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도스.
드넓은 사막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누군가가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척박한 곳.
우리는 지금, 만마전의 승용차를 타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기 가면 또 무슨 일이 생기려나..."
나는 기대감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아비도스의 학생들은 어른을 꽤 경계했다. 이 세계에서 그것이 더 나으리란 보장은 없다.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세계에 온 것도 아비도스 덕분인가... 기막힌 우연이네."
또다른 세계의 시로코를 구하고 다 죽어가던 나는, 방주의 간섭으로 전혀 다른 세계에 떨어졌다.
어쩌면 나와 아비도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지도.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해요?"
"응? 아 미안, 거슬렸니?"
조수석에 탄 이부키의 지적을 듣고, 난 혼자 운전하던 버릇이 무심코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뭐 상관없어요, 그냥... 저도 저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요."
"어떤 생각 말이니?"
"그 뇌제라는 사람 있잖아요... 생각해보면 겨우 2년 전 사람인데, 이상하리만큼 기록이 안 남았더라구요."
"어? 진짜?"
전혀 몰랐다. 당연히 훨씬 오래 전의 사람인줄 알았는데?
"물론 그해 신입생이 들어오기 전에 사라진 사람이니 그럴 법도 하지만... 그렇다면 그 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왜 그녀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어요. 예를 들면..."
"... 마코토가 뇌제를 알고 있었다, 그런 말이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마코토는 내전 때문에 돌아오긴 했지만, 원래는 졸업생이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안 좋은 예감이 들어요. 과연 우리는, 마코토 의장님이 감추려던 진실에 다가가는 게 옳을까요?"
"그거야 뭐, 직접 가서 확인해보면 알겠지."
괜히 조급해져서였을까, 난 액셀을 조금 더 세게 밟았다.
"젠장! 이 고물 스쿠터!"
그리고 그런 만마전을 쫓는 자가 있었다. 선도부의 저격수, 시로미 이오리다.
"적당히 급양부가 쓰는 걸 훔쳐왔는데... 이걸로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돌아다니는 거지?"
갑자기 엔진이 멈춘 스쿠터를 바라보며,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에에잇! 될대로 되라지!"
결국 이오리는 성질이 난 나머지, 발로 힘껏 스쿠터를 찼다.
"여기서부턴 그냥 걸어갈 수밖에, 어떻게든 쫓아가면..."
"부르릉..."
"응? 어, 뭐야?"
이오리가 스쿠터를 두고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엔진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와아아앙!"
"어, 잠깐! 같이 가!"
스쿠터는 멋대로 시동이 걸려, 혼자 사막을 폭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아비도스에 오긴 했는데..."
명함에 나온 주소를 향해 달리다보니, 이 세계의 아비도스가 내가 알던 것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건물이 모래에 덮여있는 등 사막화가 심각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도시의 곳곳은 더러운 골목으로 이어져 있었고, 하늘은 매연으로 덮여 그 빛을 잃었다.
그리고 도시 중앙, 그러니까 학원이 있어야 할 곳에는 뭔지모를 거대한 건축물이 있었다.
"이건... 심각하네."
그동안 내가 있던 세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았기에 더 놀라지 않으리라 장담했건만, 다른 의미로 황폐해진 아비도스의 모습은 역시 충격이었다.
"어쩌면 내가 이 세계에 일찍 왔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우리는 목적지인 68번지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여기가 맞는거지?"
"확실해, 개업 당시에 한 번 찾아갔으니까. 그 모습 그대로네?"
사츠키는 먼저 차에서 내려, 건물 앞의 초인종을 눌렀다. 삭막한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네~, 나가요! 카요코, 벌써 들어왔... 어머나, 사츠키 씨!"
문을 열고 반긴 것은, 스웨터 위에 앞치마를 두른 안경이 잘 어울리는 소녀였다.
"오랜만이야, 리쿠하치마 아루. 카요코 선배는?"
"곧 돌아올 거예요, 안에서 기다리실래요?"
"그렇냐는데? 일단 다들 내리지 그래?"
사츠키가 뒤를 돌아보며 말하자, 우리는 그제서야 차에서 내렸다.
"아... 만마전 분들이시구나? 그런 분들이 이 먼 곳까진 왜..."
"걱정 마, 잡으러 온 건 아니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카요코 선배의 도움이 필요해서."
