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상 받을 만한 훌륭한 변호사

운영자 2012.09.20 15:32:36
조회 539 추천 1 댓글 0

  대한변협 상임이사회에서 열띤 토론이 열리고 있었다. 법률분야 공로자에게 상을 주는데 어떤 기준에 의해 훌륭한 변호사를 선정하느냐였다. 인권운동가, 고위공직자출신, 변호사회 회장과 전문기능을 갖춘 법의 달인 등이 존재했다. 마치 배와 사과, 바나나 중 어떤 과일이 최고냐를 묻는 것 같았다.

 

  “이제는 최고의 달인이 된 전문가에게 상을 줘야하지 않나요?”

 

  로펌출신 상임이사의 의견이었다. 내남없이 명예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 같다. 그냥 변호사로 만족하지 못한다. 상을 받거나 대접받는 자리를 좋아한다. 그게 안 되면 어느 위원회 위원이라도 걸치고 싶어 한다. 꼭지 하나 더 단 도토리가 으스대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반면 돈이나 권력 앞에서는 철저히 무릎을 꿇는다. 어느 법정에서였다. 변호사에게 재판장이 변론을 하라고 명령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변호사가 생긋 웃으면서 황송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재판부의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변론하지 않겠습니다.”

 

  변론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철저히 비굴했다. 그는 변호사가 아니었다. 부장판사출신인 그의 표정 속에서는 얼굴을 보고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얄팍한 계산이 서려 있었다. 그가 재판장을 할 때는 변호사들에게 모멸감을 많이 주던 거만한 판사였다.

 

  병아리시절 나는 돈을 많이 벌었거나 고위공직자 출신 변호사를 거물로 알았다. 그들은 구름위의 존재 같았다. 그런데 그런 시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다. 이십대 재벌그룹회장이 비자금으로 재판을 받던 1995년 겨울 서울지법 대법정에서였다. 변호사업계의 간판스타들은 다 변호사석에 모였다. 대법관 출신, 장관 출신 등 화려한 경력들이었다. 나는 방청석 한 귀퉁이에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법원에는 재판받는 재벌회장들을 위한 귀빈실은 없었다. 유일한 휴식장소가 화장실이었다. 그곳에서 씁쓸한 장면을 목격했다. 재벌회장들이 오줌을 누고 있었다. 그 소변기 옆에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변호사들이 부동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네 회장님”하면서 지시를 받고 있었다. 재판장 때의 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낮에 먹은 밥알이 곤두섰었다. 결국은 저렇게 비굴해 져야 잘 살 수 있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법정에서도 웃지 못 할 광경을 목격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가 재판장에게 말했다.

 

