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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75 "벌금 700만 원"

김유식 2010.06.30 09:54:19
조회 9012 추천 2 댓글 35


  12월 10일. 목요일.


  두식이가 출소하여 다섯 명이서 자니 한결 편하다. 중간에 깨는 일도 없이 떡잠을 잤다. 기상 점검 후 책을 읽다가 아침으로 어묵국이 나와 연두부는 생략하고, 어묵만 몇 점 먹었다. 오전 점검 마치고는 도서 반출에 대한 보고전을 써서 내고 다 읽은 책 12권을 내보냈다. 어제부터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도서수량이 줄었다. 그전에는 개인당 보유 수량이 30권이었으나 이제 20권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내 앞으로 들어온 책 수는 잡지가 9권, 일반도서가 18권이니까 반출하지 않으면 더 책을 받을 수가 없다. 오늘 12권을 반출했어도 남은 책이 6권이다. 잡지는 다 사라졌으니 현재 보유 도서 수는 15권. 잡지는 다 읽으면 그냥 버렸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것 같다. 신동아와 월간조선 12월호는 4방에 빌려줬으니 다시 받아서 제대로 폐기 또는 기증신고를 해야 할 듯하다.


  한 시간 가량 책을 읽다가 편지를 쓸까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인터넷서신과 등기우편, 신문이 들어왔다. 인터넷서신 중에는 직원과 동생이 쓴 것 외에도 어제 출소한 두식이의 것도 있었다. 두식이는 어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벌금형은 예상했지만 벌금 액수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두식이는 내가 시킨 대로 은미정 식당에서 해장국을 먹으려고 하였으나 고모에게 전화를 하니 고모가 출소 기념으로 한 상 잘 차려놓았다고 해서 고모네 가서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편지 보내겠다고도 쓰여 있었다. 등기우편은 아내가 보낸 편지와 연하장 12장, 그리고 우표다. 연하장이 부족해서 구치소에서 구매한 것 외에도 아내더러 좀 더 보내달라고 했었다.


  이름이 김선옥이라 오케이라는 별명을 가진 직원과 정두식에게 답장을 썼다. 아내에게도 답장을 쓰고 있는데 점심 배식시간이 됐다. 점심은 소고기 무국에다가 오이양파 무침이라서 연두부는 이번에도 생략. 오전에 두유를 하나 마셨으니 연두부는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이재헌 사장이 소고기 건더기도 많이 퍼줬다. 식사 후에는 누군가가 잘라놓은 사과 반쪽을 먹고 장오가 빨래를 해준다기에 빨래거리를 맡겼다. 다음에 장오 빨래를 내가 해 주면 된다.


  조용히 앉아서 배달된 신문을 읽고 있으려니 최근 매일경제가 그다지 볼 기사가 없다. 뭐 주식질도 하지 못하니 매일경제를 읽고 있는 것이 오히려 고역이다. 매일경제 구독을 중앙일보로 바꾸어야겠다고 말하자 이재헌 사장이 자기가 하나 신청하겠다면서 중앙일보를 신청한다. 신문은 한 달에 두 번 신청할 수 있는데 마침 오늘이 신청일이다. 월말에 신청하면 다음 달 한 달 구독신청이 되고 중순에 신청하면 월말까지 구독신청이 된다. 만약 출소나 이감을 가면 그만큼 구독료를 돌려준다.


  창헌이가 빨래를 탈수기에 넣고 돌려서 가져왔다. 오후 한 시가 넘으니 신입이 전방 올 일이 없다. 오늘도 떡잠을 잘 수 있다. 조선일보 간지에 떡에 대한 특집기사가 나왔기에 떡 사진을 몇 개 오려냈다. 나는 떡볶이 외에 떡을 먹는 일이 거의 없지만 아내는 그럭저럭 떡을 잘 먹는다. 떡 사진은 아내에게 보낼 편지에 붙여서 보내야지.