아루는 왠지 만마전을 경계하는 느낌이었지만, 사츠키의 부탁을 듣고 일단은 우리를 안으로 들였다.
"짠~! 아루 쨩, 파이 다 익었어!... 어? 손님이야?"
안으로 들어가니, 주방에서는 조명빛을 아름답게 반사하는 하얀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파이를 들고 나왔다.
"고마워, 무츠키. 실례가 안 되면 차도 준비해줄 수 있을까? 다들, 홍차는 좋아하니?"
"아,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케이~! 금방 다녀올게, 아루 쨩!"
"잠깐! 그렇게 뛰다 다친다니까!"
명랑한 소녀 무츠키는 다시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응접실에 앉아 차와 파이를 대접받은 우리는, 그동안의 일을 아루에게 설명해주었다.
"게헨나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몰랐어요, 아비도스에 정착한 이후로는 게헨나 쪽 소식을 통 듣지 못했거든요."
"그런 여러분을 이 일에 말려들게 하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부탁드려요, 부디 만마전을 위해 힘을 빌려주세요."
아루의 손을 꼭 잡고 이부키가 부탁하자, 아루는 꽤나 난처한 눈치였다.
"물론 힘 닿는 데까진 도와드리겠지만... 지금의 저는 그저 이 건물의 주인일 뿐이고, 의뢰를 받는 건 제 관할이 아니에요."
"어? 아녔어?"
당연히 아루가 사장일 줄 알았던 나는 좀 놀랐다. 이곳에서의 이미지도 안주인 같은 느낌이라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일단 이곳은 탐정 사무소니까요. 사건 의뢰를 받는 건 탐정이..."
철컥. 아루가 대답하던 중,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왔나보네? 마침 잘 됐네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어때요?"
응접실을 나서는 아루를 따라, 우리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 이 사람들이야? 안녕안ㄴ... 꺄아아아아악!!!"
"뭐, 뭐야! 이로하, 무슨 일이... 으헥!?"
"치아키 선배, 왜 그래요! 설마 이로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어어!?"
"응? 이부키, 무슨 일 있... 뭐, 뭐야 이거!?"
"하아... 카요코..."
피가 잔뜩 튄 노란 우비와, 작살을 들고 있는 카요코가 서 있었다.
"부탁이니까! 그런 꼴로 사무소에 들어오지 말랬잖아! 청소해야 하는 내 기분 좀 알아달라고!"
"비싼 월세 내면서 여기 있는건데, 그 정도는 서비스 아니야? 안 그래, 하루카?"
"죄송한데 저한테 의견 묻지 말아주실래요? 어차피 멋대로 굴 거면서."
그리고 그런 카요코 옆에는, 감청색 정장이 잘 어울리는 소녀 하루카가 있었다.
"하루카 너도! 제발 카요코가 이상한 짓하면 말리랬잖아!"
"말리긴 했어요, 말 안 듣고 굳이굳이 기차 타고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요."
"택시는 안 태워주더라고."
"아하핫! 또 화려하게 저질렀나보네, 카요콧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아루와 달리, 무츠키는 이 상황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만마전에서의 의뢰라고?"
우비를 벗고 응접실에 들어온 카요코는, 안락의자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참고로 그 충격적인 모습은 수족관의 벨루가 실종사건을 해결하고 오는 길이어서... 라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기각. 돌아가."
"네?"
카요코는 의뢰 내용을 듣지도 않고 고개를 휙 돌렸다.
"잠깐, 이건 아니지! 무슨 의뢰인지는 듣고...!"
"마코토가 당했으니 선도부를 잡는 걸 도와달라, 아니야?"
"그... 건 맞긴한데, 어떻게..."
분노하던 치아키였지만, 카요코가 정확히 의뢰 내용을 짚자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 만마전이 아비도스까지 왔어, 꼬맹이까지 데리고 말야. 분명 큰일이라는 뜻인데, 마코토가 보이지 않는 건 부자연스럽지. 동기인 입장으로서, 먼저 발 벗고 나서면 모를까 뒤에 숨을 녀석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그럼 마코토가 당했다는 건데, 내가 아는 한 만마전을 칠 정도로 당돌한 녀석은 내 정보부 후배밖에 없어. 소라사키 히나, 뇌제가 이룩한 평화를 혐오하던 위험 분자."
