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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없어도 합법, 완강기 무용지물…'안전 사각지대'된 숙박업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27 17:06:17
조회 5769 추천 1 댓글 6
2018년 6층 이상 설치 의무에도 예외 적용
정상작동 15%, 부실 점검도 논란
"'화재 예방이 이익' 홍보…점검 강화해야"


[부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에서 현장감식에 앞서 논의하고 있다. 2024.08.23. amin2@newsis.com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하면서 준공 수십년이 지난 노후 숙박시설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호텔엔 스프링클러 설치가 돼 있었지만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완강기가 있었음에도 투숙객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면서 피해는 더 커졌다. 파이낸셜뉴스는 화재 관련 법률과 숙박시설의 안전 관련 매뉴얼 상 문제가 없는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파이낸셜뉴스]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경기도 부천 호텔의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4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발화 지점에 있는 투숙객을 몸소 구조할 방안은 없었다고 한다. 이날 한 소방 관계자는 "도착하자 마자 이미 자욱한 연기가 8~9층 창문에서 나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호텔에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을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가 일정 온도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물이 분사되고, 시설 운영자가 이를 조기 감지해 소방당국에 더 빨리 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 숙박건물 스프링클러 안 달아도 '합법'
27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숙박시설 화재는 총 1843건이다. 연평균으로 369건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모텔 화재는 전체 35%로 가장 많았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708건, 부주의 654건 등이었다. 문제는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건물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소방시설법 상 숙박시설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지난 1992년 지상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에만 적용되다가 2022년 12월에야 전체로 확대됐다. 다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소급적용을 받지 않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지킬 필요가 없다. 화재가 난 부천 호텔은 9층짜리 건물이지만 지난 2004년 준공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숙박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체 화재 발생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시설도 구축은 스프링클러 설치에 예외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 단지 4만4208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만5388곳(34.8%)에 불과했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 수단인 완강기도 부실함이 이번 화재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번 화재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두 명이 사망했고 완강기의 경우 사용법이 숙지 되지 않아 이를 이용해 탈출한 투숙객은 없었다.

아울러 소방시설 점검 측면에서도 부족한 측면이 확인됐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1~24년 작성된 '부천 호텔 화재 소방시설 등 자체 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엔 최근 4년간 해당 호텔의 소방시설 지적 건수는 총 28건으로 기재돼 있다. 호텔이 소방시설법에 따라 1년에 최소 1번 자체적 진행한 소방시설을 점검 결과를 기록한 것.

채 의원은 "소방시설 작동점검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량이 지적된 상황"이라며 "화재 조사 과정에서 비상구 유도등, 감지기 등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가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치된 건물 10곳 중 1.5곳만 작동
스프링클러 설치와 완강기 이용법을 알려도 화재 피해를 완전이 줄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상 작동 유무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서 스프링클러 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2만3401건 중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경우는 15.6%(3656건)에 불과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오래된 숙박시설에 대한 스프링클러 등 화재진압장비 설치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해 이같은 내용의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사고 직후 노후 숙박시설에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시설 관계자들이 2027년 말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소방시설을 설치하면 오히려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부 비용을 지원해 주더라도 영업주 입장에서 설치로 인한 비용뿐만 아니라 설치 기간 영업 중지 등 손해가 크기 때문에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소방시설 설치가 이익이라는 계도 노력을 펼쳐도 안 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년 소방점검시 스프링클러 헤드 작동 이전인 펌프까지만 실험하기 때문에 오작동 확률이 높다"며 "스프링클러 작동까지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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