  오후 2시부터 운동시간인데 보슬비가 내렸다. 운동이 취소될 줄 알았는데 “운동!” 소리가 들린다. 복도로 나가니 교도관이 비가 온다고 웬만하면 나오지 말란다. 우리 방 사람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운동하려는 죄수들이 몇 명 안 된다. 7방 봉사원인 김두형 사장 뒤에 붙어서 22바퀴를 뛰고 7방의 사기&횡령범인 진모 씨와 여행업 이야기를 하다가 들어왔다. 일기와 편지를 쓰자니 접견이 올 것 같아서 신문을 읽고 있다가 접견이 들어와서 나갔다. 부사장과 신모 사장이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 들어와서 또 편지를 쓰려니 오후 4시가 넘어서 애매하다. 부사장과 아내의 인터넷서신을 받고 남는 시간에 편지 봉투에 미리 내 주소와 우표를 붙여뒀다.


  오후 점검 후 저녁 식사시간. 목요일 저녁은 두부조림과 잡채, 그리고 두부가 들은 청국장향 맹탕 찌개이기에 이번에도 연두부는 먹지 않았다. 탄수화물 섭취는 화요일, 금요일 아침의 떡국일 때하고 토요일 점심의 수제비, 그리고 목요일 저녁의 잡채 정도다. 열심히 살을 빼야지~ 식사 후에는 창살운동을 하고 다른 죄수들이 TV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는 동안 편지와 일기를 썼다.



  12월 11일. 금요일.


  어제는 낮잠도 안 잤는데 그리고 또 졸리기도 했는데 막상 자려니 잠이 오지 않아 자정까지 책을 읽었다. ‘법조계 이야기’를 읽고 있는 중이었으나 7방에서 진모 씨가 ‘인도 100배 즐기기’와 ‘론리 플래닛 인도편’을 빌려줬다. 빨리 읽고 돌려주어야겠다. ‘콜디스트 윈터’를 읽다가 빌려온 ‘십팔사략’을 읽었기 때문에 ‘콜디스트 윈터’는 반 정도 읽은 채로 남아 있다.


  기상 후 점검, 점검 후 떡국으로 아침을 먹고 이재헌 사장과 장오는 출정 준비를 했다. 출정자가 둘이나 있고 창헌이는 출력이라 설거지는 내 몫이 됐다. 간만에 하는 설거지지만 밥 먹는 사람이 넷 밖에 없어서 설거지할 식기도 얼마 없고 이제는 추워서 고무장갑을 끼고 하니 한결 수월하다.


  창헌이는 장오에게 여자친구에게 아무래도 구속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장오가 부탁을 드려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알려줄 테니 접견 오는 창헌이의 여자친구를 통해 전화를 해서 자신의 사정을 말해 달라는 이야기다. 창헌이가 알았다고 하고 전화번호를 받아갔다.


  이재헌 사장은 장오더러 오늘 법정에 가서 추가 건이 있으면 사건이 더 있다고 하고 판사더러 재판을 연기시켜 달라고 말하도록 했다. 장오 말대로 자해 보험사기 건이 또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한창 재판을 하다가 사건이 추가 되어 병합되는 것보다는 아예 미리미리 병합시켜서 한 번에 재판을 받는 것이 선고형량이나 재판진행에 좀 더 낫다고들 한다. 그런데 만약 장오가 추가 사건이 있다고 한 것이 거짓말이고, 더 추가 사건이 뜰 게 없으면 그대로 속행을 해야 한다. 장오의 기소 내용대로라면 세 번 만에 선고공판까지 끝내게 된다. 어차피 죄도 죄 같지도 않은 PC방비 내지 않고 도망간 것이라서 실형이 나올 리는 없다. 장오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장오의 머리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뜨거운 물 받아놓은 게 많이 남아 머리도 감고, 미니샤워도 하고 면도도 했다. 면도 후 앞머리 쪽에 꼬불꼬불한 흰머리 하나가 눈에 띄어 장오에게 뽑아달라고 구치소에서 만든 족집게를 내밀었더니 멀쩡한 검정 머리카락을 뽑아댄다. 진짜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어제는 무속 일을 하시는 어머니께 연하장이라도 하나 쓰라고 내밀었더니 싫단다. 아주 특이한 놈이다.


  - 계속 -

 세 줄 요약.

1. 재소자 도서 보유량이 줄었다.
2. 두식이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3. 이재헌 사장과 장오는 출정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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