카요코의 추리는 정확했다. 과연, 탐정이라는 칭호가 허세는 아니었나.
"그렇게 잘 알면 좀 도와주면 안돼, 선배? 이 후배가 눈 딱 감고 부탁하는건데."
"미안한데 여긴 탐정사무소지 흥신소나 용역이 아냐. 그 사람 좋은 마코토가 당한 건 안타깝지만, 흥미 없는 일은 안 맡는 주의라서."
사츠키의 부탁에도 카요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럼 곤란한데...
하지만 이부키는 뭔가 생각이 있는듯 굳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 그렇다면, 탐정에게 어울리는 의뢰면 맡아준다는 건가요?"
"... 네가 그런 의뢰를 할 수 있다면."
이부키의 당돌한 태도가 마음에 든 것일까, 카요코의 눈썹이 치켜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단순히 선도부와의 전쟁에 협조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우린 지금, 뇌제가 아비도스에 숨겼다는 병기를 찾고 있거든요."
"재밌네? 계속 말해봐."
"아마 히나 부장도 그걸 찾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뇌제와 관련된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니까요. 그래서 우린, 그녀보다 먼저 그것을 찾아야 해요."
"그러니까 지금 탐정한테 보물찾기를 의뢰하시겠다?"
코 앞까지 다가온 이부키를 마주 보며, 카요코는 만족스러운듯 미소지었다.
"하! 뭐 좋아, 받아줄게."
"정말요?"
"호들갑떨 것 없어. 마코토가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이고, 보물찾기는 탐정에게도 재미난 일이거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어, 꼬맹이."
안락의자에서 일어난 카요코는 기지개를 쭉 켜더니, 하루카를 보고 말했다.
"하루카, 미안하지만 이번 사건에도 어울려주겠어?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텐데 미안."
"아, 아뇨. 뭐, 탐정의 조수도 일이니까요. 괜찮죠, 아루 님?"
"후훗! 내 걱정은 말고 멋지게 처리해버리라고, 하루카. 그동안은 무츠키, 같이 청소라도 하고 있을까?"
"응! 그게 좋겠네, 아루 쨩!"
"그럼 다들, 잠깐 따라올래? 의뢰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까."
우리는 카요코와 하루카를 따라, 사무소의 2층으로 올라갔다.
"우와... 이거, 전부 카요코가 맡았던 사건이야?"
2층에 있는 방은 카요코의 개인 서재였다. 책장에는 그녀가 맡은 사건 기록이 빼곡히 차 있었다.
"정보부 시절에 해결한 사건도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뭐 적은 양은 아니긴하네. 의뢰인들은 종종 놀라곤 해."
"저거 타자기로 다 정리하는 제 입장도 좀 생각해주세요, 카요코 씨..."
"그냥 타자기 말고 컴퓨터로 작성하면 되는 거 아냐? 뭐, 그건 그렇고."
카요코는 방 한구석에서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카를 꺼냈다. 의뢰 내용을 정리한다는 게 이런 거였나?
"일단 우리가 찾고 싶은 건 뇌제의 유산, 이건 확실한 거지?"
"네, 분명 선도부도 그걸 노리고 있을 테니까요."
카요코는 보드 가운데에 '뇌제'라는 키워드를 적었다. 그리고 키워드에서 선을 주욱 그은 후,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그 유산은 아비도스에 있다는 건데... 그 위치를 특정할 방법이, 하나 있긴해."
"정말? 그게 뭔데?"
카요코는 다시 선을 그어, 무언가를 적었다.
"S, A, N, D, M, A, N... 샌드맨?"
"맞아, 일단 아비도스라는 학원이 이미 붕괴된 건 알고 있지?"
"잠깐, 아비도스가 어쨌다고?"
내가 깜짝 놀라자, 카요코와 하루카는 의아하다는듯 쳐다봤다.
"외부인이라, 이곳의 일을 잘 모르는 분이세요."
"뭐, 그렇다고 하고."
이부키가 적당히 나에 대해 설명해줬기에, 카요코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붕괴 이전 아비도스 학생회 출신 인물이 하나 있어. 아비도스의 모든 것을 뒤흔드는, 이 사막의 정점."
