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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복의 뉴스프리즘 4] 2026년 'AI 황제'의 심장, 누가 쥘까?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1.11 15: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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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전쟁은 단순히 두 기업의 경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 한국은 AI 시대 핵심 부품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반대로 한쪽이 무너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있다.


[CEONEWS=김정복 기자] "우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측의 HBM4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던진 이 한마디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AI 황제'로 불리는 그의 입에서 차세대 AI 칩의 '심장'으로 불리는 HBM4(고대역폭 메모리 4세대)의 퀄리피케이션(품질 검증)이 공식화된 순간이다. 이는 단순한 부품 테스트 확인이 아니다. 2026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Rubin)'을 선점하기 위한 K-반도체 두 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활을 건 대전쟁의 서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HBM3 경쟁이 1차전이었다면, HBM4를 둘러싼 이번 경쟁은 승자독식의 2차 세계대전"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HBM4, 왜 중요한가


HBM4는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GPU가 두뇌라면 HBM은 심장이자 혈관이다. 챗GPT, 미드저니 같은 생성형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려면 초고속·대용량 메모리가 필수인데, 그것이 바로 HBM이다. 특히 HBM4는 기존 3세대보다 속도는 빠르고 전력 소비는 낮춰, 차세대 AI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문제는 이 HBM4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전 세계에 단 두 곳,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라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HBM 시장 규모는 약 40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 결국 두 회사의 대결이 향후 AI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수성하는 챔피언' SK하이닉스, "HBM 신화, 우리가 잇는다"

현재 HBM 시장의 '챔피언'은 단연 SK하이닉스다. HBM3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 'H200' 등에 독점 공급하며 'HBM = 하이닉스'라는 공식을 완성했다. 이는 곽노정 사장의 리더십 아래 'HBM 퍼스트' 전략을 밀어붙인 선제적 투자의 결실이었다. SK하이닉스의 무기는 '신뢰'와 '경험'이다. 이미 엔비디아와 굳건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SK하이닉스는 HBM3에서 검증된 독자 기술 'MR-MUF(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를 HBM4에도 적용해 기술적 우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기술은 메모리 칩을 쌓을 때 열과 압력을 견디며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공정으로, SK하이닉스만의 비법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3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HBM4에서도 초기 수율(합격품 비율) 확보에 유리하다"며 "기존 고객사를 HBM4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키는 '굳히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챔피언의 과제는 '수성'이다. 삼성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HBM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젠슨 황 CEO가 '샘플 테스트'를 언급한 것은 SK하이닉스 역시 HBM4 개발 로드맵에 맞춰 순항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지만, 동시에 삼성이라는 강력한 도전자가 코앞까지 추격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설욕 다짐하는 도전자' 삼성전자: "메모리 왕의 귀환, 총력전"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독주를 지켜봐야 했던 삼성전자는 '메모리 세계 1위'라는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HBM3에서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며 사실상 '0차 공급'에 머물렀던 치욕을 잊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HBM4 경쟁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닌, '메모리 왕좌' 탈환을 위한 설욕전이다. 삼성전자는 전영현DS(반도체)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HBM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사실상 '전시 체제'에 돌입했다. 수천억 원대 긴급 투자와 함께 핵심 엔지니어들을 HBM4 프로젝트에 총동원하고 있다. 삼성의 무기는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와 '턴키(Turn-key)' 역량이다.  삼성은 HBM 제조뿐 아니라, 칩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칩과 HBM을 하나로 묶는 '첨단 패키징'까지 일괄 제공하는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내세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HBM 따로, 패키징 따로 주문할 필요 없이 삼성에 한 번에 맡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젠슨 황이 삼성의 샘플을 공식 언급한 것 자체가 삼성의 기술력이 HBM3의 부진을 딛고 HBM4에서는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출발선에 섰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킹메이커' 젠슨 황의 계산법, "최고를 위한 무한 경쟁"


HBM4를 둘러싼 이번 경쟁은 승자독식의 2차 세계대전


그렇다면 '킹메이커' 젠슨 황은 왜 이 시점에 두 회사를 모두 언급했을까? 그의 계산은 명확하다. 첫째, 공급망 안정화다. 엔비디아는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단일 공급망에 의존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H100을 사고 싶어도 HBM이 없어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HBM4에서는 삼성전자라는 강력한 공급사를 추가 확보해, 폭증하는 AI 칩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둘째, 가격 협상력이다. 두 거인을 경쟁시키면 엔비디아는 자연스럽게 더 나은 조건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 품질의 HBM4를 공급받을 수 있다. 현재 HBM3 가격이 개당 100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공급사 다변화는 엔비디아의 마진 확보에 직결된다. 셋째, 기술 혁신 유도다. HBM4는 12단을 넘어 16단 적층과 하이브리드 본딩 등 고난도 기술의 집약체다. 젠슨 황은 삼성과 SK하이닉스 간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결국 엔비디아 '루빈'의 성능을 극대화할 최고의 HBM을 탄생시킬 것임을 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젠슨 황은 두 회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엔비디아가 HBM4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운명의 2년, '양산 지옥'이 승패 가른다

젠슨 황이 '샘플'을 받았다는 것은 이제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실험실에서 만든 완벽한 샘플이 아닌, 매달 수백만 개를 동일한 품질로 찍어내는 '양산'의 영역으로 접어든 것이다. HBM4의 승패는 결국 '수율'에서 갈릴 전망이다. 12단 이상 메모리 칩을 쌓아 올리는 고난도 공정에서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2026년 '루빈' GPU가 본격 양산되기 전까지, 약 1년 반에서 2년의 기간 동안 누가 먼저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해 엔비디아의 최종 승인을 받느냐에 두 기업의 운명이 걸렸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임원은 "샘플 통과는 시작일 뿐이고, 실제 양산에서 80% 이상의 수율을 유지하는 것이 HBM4의 진짜 관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하루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두 회사 모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K-반도체의 미래, HBM4에 달렸다


HBM4 전쟁은 단순히 두 기업의 경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 한국은 AI 시대 핵심 부품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반대로 한쪽이 무너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있다.


HBM4 전쟁은 단순히 두 기업의 경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 한국은 AI 시대 핵심 부품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반대로 한쪽이 무너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있다.

젠슨 황의 '간택'을 받기 위한 K-반도체 두 거인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2026년, 이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가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세계가 한국의 두 반도체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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