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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뼈형제가 프리스크 키우는 소설 -8-

ㅃㅂㅎ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4.21 22:17:17
조회 4073 추천 88 댓글 30
														

저자 LeiaLibelle
원제 Puzzles might be fun if you tried them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205647


* 번역 지적은 언제나 환영한다.


1-2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88663
3-4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92633
5-6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08974
7-8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18762
9-10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31889
11-12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45127
13-14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49817



퍼즐도 해 보면 재밌을 거야


파피루스는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끊임없이 누굴 죽이려는 아이를 키우기는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15.



  너와 샌즈는 이내 어느 황량한 빈터에 다다라 멈춰선다. 너희 앞엔 눈에 익은 키 큰 해골이 있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지만 이 부근에선 눈이라도 성글다. 찬 공기를 들이쉬느라 목과 허파가 얼얼한 탓에 말 꺼내기 앞서 숨을 고른다.


  파피루스가 돌아본다. 잔뜩 긴장해 굳어 있던 너의 어깨가 조금 풀린다. 괜찮아 보인다. 늦지 않은 것 같다. 너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살짝 웃는다.


  “인간? 형? 여긴 무슨 일이야?”


  파피루스가 다가오며 묻는다. 당황한 것 같지만 무사해서 다행이다. 잔소리라도 하려나 보지만 지금 넌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왔다. 너는 꽃을 잘 알기에 아직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꽃이 아직 안 나타난 것도 이상하다. 네가 파피루스를 찾아올 줄 뻔히 알 텐데, 왜 여기까지 올 동안 가만히 있었을까?


  혹시 너와 샌즈가 찾아오도록 일부러—


  “샌즈!”


  조심해. 말을 맺을 틈이 없다. 뭔가 다리를 둘둘 감고 잡아채서 너를 넘어뜨린다. 너는 바닥에 호되게 머리를 찧고 괴로워 신음한다. 잠시 눈앞이 아득해진다. 무릎 짚고 일어나서 다시 보니 눈밭에 기어다니는 것들이 있다. 뱀 수십 마리가 너를 에워싼 것 같다. 아니, 뱀이 아니다. 덩굴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샌즈까지 묶여 있진 않아서 조금은 안도하며 한숨을 쉰다. 네가 말하지 못한 위험까지 눈치채고 그새 피한 것 같다. 그러나 형만큼 경계하고 있지 않던 파피루스는 길고 가는 덩굴뿌리에 두 다리가 친친 감겼다. 떨쳐내려 하지만 한 가닥을 뿌리치면 다른 가닥이 기어올라 도로 감긴다. 얼마 안 가 팔까지 옭매이자 꼼짝하지 못한다.


  “뭐야? 형 장난 아니지?”


  조심하라고 말할 새도 없이 뭐 노란 게 꼬물거리는가 싶더니 너와 파피루스 사이에 작은 꽃이 툭 튀어나온다.


  “안녕! 다들 모였네! 정말 가슴 따뜻한 만남이야.”


  플라위가 해맑게 웃는다. 너는 이를 악문다. 네 발은 여전히 덩굴에 묶여 있어 움직이지 않는다. 뿌리치려 버둥거릴수록 플라위의 웃음은 더 커지고 징그러워진다.


  “아쉽지만 다 죽어줘야겠어.”


  “인간! 저게 무슨 말이야?”


  “아, 저런! 너 쟤네한테 내 얘기 안 했지? 참 나쁜 아이야. 조심하라고 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미움 받기가 너무너무 무서웠나 봐. 이제 바로 너 때문에 다 죽는 거야! 전부 네 잘못이야!”


  플라위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너는 사납게 꽃을 노려보며 더 꽉 이를 악문다.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쟤 말이 맞다는 거 너도 알잖아? 네 소중한 해골 친구들한테 이야기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는데 너는 하지 않았어. 너는 미래에 일어날 나쁜 일들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다 괜찮다는 시늉만 했어. 넌 그런 아이야. 도망칠 줄만 알지.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너는 발에 감긴 덩굴을 잡고 힘주어 뜯는다.


  “나랑 싸우자는 거야? 너 역시 ‘다른 애’였네. 친구 좀 생기니까 영혼 도로 갖고 싶어? 진짜 한심하다.”


  덩굴 하나가 위로 솟아 뭔가 날려 보낸다. 너는 막으려고 팔을 들지만, 맞추려고 날린 게 아니었는지 발밑에 툭 떨어진다. 네가 잘 아는 물건이다. 이제는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그 날 샌즈가 뺏은 네 장난감 칼이다. 너는 잠시 플라위를 쳐다본다. 왜 이걸 돌려주나 짐작이 가지 않지만 저 꽃 머릿속은—머린지도 모르겠고— 알려고 해 봤자 소용 없을 거다. 너는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칼을 든다. 플라위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른다.