"그 사람 이름이 샌드맨이라는 거야?"
"정확히는 별명이지만 말야."
사츠키의 질문에 카요코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문제는 이 사람이랑 어떻게 접촉하냐는 건데... 그건 뭐, 직접 부딪혀볼 수밖에."
카요코는 다시 선을 긋고 무언가를 적었다. 거기에 적힌 것은...
"... 카지노?"
"샌드맨이 가장 크게 벌리는 사업이야. 이 아비도스가 아직까지 지도상에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렇다면..."
학원이 있어야할 자리에 서있던 그것은, 샌드맨의 카지노였나.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난 내 머리를 마구 휘저었다. 오만 가지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역시 내가 이곳에 일찍 왔더라면...
"어이, 이봐! 집중 안 해?"
"어, 아니... 미안. 어디까지 얘기했지?"
카요코가 내 주의를 집중시키지 않았다면 그대로 대화의 흐름을 놓칠 뻔했다. 그래, 지금은 집중해야지.
"어? 그런데 카지노엔 어떻게 들어가? 우린 어른 아니잖아."
"듣고보니... 그건 방법이 있는거야?"
이로하가 상당히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확실히 그건 문제...
"저기... 사람 면전에 총을 쏘고 폭약을 터뜨리는 곳에서, 그런 법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아하."
... 가 되지 않나보다. 하루카의 답에 난 왠지 납득했다.
"하여튼 일단 샌드맨이랑 접선하는 게 중요한데... 당연히 직접 사무실로 찾아간다는 선택지는 불가능해. 네프티스 같은 거래처가 아니면, 문을 열어줄리 없으니까. 누구 좋은 생각 있는 사람?"
카요코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흐음... 역시 이게 문제인가."
카요코는 자기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하긴 쉬운 일이 아니니 그럴만도 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샌드맨이라는 작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그녀가 우리를 만나고 싶게 될만한...
"아!"
"어? 뭔가 방법이 있어요?"
내가 눈을 번뜩이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그래, 아주 좋은 방법이 있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었다. 아비도스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
물론 리스크가 컸지만, 충분히 시도해볼만 했다.
"... 진짜 그렇게 하자구요?"
"미쳤어?"
"역시 외부인을 데려오는 게 아녔는데?"
"이로하는 재밌을 것 같아! 하지만 그건 나쁜 짓 아냐?"
만마전의 모두는 매우 회의적인 시선이었지만,
"음... 하루카는 어때?"
"... 카요코 씨는요?"
"알면서 물어?"
탐정과 그 조수는 조금 달랐다.
"어? 진짜 하게?"
"평소에 더 정신나간 짓도 많이 하거든요, 그 정도면 뭐 해볼만하겠네요."
"그렇다면 좋아, 언제 하는 게 좋을까?"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탐정들은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한편, 카지노의 최상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에서는 두 사람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게헨나 쪽에서 방문객이 왔다고?"
"어, 그것도 만마전이 온 모양이야."
안대를 쓴 소녀는 소파에 앉은 소녀에게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었다.
"그래... 뭐 상관없어. 어차피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
소녀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묶어올리고 방탄조끼를 입은 그 모습은, 군림하는 자라기보단 싸우는 자에 가까웠다.
"그 누구도 내 왕국에 손끝 하나 못 건드려, 샌드맨이 여기 있으니까."
그녀는 익숙하게 방패와 샷건을 챙겨 밖으로 향했다.
"잠깐, 어디 가는 거지?"
"그냥 순찰이야. 옛날엔 자주 했잖아."
"그래... 그랬지, 좋은 시절이었는데."
한숨을 쉬며 소녀가 안대를 벗자, 거기에는 반대쪽 눈동자와 색이 다른 빛바랜 눈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밖으로 향하는 샌드맨의 등을 보며, 그녀는 혼자 되뇌었다.
"최강이 되어버렸구나... 이 저주받은 땅, 아비도스에서."
샌드맨의 유일한 친우, 아사기리 스오우는 그날 이후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다시금 느꼈다.
*****
이제 본격적인 아비도스 에피소드의 시작입니다.
게헨나 위주의 소설인데 아비도스라니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시작입니다.
선생은 뭘 계획한 걸까요?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걸겁니다.
재밌으면 댓글 하나씩만... 되게 힘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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