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 인수
사실을 공식화하며 미국 정부가 인텔을 "완전하게 소유 및 통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텔의 지분 0%에 해당하는 89억 달러를 투자한 미국 정부는 8.92% 지분을 보유한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대주주를 제치고 인텔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트럼프는 역시 장사꾼이다. 트럼프는 인텔에 투자를 단행하기 한달 전
미리 밑밥을 깔았다. 립부 탄 인텔 CEO가 과거에 몸 담았던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에서 중국의 군 현대화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중국 대학 등에 기술을 이전했다는 루머를 거론하며 인텔 CEO를 즉각 사임해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인텔은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 "인텔, 이사회, 그리고 인텔 CEO인
립부 탄은 미국 국가 및 경제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데 헌신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맞춰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선도적인 로직 공정 개발에 투자하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미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며칠 후 립부 탄이 트럼프와 면담을 가진 후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인텔 CEO, 립부 탄은 트럼프 대통령과 인텔의
미국 기술 및 제조업 리더십 강화에 대한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영광을 가졌습니다. 인텔은
대통령이 이러한 중요한 우선순위를 추진하기 위해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에 감사하며, 위대한 미국
기업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인텔은 미국의 지분 인수를 “미국 기술 및 제조업 가속화를 위한 역사적
협약 체결, 기술 및 제조업 리더십 강화”라고 평가했지만
언론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을 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기사를 썼다. 트럼프의 정치적 이벤트라는 시각이다.
이번 89억 달러 투자는 사실상 이미 CHIPS법에 따라 지급될 예정이었던 지원금을 지분 투자 형태로 바꾼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투자 재원은 기존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서 지급 예정이던 57억
달러 보조금과 ‘시큐어 앙클레이브(Secure Enclave)’ 프로그램
지원금 32억 달러로 구성된다. 이미 지급된 22억 달러와 합쳐, 인텔이 확보한 정부 지원금 총액은 111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정부는 주식도 시가보다 17.5%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다.
인텔의 진짜 문제는 고객 확보라는 게 로이터의 시각이다. 인텔이 차세대
공정(14A, 18A)을 안정적으로 돌리려면 대형 외부 고객(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
미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되지만 이사회 의석은 확보하지 않았다. 대신
제한적 예외를 두고 주주총회 투표에서 회사 측과 같은 방향으로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대주주 참여가 기업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하다.
총 89억 달러 규모의 이번 투자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시장 직접 개입으로 향후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ImageFX
인텔, “세계 최고 기술 미국에서 만든다”
인텔 CEO 립부 탄은 “인텔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최첨단 로직 연구개발과 제조를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이라며 “미국 정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미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 역시 “미국이 인텔의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라며 “AI와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지분 투자는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 ‘수동적 투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정부는
5년간 인텔 파운드리 지분율이 51% 아래로 떨어질 경우,
주당 20달러에 5% 추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인텔은 1968년 창립 이후 미국 내 R&D와 제조에 집중해왔다. 최근 5년간 미국에만 1,080억 달러의 설비 투자와 790억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현재 애리조나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며, 올해
안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CEO 취임 이후 탄은 재무 구조 안정화, 실행력 강화, 엔지니어링 중심 문화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부 투자는 인텔의 장기 전략과 맞물려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자립에 결정적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에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지원 메시지도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인텔과의 오랜 협력은 미국 혁신의 상징이며, 공급망 강화는 향후
기술 발전의 핵심”이라고 평가했고 마이클 델 델 테크놀로지스 CEO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회복은 업계 전체의 사활적 과제이며, 인텔은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엔리케 로레스 HP CEO는 “인텔과의
협력 강화는 향후 혁신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할 것”이고 맷 가먼 AWS CEO는 “반도체는 AI와
클라우드의 핵심 기반으로, 인텔의 역할은 국가적 안보와 기술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인텔 지분 투자의 역사적 의미
이번 인텔 지분 매입은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미국 정부가 최초로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지분을 확보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부상에 대응해 미 정부가 무역 제재와 규제
중심으로 움직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직접 지분을 확보하는 ‘국가적
주주’ 전략을 택했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를 석유·핵무기와 같은 전략 자산으로 간주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냉전 시대 군수 산업을 기반으로 한 국방 연구 투자 이후, 21세기
들어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제도화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투자는 TSMC와 삼성전자에 의존하던 글로벌 첨단 파운드리 공급망을
다극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인텔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면, 글로벌
고객사들이 ‘중국·대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 생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첨단 반도체(3nm 이하) 시장은
사실상 TSMC와 삼성 양강 체제다. 그러나 인텔이 정부
자금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면, 3강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가격·기술·납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서버, 클라우드, 국방·안보용 칩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면 인텔의 시장 지위가 크게 강화된다. 이는 곧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미국 기업 우위를 뒷받침할 수
있다.
미국의 대규모 지원책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본격화한다. 중국은
독자적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며, 한국·대만·유럽 역시 자국 내 생산 투자 유치 경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세계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분업에서 블록별 자립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텔 지분 매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닌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주권화’를 본격 선언한 사건이다. 중국, 대만과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직접 자본을 투입해 자국 공급망을 지탱하는 구조는 앞으로 반도체
업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view_times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