  “모시던 어르신을 어떻게 법정이라고 함부로 피고인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그는 봉건시대 머슴의 생각을 민주화된 사회에서도 그냥 가지고 있었다. 돈과 권력 앞에서 변호사들의 영혼이란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나의 변호사에 대한 직업관이 바뀌었다. 더 이상 그들을 존경하지 않기로 했다. 자존심을 포기하면 그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대한변협 일을 도와달라고 해서 지난 이년동안 생각이 깊다고 알려진 수십 명의 변호사들과 만나 진지하게 변호사란 직업은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 과정에서 훌륭한 변호사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공통된 기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존경받는 변호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돈과 명예욕을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변호사들은 이 직업이 부자가 되기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란 의식을 가지고 감사하고 있었다. 변호사란 권력에 대항하고 사회문제를 법정에 현출시킬 수 있는 보람 있는 직업이라는 자부심들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좋은 변호사는 찾아오는 의뢰인을 돈으로 보지 않고 사랑해야 하는 이웃으로 여겼다. 상은 그런 변호사들에게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644 바보 변호사 - 13. 선전포고 운영자 13.06.07 338 0
643 바보 변호사 - 12. 김정화의 정체 운영자 13.06.06 728 0
642 바보 변호사 - 11. 법원장 운영자 13.06.06 324 0
641 바보 변호사 - 10. 한국 변호사 운영자 13.06.06 318 0
640 바보 변호사 - 9. 미국 변호사 운영자 13.06.06 343 0
639 바보 변호사 - 8. 혼돈 운영자 13.06.05 295 0
638 바보 변호사 - 7. 진술서 운영자 13.06.05 331 0
637 바보 변호사 - 6. 미국 시민권 운영자 13.06.05 432 0
636 바보 변호사 - 5. 살인기도 운영자 13.06.05 312 0
634 바보 변호사 - 4. 이십대에 아파트 스무채 운영자 13.06.04 463 0
633 바보 변호사 - 3. 아내의 여고동창 운영자 13.06.04 659 0
632 바보 변호사 - 2. 고소 운영자 13.06.04 386 0
631 바보 변호사 - 1. 면접시험관 운영자 13.06.04 606 0
630 서울변호사회 회장의 자격 [1] 운영자 13.02.26 347 0
627 법의 보호 밖으로 던져진 변호사들의 삶 [1] 운영자 13.02.26 420 0
625 사람들이 역겨워하는 변호사의 모습 [1] 운영자 13.02.26 666 0
624 서민에겐 20%의 정의만 실현되는 나라 운영자 13.02.26 241 1
622 과거의 상속자일까 미래의 대표일까 [1] 운영자 13.02.26 229 0
621 좋은 검사와 나쁜 검사 운영자 13.02.26 660 0
620 금송아지보다 율법을 [1] 운영자 12.11.06 341 0
619 대통령 후보들 운영자 12.11.06 344 0
618 진주법원 102호 법정 운영자 12.11.06 358 1
617 형사한테 내쫓기는 변호사 운영자 12.11.06 403 0
616 해적사고 전문변호사 운영자 12.11.06 329 0
615 찬물 뒤집어 쓴 ‘더 웨이’ 운영자 12.11.06 211 0
614 새로운 회장의 자질감별법 운영자 12.11.06 305 0
613 돈 받으면 안면몰수 운영자 12.11.06 356 0
612 죽은 시인의 마지막 노래 운영자 12.11.06 217 0
611 화물선 타고 오천킬로 운영자 12.11.06 237 0
610 물안개 피는 강길 3백리 운영자 12.11.06 220 0
608 저질 의뢰인 [4] 운영자 12.09.20 614 1
상 받을 만한 훌륭한 변호사 운영자 12.09.20 539 1
606 엉터리 종교지도자들 [1] 운영자 12.09.20 378 0
605 상큼한 여름날의 향기 운영자 12.09.20 178 0
604 속까지 맑고 투명한 사회를 [1] 운영자 12.09.20 225 0
603 변호사들이 빼앗기는 것 [1] 운영자 12.09.20 348 1
602 좋은 선생님은 어디에? [2] 운영자 12.08.10 493 1
601 자존심 운영자 12.08.10 346 0
600 재벌공화국의 유치한 영웅 운영자 12.08.10 612 0
599 변호사의 자존심 운영자 12.08.10 350 1
598 법쟁이들이 못 보는 것 [1] 운영자 12.08.10 386 0
597 둘 레 길 운영자 12.08.10 220 0
594 정치발전위원회 [2] 운영자 12.05.31 522 0
592 호두과자 만들기 운영자 12.05.31 696 1
591 대통령과 헌법 운영자 12.03.20 336 0
590 변호사도 좌우렌즈로 보는 사회 운영자 12.03.20 291 0
589 정당한 재판과 비판 운영자 12.03.12 295 0
588 용의 고향이 개천? [1] 운영자 12.03.12 323 0
587 논설위원실장의 칼에 맞아 피 봤다 운영자 12.03.12 280 0
586 사법부를 겨냥하는 영화 석궁 [1] 운영자 12.03.12 32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