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정치발전위원회

운영자 2012.05.31 17:13:04
조회 520 추천 0 댓글 2

  이번 총선에 출마한 변호사 출신 한 후보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는 매일 아침이면 지하철 역 앞에 나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명함을 건넸다. 대검 중수부의 잘나가는 검사 출신인 그로서는 남에게 몸을 낮추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번 선거에서 실패한 후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명함을 건네받은 행인 중에는 그걸 받는 즉시 그가 보는 앞에서 비웃으며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공중에서 돌던 사진 박힌 명함은 길바닥의 하수구 위에 처참하게 추락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런 수모는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단련이 됐다. 처음에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수치심에 땅에 떨어진 자신의 명함을 줍기 바빴다. 그런 씁쓸한 과정은 대접받던 법조인이 겸손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귀한 시험일 수 있다.

 

  변호사는 법을 만드는데 참여해야 한다. 아마추어 의원 두 세 명이 만든 엉성한 법조문도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전체를 묶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법치국가에서 입법은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한 맺힌 몇몇 사람들에 의해 고시제도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탄생했다. 사법개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는 시기와 열등감이 숨어있다. 몇 개 법조문으로 변호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피땀 어린 결과를 빼앗기고 말았다.

 

  변호사들을 보면 상당수는 어두운 과거와 내면의 상처가 존재한다. 광부의 아들도 있고 하역장 노무자의 자식도 있다. 젓갈장사 아줌마의 장남도 있고 말단 교도관이나 하사관의 아들도 있다. 처절한 가난과 외로움을 이겨내면서 바늘구멍 같은 고시를 통과했다. 인간대접을 받는 삶을 얻을 수 있는 통로였다. 부모 잘 만나 호강하면서 얻은 삶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은 개혁이라고 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구멍을 꽉 막아버렸다. 그렇게 나온 법조인들을 보면 눈꼴이 신 것이다. 과연 로스쿨 출신의 백수들이 방황하는 현실이 진정한 개혁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의 실제적인 권력은 이제 입법부에 있다. 대통령도 법률을 먼저 만들지 않으면 정책을 수행할 수가 없다. 변호사들은 아직도 더 추락할 곳이 남아있다. 소송대리권이라는 한 줄의 법조문만 만들면 변리사와 법무사, 세무사가 법정을 점령하면서 앞으로 변호사들을 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무장쯤으로 전락할 지도 모르는 현실이다. 총학생 회장 출신의 젊은 변호사는 대학시절 내내 시위를 하고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했는데 결국 모든 것은 한 줄의 법조문을 만들기 위한 것이더라고 했다.

 

  노예해방이 됐어도 백인만 있던 미국의회는 흑백을 구별하는 법을 만들었었다. 흑인이 의회에 진출하기 전의 일이다. 노동자단체와 농민단체는 힘을 쓰는데 만이천명의 지식인을 대변하는 변호사 단체는 무력하다.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총선을 맞아 대한변협의 정치발전위원회가 조그만 활동들을 시작했다. 변호사들에게 시대적 흐름을 교육시키고 기존의원들 선거장에 자원봉사자들을 보내 선거실습을 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좋은 정치인을 합법적으로 폭넓게 후원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로 전국적인 조직을 형성하고 있는 게 대한변협이다. 마음만 먹으면 재벌의 힘없이 자체적으로 자금도 만들 수 있다. 법전문가로 삶의 질을 높이는 좋은 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국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수많은 개개의 꽃송이들을 하나로 묶을 다발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선후배변호사들이 마음을 나누고 단합해야 하지 않을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627 법의 보호 밖으로 던져진 변호사들의 삶 [1] 운영자 13.02.26 419 0
625 사람들이 역겨워하는 변호사의 모습 [1] 운영자 13.02.26 665 0
624 서민에겐 20%의 정의만 실현되는 나라 운영자 13.02.26 240 1
622 과거의 상속자일까 미래의 대표일까 [1] 운영자 13.02.26 228 0
621 좋은 검사와 나쁜 검사 운영자 13.02.26 659 0
620 금송아지보다 율법을 [1] 운영자 12.11.06 339 0
619 대통령 후보들 운영자 12.11.06 344 0
618 진주법원 102호 법정 운영자 12.11.06 357 1
617 형사한테 내쫓기는 변호사 운영자 12.11.06 402 0
616 해적사고 전문변호사 운영자 12.11.06 329 0
615 찬물 뒤집어 쓴 ‘더 웨이’ 운영자 12.11.06 210 0
614 새로운 회장의 자질감별법 운영자 12.11.06 305 0
613 돈 받으면 안면몰수 운영자 12.11.06 355 0
612 죽은 시인의 마지막 노래 운영자 12.11.06 217 0
611 화물선 타고 오천킬로 운영자 12.11.06 237 0
610 물안개 피는 강길 3백리 운영자 12.11.06 220 0
608 저질 의뢰인 [4] 운영자 12.09.20 613 1
607 상 받을 만한 훌륭한 변호사 운영자 12.09.20 539 1
606 엉터리 종교지도자들 [1] 운영자 12.09.20 378 0
605 상큼한 여름날의 향기 운영자 12.09.20 178 0
604 속까지 맑고 투명한 사회를 [1] 운영자 12.09.20 224 0
603 변호사들이 빼앗기는 것 [1] 운영자 12.09.20 348 1
602 좋은 선생님은 어디에? [2] 운영자 12.08.10 492 1
601 자존심 운영자 12.08.10 346 0
600 재벌공화국의 유치한 영웅 운영자 12.08.10 611 0
599 변호사의 자존심 운영자 12.08.10 347 1
598 법쟁이들이 못 보는 것 [1] 운영자 12.08.10 386 0
597 둘 레 길 운영자 12.08.10 220 0
정치발전위원회 [2] 운영자 12.05.31 520 0
592 호두과자 만들기 운영자 12.05.31 695 1
591 대통령과 헌법 운영자 12.03.20 335 0
590 변호사도 좌우렌즈로 보는 사회 운영자 12.03.20 291 0
589 정당한 재판과 비판 운영자 12.03.12 295 0
588 용의 고향이 개천? [1] 운영자 12.03.12 323 0
587 논설위원실장의 칼에 맞아 피 봤다 운영자 12.03.12 279 0
586 사법부를 겨냥하는 영화 석궁 [1] 운영자 12.03.12 324 0
585 밀실수사를 허용한 웃기는 대통령령 [1] 운영자 12.03.12 261 0
584 새로운 메시아를 찾는 대한민국 운영자 12.03.12 281 0
583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 운영자 12.03.05 508 0
582 북한주민의 겉과 속 운영자 12.03.05 274 1
581 벤츠를 타는 여검사 [1] 운영자 12.03.05 654 3
580 천사변호사의 2백만원 운영자 12.03.05 224 0
579 죽음을 앞둔 시인과의 대화 운영자 12.03.05 229 1
578 북적대는 정치지망생의 출판기념회 운영자 12.03.05 271 0
577 화려한 법의 포장만 선물 받은 문인들 운영자 12.03.05 280 0
576 의뢰인이 보여준 삶의 진리 운영자 12.03.05 359 2
575 외눈박이변호사와 피고인 운영자 12.03.05 288 0
574 환상살인(24) [3] 운영자 12.02.21 783 1
573 환상살인(23) 운영자 12.02.21 241 0
572 환상살인(22) 운영자 12.02.21 24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