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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14화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0 22:01:28
조회 577 추천 1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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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6)


승호와 호민은 해경이 제대로 뛰지 못하는 걸 빠르게 확인한 후, 호민이 해경을 업고 승호가 호민을 엄호하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주차장 밖에는 두 사람이 타고 온 트럭 한 대가 있었다. 시동도 꺼뜨리지 않은 터라 차에 올라타자마자 승호는 페달을 밟았다.


해경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백미러를 통해 멀어지는 센터를 바라봤다. 그곳에 한순간 희나의 형상이 스쳤지만, 이상하게도 희나는 이쪽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공간에 묶인 거지.”


승호가 해경의 시선을 눈치채고 말했다. 해경이 승호를 쳐다봤다. 승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초자연현상으로 변질된 인간이 가장 먼저 잃는 건 자유야. 어떤 자유가 사라지는지는 각자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저곳에선 기본적으로 행동 반경에 제약이 생기는 것 같더군.”


“저곳을…… 알고 계시는 건가요?”


“그럼, 알다마다. 네가 예측예지예언 팀 외근부란 것도 알고 있지.”


승호의 말에 해경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기 옆에 앉은 호민에게 시선을 옮기자, 호민은 해경에게 무심하게 시선을 던지더니 다시 바깥을 쳐다봤다.


“너무 걱정하진 마라. 당사 내에서도 외근부의 존재라는 아는 건 많지 않으니까. 일단은 네 비밀을 지켜줄 생각이야.”


“…….”


해경은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초자연현상처리반의 직원, 그것도 정직원과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정직원이 외근부를 알고 있었다. 구조 요청을 받고 왔단 시점에서 그 사실은 당연했다.


“궁금한 게 많을 텐데, 하나씩 답해주지. 난 그쪽 사람들과 달리 친절하니까.”


“야, 네 부사수가 울겠다.”


승호의 말에 호민이 피식 웃으며 비꼬았다. 승호는 대꾸하기는커녕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머쓱해진 호민은 기가 죽어서 말했다.


“농담도 못 하냐.”


“제가 보낸 구조 요청을…… 받아서 오신 건가요?”


“우리는 제보를 받았다. 영성 치료 보호관찰 센터에 누군가가 탈출하려 한다고 말이야. 본래라면 구출처리복원 팀의 소관이지만, 굳이 대응제거적출 팀에 제보가 들어왔다는 건 의미가 뻔했지.”


“다름 아닌 그 영성 치료 보호관찰 센터였으니까.”


승호의 말에 호민이 덧붙였다. 해경은 어쩐지 자기가 나선 일이 조사가 아닌 다른 목적이 아닐까 싶었다. 이미 이들은 영성 치료 보호관찰 센터에 대해 잘 아는 듯했다.


“왜 이렇게 그곳에 대해 잘 아시는 거죠? 당사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요?”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당사는 국내에 일어나는 모든 초자연현상을 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예측예지예언 팀과 외근부 입장은 또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야.”


“잘 알고 있다면 그런 곳을 내버려 두는 이유는요?”


“우린 초자연현상을 대응, 제거, 적출하는 거지, 사람을 적대하는 건 아니거든?”


호민이 대신 답했다. 해경은 그게 무슨 말장난인가 했다. 희나만 해도 인간의 모습을 할 뿐인 초자연현상이었고, 그런 희나를 만들어낸 건 초자연현상이 아닌 사람이었다.


“표정 봐라.”


호민이 해경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승호는 해경의 표정을 슬쩍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인 건 잘 알겠어. 하지만 그게 우리가 가진 한계야. 네가 그곳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올 수 없던 것처럼 말이지.”


승호의 말에 해경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단순히 센터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총력고에서의 일 역시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네 일이 아니야. 그렇지?”


“……네.”


해경은 어렵게 긍정했다. 분명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당사의 정직원이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번잡하고 지저분해졌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어졌다.

남동생을 위한다는 것 외에 자기가 생각하던 게 무엇인지, 자기가 당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내 생각이지만, 그곳에선 네가 아무리 오래 일해도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거다. 차라리 정식으로 입사해. 정직원이 돼라. 관측기록사무 팀에 들어가도 좋고, 구출처리복원 팀에 들어가도 좋지. 그곳은 사람을 직접 구하는 데니까. 아니면 이쪽으로 와도 돼.”


“저는…….”


해경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도 엄연히 당사에 입사한 정직원이 아닌가 싶었고, 당사를 믿는 게 옳은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 건 사실이었다.