  “좋았어! 나랑 싸우자!”


  너는 달린다. 눈밭에 발 빠지는 게 답답하다. 플라위가 네 발을 향해 덩굴을 뻗는다. 너는 한 끗 차로 피해 가며 칼을 치켜들고 계속 달린다. 몇 발짝만 더 가면 잡겠다!


  “하지 마!”


  눈 깜짝할 새 파피루스가 나타나 두 팔을 벌리고 플라위 앞을 가로막는다. 너는 그대로 멈춰 선다. 여전히 치켜든 손은 뒤에 있는 작은 꽃을 찌르기 직전이었다. 너는 고개 들고 파피루스의 눈치를 살핀다. 올곧은 눈길이 되돌아온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저러지? 아직도 플라위가 친구인 줄 아나? 바로 전에 공격 당했으면서! 파피루스라도 그 정돈 알 텐데! 너는 화나서 소리친다.


  “쟨 나빠! 친구가 아니야! 널 죽이려는 거야!”


  “그래도, 그게 정말이라도 죽이면 안 돼!”


  너는 이를 악문다. 이해를 못 하나 보다! 돌아서 지나가려 하지만 파피루스도 따라오며 막는다. 샌즈는 안 말리고 뭐 하는 거지? 뒤돌아보자 그저 걱정스런 얼굴로 너희 둘을 보고 있다. 둘 다 쓸모없다. 너 스스로 해야겠다!


  “죽일 거야!”


  “죽이지 마!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가르친 게 뭐라고 생각해? 폭력으론 아무것도 좋아지지 않아!”


  파피루스는 단호하기만 하다. 설명할 시간이 없는데!


  “쟨 달라!”


  “들어봐, 인간. 도저히 싸울 수밖에 없는 것 같을 때도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래도 다른 방법은 있어! 최선을 다해 봐! 안 그러면 예전의 너로 돌아가는 거야!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데! 나는 네가 다른 방법을 찾을 거라고 믿어!”


  파피루스는 침착하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칼을 쥔 손이 떨린다. 듣지 마. 플라위가 얼마나 나쁜지 너도 알잖아! 쟤네 구하고 싶지 않아? 플라위를 안 죽이면 네 친구들이 죽어! 파피루스는 너무 순진해. 너도 알잖아. 죽일 수밖에 없어!


  너의 손이 주춤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른다. 싸우는 것 말고 방법이 있다고? 너 같은 애가 그런 걸 찾을 수 있을까? 너는 너를 못 믿는데. 너는 아무것도 스스로 할 줄 모르는데. 그런데 파피루스는 네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너를 믿는다.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냐. 너는 못 해. 너는 강하지도 못하고, 이 퍼즐에서 다른 답을 찾지도 못해! 플라위를 죽여야 해. 이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파피루스한텐 나중에 사과하면 돼. 전에도 용서해 줬잖아. 이번에도 용서해 줄 거야. 정말로 어쩔 수가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 되잖아. 너는 그러려던 게 아닌데 나한테 조종 당했다고 할 수도 있잖아. 쟨 순진하니까 다 믿어 줄 걸. 샌즈는 안 믿어 줄지도 모르지만 이제 너랑 친하기도 하고, 자기들 지키려고 그랬단 거 이해해 줄 걸.


  괜찮지 않아? 플라위만 사라지면 아무 걱정할 게 없어. 내가 네 몸을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 다른 괴물들이 너한테 복수하러 오더라도 파피루스랑 샌즈가 지켜 줄 거야. 그 파란 괴물도 결국 널 해치지는 못해. 다 잊어 버려! 파피루스, 샌즈랑 같이 있기만 하면 넌 행복해질 수 있어. 퍼즐 풀고 눈싸움 하고, 맛없는 스파게티 실컷 먹을 수 있어.


  그래. 넌 행복해질 수 있어. 그러니까 죽여. 저 꽃만 죽이면 돼. 다시는 못 움직일 때까지 콱콱 찔러. 쟤 엄청 나쁘잖아. 죄책감도 느낄 필요 없어. 저거만 죽이면 다 괜찮아질 거야. 언제나 꿈꿔 왔던 것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그게 네가 바랐던 살—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걸 바랐던 게 아니야. 그건 ‘사랑’이 아니야!




