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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송아지보다 율법을

운영자 2012.11.06 18:19:34
조회 339 추천 0 댓글 1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파출부를 하는 여성을 만났었다. 얼마나 힘들게 사는가를 알아보았다.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일하는 부자 집과 비교해 차별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자라던 5, 60년대의 환경을 말해주었다. 겨울 찬바람이 드나드는 게딱지같은 판자 집, 미국의 구호물자로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때 비하면 당신은 너무 잘사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에이 시대가 다르잖아요?”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못살아도 되는 세대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행복하기 위해 내면에 설정하는 삶의 기준이다. 욕심그릇을 작게 해야 행복이 넘친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행복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만족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한 재벌그룹의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젊은 신입사원들이 불만이었다. 고급양복을 입고 점심시간 후면 밥값정도 되는 비싼 커피잔을 손에 들고 온다는 것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임원과 같은 생활수준을 탐하는 데서 불만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자라던 시절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차별이 아니라 분수를 지키자는 현명한 지혜였다.

 

  나 역시 가난한 집 출신으로 변호사가 되어 30년 가까이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보아 왔다. 인생 산맥에서 골짜기로 추락한 극빈자들도 많이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서 물질적 가난보다 더 심한 정신적 결핍을 봤다. 증오와 시기심이다. 나의 불행은 모두 남의 탓으로 여기는 병자도 많았다.

 

  정치인들이 그런 일그러진 불만의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 걸 보면 걱정이 앞선다. 세 명의 대통령후보가 경쟁하듯 장미빛 공약을 내놓고 있다. 마치 혼탁한 이 세상이 바다 속으로 침몰하고 멋진 신세계가 수면위로 등장할 것 같다. 나는 후보들의 가슴속에 있는 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나라가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 승부욕보다 더 큰 간절한 염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피난민의 아들로 연탄구루마를 끈 인권변호사 문재인 후보한테서는 권력과 재벌에 대한 견제와 평등의 의지가 강하게 내비친다. 산동네 가난한 사람들의 슈바이처인 의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안철수 후보에게서는 순수성과 온유함이 느껴졌다. 박근혜 후보의 얼굴에서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설계했던 대한민국의 완성단계가 어른거린다. 그러나 그들이 떠 있는 국민이라는 바다는 절대 동질이 아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게으른 사람도 있다. 엄청난 돈이 흐르지만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요구하고 싶은 것은 이 사회에 통용될 공정한 매뉴얼이다. 똑똑한 아이의 재능을 끌어내리고 곳곳에 물 타기를 하는 걸 평등이라고 하는 사회는 낙후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미움의 불을 사회전체를 데우는 따뜻함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겸손한 태도와 부드러운 성품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아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떠들고 싸우다가도 지휘봉을 들면 모두 한곳을 보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광야에서의 아론처럼 금송아지 허상을 만들어주는 포퓰리즘이어서는 안 된다. 모세처럼 영원히 살아서 작용할 좋은 율법을 전해야 한다. 그게 법치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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