망에 걸리게 했다. 그가 내게 20억원을 주면 얽힌 법망을 풀어주겠다고 돈을 요구했다. 항소심에서 참고인들의 진술을 차례차례 번복해서 무죄를 선고받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악마성을 어떻게 하면 폭로할까 고민했다. 때마침 동료 사이에서 존경받던 법관 한 분이 변호사개업을 했다. 그를 찾아가 공동변호를 부탁했다. 그의 말은 재판장이 믿어줄 것 같았다. 악마는 절대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재판장과 절친한 그가 듣기만 한다면 충분할 것 같았다. 법을 가지고 노는데 교만의 극치에 이른 악마는 법복을 벗고 막 개업한 그 변호사에게도 같은 자랑을 했다. 판사의 세계에서 변호사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경악했다. 나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재판장 앞에서 사실을 폭로했다. 그리고 얼마 전 옆방에서 판결을 했던 그의 절친한 동료법관 출신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내 말은 안 믿어도 적어도 함께 오랜 생활을 했던 동료의 말은 신경을 쓸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반대였다. 판결문에 나의 주장과 동료법관의 증언은 믿을 수 없다로 결론을 냈다. 막 변호사가 된 그는 두 번째 경악했다. 나름대로 그런 결론을 내는 배경이 있을 것이다. 진실보다 판결 속에 전개되는 논리와 근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법정에서 담당판사에게 진실이 뭐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자기는 기록 속의 사실만 본다고 했다. 그 말은 뒤집으면 현실 속의 당자자 들의 절규와 진실은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건물 내부의 판사들은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저들이 왜 그러지? 하면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밖에서는 진실을 보지 못하는 판사들에게 종주먹질을 하면서 절규하고 눈물을 흘린다. 법정이 거짓말대회장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선와 악의 다툼이 아니라 악과 더 질 나쁜 악의 대결장 같다. 그런 공해 속에서 판사들은 믿지 못하는 중병에 걸린다. 실험을 해 본적이 있다. 중견판사 출신에게 밑도 끝도 없이 “그렇지?”하고 물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아니”하고 대답했다. 법원은 어떤 말도 믿지 못하다가 마침내 진실마저 뭉개버리기도 한다.

 

  불신 병에 걸린 판사는 수많은 국민들의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다. 그 원인과 배경에는 변호사들의 잘못이 존재한다. 며칠 전 30년 이상 법관노릇을 한 친구에게 법대위에서 본 변호사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느냐고 솔직히 말해달라고 했다. 그는 변호사는 돈 몇 푼 받아먹고 거짓말이나 해 주는 사람으로 여겼다고 솔직히 대답을 해 주었다. 또 변호사들은 판사 때문에 먹고 산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법정에 들어가면 판사의 눈빛에서 이미 느끼고 있던 사실을 확인한 셈이기도 했다.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이 자존심을 찾는 운동이라도 벌였으면 좋겠다. 진실을 알고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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