  너는 팔을 떨어뜨린다. 파피루스가 미소 짓는다. 너는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기로 했다. 너는 파피루스가 믿는 대로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다. 이 퍼즐에서 다른 풀이법을 찾아낼 거다. 너는 녀석에게 조금은 어색한 웃음을 되돌려 준다. 파피루스의 웃음이 더욱 밝아진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너는 할 수……”


  뒷말을 기다리는데, 이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 듯 온 세상이 조용하다. 파피루스는 입을 벌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 너는 가만 있는다. 그러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다.


  파피루스의 가슴이 붉어지더니, 가늘고 가시 돋친 것이 기어 나온다. 해골은 서서히 무릎 꿇는다. 눈 위에서 소리는 나지 않는다.


  깔깔대는 웃음만이 또렷하다.


  “멍청이들. 아직도 몰라? 이 세상은…… ‘죽거나 죽이거나’야.”




16.



  “파피루스……?”


  너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사실이 아닐 거다. 이럴 순 없다.


  샌즈가 뭐라고 외치며 네 쪽으로 달려오려 하지만 곧바로 거대한 덩굴에게 공격 받느라고 너와 동생에게 닿지 못한다. 화내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상관 없다.


  가슴을 뚫은 덩굴이 빠져나가자 파피루스는 네 앞으로 쓰러진다. 오로지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나 보다. 땅에 쓰러지기 직전에야 겨우 네 팔이 올라가 붙잡는다. 생각보다 가볍다. 잡고 있으니 갑자기 너무 약해 보인다. 부서질 것 같다.


  “인간, 저 꽃……. 죽이지 마.”


  늘 듣던 크고 씩씩한 목소리가 아니다.


  “이유가 있었을 거야. 없었다 해도, 죽이지 마. 다른 방법은 언제나 있어……. 누구든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 그걸 가르쳐줄 사람만 있으면!”


  네 어깨에 의지한 채, 흔들림 없는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네 눈을 똑바로 들여다본다.


  “너는 할 수 있어! 난 너를 믿어! 너는…… 괜찮을 거야…….”


  찬바람 한 줄기 얼굴에 끼치더니 파피루스가 없다. 품에 쏟아지던 먼지는 이내 바람 따라 흩어지고, 눈 위의 붉은 얼룩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럴 순 없다.


  너는 눈을 감는다. 이 눈을 다시 뜨면 제발 다 원래대로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속이 메슥거린다.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온갖 기억이 머릿속을 휙휙 스친다. 까만 팬케이크를 자랑스레 내밀던 파피루스. 손 다친 건 넌데 저 혼자 넋이 나간 파피루스. 한밤중에 잠 못 들면 옆자리를 지켜 주던 파피루스. 웃으며 눈덩이를 던지던 파피루스. 퍼즐을 다 풀면 칭찬하며 안아 주던 파피루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기억할 수밖에 없는 기억들도 밀려든다. 네 칼에 찔려 먼지가 되던 파피루스. 아주 잠깐 더 남아 있던 얼굴. 수도 없이 다시 말한 똑같은 격려. 절대로 사람을 믿어 주길 그치지 않았다. 절대로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끔찍한 짓을 했던 너라도.


  이대로 잃을 순 없다. 네가 할 수 있는 게 무언가는 있을 거다. 그냥 리셋이라도……


  맞아. 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괜찮아질 거다. 네가 잊힌대도 상관 없다. 제발 파피루스가 무사하면 좋겠고 살아나면 좋겠고—


  “약해! 뭐 이렇게 금방 죽는대. 싸우려고 하지도 않다니!”


  너는 플라위를 매섭게 노려보지만, 그럴수록 놈의 웃음은 더 커지고 더 악랄해진다. 꽃은 마치 네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한다.


  “설마 리셋하려는 건 아니지? 그거만큼 멍청한 짓도 없을 걸. 내가 이 약해빠진 애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친했는데? 아무리 조심시켜 봤자 내가 오라면 언제든지 올 걸. 그리고 리셋해 봤자 내 기억은 못 없애.”


  맞는 말이다. 게다가 이젠 너 스스로 리셋하고 싶어도 못 한다. 플라위는 거기까진 모르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의지를 되찾고 리셋을 한다 해도 플라위를 늦기 전에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 죽일 수는 있지.


  “샌즈, 도와 줘.”


