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는 1천만 명을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제도권 안에서 산업 경쟁력과 혁신을 논의할 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이 목표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시행되었지만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기술 활용과 성장 촉진보다는 안전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 산업 진흥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정부가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며 블록체인 결제, 디지털 채권 발행, 스테이블코인 실험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인 미국은 '혁신 중심 산업 육성'을, 유럽연합(EU)은 '통합 규제 기반 단일 시장 구축'으로 가상화폐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다섯 개의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국내 가상화폐 발의안은 크게 디지털자산 포괄적 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특별법으로 나뉘며 제도권 편입과 산업 보호를 목표로 한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제도화가 산업 불확실성을 줄이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는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 전반으로 확장 가능한 정책과 거래소 내부 통제 강화 등 후속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복수 은행 계좌 허용'과 '외국인 규제 개선' 등의 전방위적 제도 개선이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오늘날 투자자 보호와 산업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도기에 놓여있으며, '중소 거래소 지원', '외국인 규제 개선', '단계적 상품 다양화' 등의 후속 조치가 시장 안정성과 지속 성장을 위한 중요한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은 산업 육성, 국내는 투자자 보호 전 세계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럽은 통합 규제, 미국은 혁신을 택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미카(MiCA)'와 '지니어스(GENIUS)'로 가상화폐 시장이 유럽과 미국에서 금융전략의 일부로 진화한 것과는 달리 '보호'와 '위험 방지'가 중심인 국내에서는 산업 진흥과 혁신 논의는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이미 제도 밖에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평균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6조 4천억 원에 이르고 거래 가능한 투자자는 1,077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거대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을 포괄할 제도적 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규제'와 '진흥'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점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에 맞춰져 있다면 유럽의 '미카'와 미국의 '지니어스'는 규제보다 활용과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인가'와 '신고'로 시장 진입을 관리하는 반면, '미카'는 여권 형태로 역내에서 서비스를 허용하는 '통합 시장'을 만들었고, 미국은 현금성 가상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며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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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내 가상화폐 법안이 투자자 보호를 넘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권 편입이 끝이 아니라 금융 혁신으로 이어져야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결제, 송금, 자산운용 등 금융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은 주변 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 기반 구조의 한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지금 규제와 혁신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 입법 현황은 현재 국회에는 총 다섯 가지의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다섯 가지 가상화폐 발의안으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하 민병덕 의원안)', '디지털자산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강일 의원안)',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이하 안도걸 의원안)',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김현정 의원안)',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이하 김은혜 의원안)'이 있다. 발의안 중 '민병덕 의원안'과 '이강일 의원안'을 디지털자산 포괄적 기본법, '안도걸 의원안', '김현정 의원안', '김은혜 의원안'을 스테이블코인 중심 특별법으로 분류된다. 국내 가상화폐 발의안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있다. 업계는 가상화폐 관련 법안 발의가 산업 불확실성을 줄이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글로벌 가상화폐 규제안 비교(사진=경향게임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분석진은 "앞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춘 1단계 입법이었다"라며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가상화폐 발행과 유통, 공시 등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2단계 입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입법 지연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은 산업 성장 걸림돌로 지적된다. 분석진은 "국내 가상화폐 법안들이 발의만 된 상태에서 여전히 속도감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주요국들은 시장 핵심으로 부상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경쟁적으로 규제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해외는 '규제와 진흥' 병행하며 경쟁력 확보 현재 글로벌 주요국은 규제와 진흥을 병행해 가상화폐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지 정부가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해 실증 실험을 허용하며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식이다. 규제보다 실증을 우선시하는 국가로는 싱가포르가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스타트업과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규제 유예 상태에서 블록체인 결제, 자산 토큰화, 디지털 채권 발행 등을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나 유예 시키는 제도다.
홍콩은 지난 8월부터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시행됐다. 현지 당국은 법안을 통해 미국 달러 등 주요 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출시될 시 정부가 직접 인가하고 감독하는 '라이선스 제도' 방안을 도입했다. 실명제와 준비금 규정으로 위험성을 통제하면서도 기술 혁신은 적극 지원하는 전략이다. 일본에서는 현지 금융청(FSA)이 일본의 3대 은행사의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프로젝트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기존 금융업 밖으로 두지 않고 전통 은행기관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업계, 가상화폐 시장 균형 개선 필요성 강조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복수 은행 계좌 허용 ▲인력 생태계 지원 ▲외국인 투자자 규제 개선 ▲제도 정비 등 전방위적 개선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팍스 가상화폐 거래소 분석진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생태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복수 은행 계좌 허용' 시스템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복수 은행 계좌 허용' 시스템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고객의 원화 입·출금을 여러 은행과 동시에 실명계좌를 맺어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뜻한다. 분석진은 "현재 시장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는 고객 접근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복수 은행 계좌로 입·출금 경로를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하위권 거래소에 우선적으로 복수 은행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팍스
중소 거래소 인력 및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병역특례 제도 우선 적용'과 '청년 고용 세제 지원'이 언급됐다. 상위 가상화폐 거래소에 집중된 점유율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외국인 고객 거래 재개' 및 '외국인 고객 허용 차등 적용'이 제시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팍스는 국내 가상화폐 기본법 제정 시 수수료 위주의 거래소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자금세탁방지 및 내부 통제 시스템 고도화를 전제로 '인버스(반대 추종)' 등 다양한 상품을 단계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을 제언하기도 했다. 시장 안정성을 뒷받침할 '유동성 공급자(LP)' 법제화는 향후 논의 과제로 지목됐다. '유동성 공급자'는 거래소에 자산을 넣어두고 사람들이 매매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투자 규모와 거래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로 인해 산업 혁신과 경쟁력 강화 논의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주요 글로벌 국가가 가상화폐 산업 육성을 선택한 만큼 우리나라도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향후 제도 정비와 산업 친화적 정책으로 국내 가상화폐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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