“호민아, 너도 한마디 거들어 봐. 나 운전해야 하잖아.”


“나? 음…….”


승호의 잔소리에 호민은 잠시 눈을 굴리더니 입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뭐, 나는 좀 더 고민해도 좋다고 생각해. 초자연현상을 좀 더 겪어보고, 아, 이게 사람을 파괴하거나 타락시킨다는 거구나……. 초자연현상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는 거구나, 싶은 깨달음이 오면 여기밖에 답이 없단 걸 알게 되겠지.”


“당신들은 어떻게 그렇게 믿을 수 있는 거죠? 정말로 초자연현상처리반이 인류를……. 아니, 대한민국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해경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물었다. 물론 그들은 사람을 구했다. 차해경이라는 사람을 초자연현상으로부터 분명히 구해냈다. 하지만 그건 해경이 살려고 발버둥 쳤고, 구조 요청까지 보냈기에 가능했다.


해경이 바라는 건 초자연현상의 완전한 근절과 예방이었다. 누군가가 구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구해지는 것. 그렇게 의미 없는 죽음과 소실로부터 해방되는 것.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갑작스럽게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걸 진짜로 믿는 사람은 여기도 그렇게 많지 않을걸?”


호민이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승호는 별달리 말을 붙이지 않았다. 해경은 역시 이 사람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믿음을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아.”


침묵이 이어질 때, 뜬금없이 승호가 입을 열었다.


“네?”


“내가 입사할 당시에 면접관한테서 들었던 말이야. 믿음은 무엇으로 말할 수 있는가. 그건 입술의 고백이 아니라고 하더군.”


“그럼 뭔데?”


호민이 해경을 대신해서 묻자, 승호가 간단하게 답했다.


“행동.”


“행동?”


“그래, 행함이 없는 믿음은 위선이겠지. 행함으로 믿음을 보일 수 있지만, 믿음으로 행함을 보일 수 없으니까. 간단한 원리야. 그러니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말은 공허해.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전부 믿음을 보이는 건 아니니까.”


“뭔가 어렵네.”


호민이 말했다. 해경은 승호의 말을 마음에 담아뒀다. 반발심이 드는 말이긴 했으나, 곱씹어볼 말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승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영성 센터에 대해선 알음알음 알려진 편이야. 구체적인 조사 계획은 나오지 않아서 실체를 몰랐을 뿐. 아마 예측예지예언 팀에선 너 같은 외근부를 먼저 보낸 다음 조사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지.”


“그런데도 절 구하려고 두 분이 오신 건가요?”


“무단 출동이긴 해. 확인되지 않은 제보를 받고 별다른 명령이 없는데 장비를 챙기고 나간 거니까. 널 병원에 데려다주고 복귀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거다.”


승호가 덤덤하게 말했다. 해경은 잠시 경악해서 호민을 쳐다봤다. 호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거들먹거렸다.


“하필 여자애가 위험하다니까 눈 돌아가서는. 혼자 가면 죽을지도 모르니까 내가 따라가준 거지.”


해경은 왠지 모르게 호민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말을 참 얄밉게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딱 그 느낌이었었다.


“그러니 고맙다고 말할 거면 쟤한테 해. 쟤는 너만 한 여동생이 있거든. 이번에 중학생이 된댔나?”


승호는 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해경은 그 순간 승호에게서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해경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저도!”


“응?”


“저도, 남동생이 있어요……. 그래서, 그래서 외근부에 입사했던 거예요…….”


“남동생은?”


승호가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해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넌 몇 살이지?”


“17살이요.”


“부모님은 뭐 하시기에?”


“존엄해지셨어요.”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승호는 침묵했고, 호민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당사엔 보육 프로그램도 있다. 가족을 데려오는 것도 가능해.”


“저는 아직 믿지 못하겠어요…….”


해경은 자기 이름을 버리고, 자기 신분도 세탁된 것에 대해 말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새 트럭은 고속도로에 올랐다. 해경은 병원에 데려다준다면서 고속도로에 오르자 당황해서 물었다.


“저, 근데 어디 병원으로 데려가시려고?”


“말했잖아. 안전한 병원이라고. 요즘 시대에 안전한 병원이 얼마나 있을 것 같아?”


승호의 말에 해경은 할 말이 없어졌다. 사실 잊고 있었는데, 슬슬 바닥에 팽개쳐졌던 고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경은 눈을 감았다. 차라리 이럴 땐 한숨 자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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