  너는 조그맣게 말한다. 바람 소리 너머로 들리기나 했을까. 너는 칼을 들고 일어선다. 플라위는 재미있다는 듯 쳐다본다. 너와 싸운다는 게 뿌듯하고 자신 있나 보다. 잠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샌즈가 네 쪽으로 한 발 내딛자, 플라위가 샌즈에게 또 덩굴을 날린다. 너는 칼을 던진다. 칼은 긴 가시 사이로 박혀 굵은 덩굴을 땅에 꽂는다. 플라위는 앗 하고 놀라며 덩굴을 휘젓지만, 소용 없다. 너는 그리 가서 덩굴이 끊어질 때까지 칼을 쑤셔 넣는다. 샌즈는 말없이 너를 지켜본다. 표정이 왠지 괴로워 보인다.


  “꼬맹아…….”


  너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 돌린다. 얼굴을 마주볼 자신이 없다. 지금 일은 전부 네 잘못이다. 샌즈는 너를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너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 너는 플라위를 막아야 한다. 그것만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너는 칼을 꽉 잡고 작은 꽃을 노려본다. 샌즈가 네 곁에 와서 선다. 다행히 도와주려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네가 파피루스를 죽였을 때와는 다르다는 걸, 플라위를 죽인다고 동생이 돌아오진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 도와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친구를 의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힘껏 내달린다. 눈 아래 긴 덩굴 세 줄기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너를 노린다. 주춤하는 사이 뭔가 번뜩인다. 덩굴마다 굵은 뼈가 꽂혀 있다. 샌즈가 벌어준 틈을 타고 플라위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두른다.


  헛방이다. 땅속으로 사라졌다. 재빨리 주위를 살피지만 흔적도 없다. 돌연 등이 확 밀쳐진다. 넘어지고 보니 머리 위로 꽃잎 같은 알갱이가 날아가다 눈밭에 꽂힌다. 샌즈가 지켜줘서 역시 정말 다행이다. 일어나 꽃잎이 날아온 쪽으로 뛴다. 노란 자취를 보자마자 내찌르지만 그 순간 굵은 덩굴이 울타리처럼 솟아나서 칼이 끼어 버린다. 두 손으로 잡고 매달려서 뽑느라 또 놓쳤다. 저 죽이라고 가만 있을 녀석이 아니다. 너는 숨을 고르면서도 눈으로는 작은 꽃을 찾아 주위를 훑는다. 샌즈가 말없이 옆에 다가온다. 너는 마주보지 않는다.


  앞쪽 조금 떨어진 데서 플라위가 튀어나와 교활하게 웃는다.


  “드디어 제대로 싸우네! 멍청이. 그래도 나한텐 못 이겨. 날 죽여 봤자 이 결말에 만족할 순 없잖아? 어차피 다시 시작할 거고, 그럼 나도 돌아올 거야.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언제든지 돌아와서 네가 망상하는 ‘행복한 가족’을 부숴 줄 거야. 네가 우릴 방해하지 않을 때까지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술 거야. 알아 들어? 너는 절대로 우릴 못 이겨!”


  너는 입술을 깨문다. 왜 그래? 왜 말을 못 해? 아 맞다. 맞는 말이니까 아니라곤 못 하지. 너 스스로는 이걸 해결하지도, 네가 바라는 행복한 삶을 만들지도 못한단 거 너도 알잖아. 괜찮아. 내가 도와 줄게. 정말 쉬워. 어딜 찌르면 죽는지 내가 다 알려 줄게. 너는 그거밖에 할 줄 모르잖아? 돌아오면 돌아올 때마다 다시 죽이면 돼. EXP 올리고 LOVE 올리면 방해되는 건 뭐든지 없애 버릴 수 있어. 그러면 우리는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우리가 할 수 있어.


  자, 몇 발만 더 앞으로 가. 칼 꼭 잡고. 잘못된 것들 고치고 싶지? 저 꽃만 죽이면 다 괜찮아.


  너는 서서히 심호흡을 한다. 다시 눈을 감으니 파피루스 얼굴이 보인다.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흔들리던 생각들이 하나둘씩 가라앉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제는 괜찮을 것 같다. 모든 게 다 분명해졌다.


  발걸음을 옮긴다. 샌즈가 문득 네 팔을 잡으려는 듯이 손을 뻗지만, 네가 마주보자 그대로 멈춘다.


  “괜찮아.”


  한 마디 하고 너는 다시 돌아선다.


  “내가 어떡해야 하는지, 이제 알겠어.”


  샌즈는 대답하지 않는다. 너는 다시 플라위를 본다. 너는 이제 너를 믿는다.


  너는 의지로 가득 찼다.











댓글 달아 주는 놈들 고맙다. 분발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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