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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눈을 떠보니 내가 히나 씨?! #7

ㅇㅇ(211.200) 2019.12.18 00: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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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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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억?”


“응! 미츠하 씨한테 반지 산 거, 히나를 구하러 철로 위를 뛴 거, 경찰들한테 총 겨눈 거, 그리고 또……!”


“또 맛이 갔어, 누나.”


나기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면서 자포자기했다.


그러든 말든 나는 필사적으로 포스트잇 위에 펜을 놀렸다. 뭔가 이질감이 드는 기억은 전부 끼적였다.


사라질 수 없어.


이대로 사라질까봐?


솔직히 내가 호다카라는 사실은 체감이 잘 안 된다. 여전히 아마노 히나로서의 기억이 훨씬 많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 녀석의 말을 믿은 근거는 단 하나.


눈빛.


광기와 탐욕으로 물든 그 눈빛이다.


호다카는 그런 눈빛 안 해. 특히 나를 바라보면서는 더더욱!


“다 썼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풀가동해서 이질적인 기억들을 전부 쥐어짜냈다.


포스트잇 여덟 장 분량. 빈말로도 많다고는 못하지만, 이게 한계다.


그래도 이거라면 결코 잊지 않아. 최소한 뭔가 이상하다고는 느끼겠지.


나는 모리시마 호다카. 내일 아침이 오더라도, 어떻게든 기억해내겠어!


각오를 굳게 다지고 건너편의 나기를 불렀다.


“나기!”


“어?”


“내일 만약 누나가 일어나면 어제 포스트잇에 중요한 거 적어놨다고 꼭 말해 줘! 알겠지?”


“하아, 알겠어.”


“꼭이야!”


“그래.”


나는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고 눈에 힘을 꽉 주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나는 그렇게 결연히 길고도 짧은 밤을 흘려보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재앙의 밤.


누군가의 경고 한 마디가 이렇게 머릿속을 맴돈 것은 처음이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익숙하고 귀찮은 진동 알람이 단잠을 방해했다.


왠지 주말은 평일보다 알람 시간을 늦추어도 일어나기가 더 싫다.


하. 지. 만!


“읏차!”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세워 기지개를 켰다. 상쾌함과 설렘이 반반 섞여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호다카한테 깜짝 데이트를 신청하는 날이니까!


이날을 위해 가슴이 깊게 팬 원피스,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승부속옷, 그리고 가슴 보정 패드까지 준비했다.


넋이 나간 호다카가 공공장소에서 야한 짓하면 어떡하지? 이런 설레발까지 치게 된다.


“응?”


그런데 세면과 머리 손질을 끝내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방 정리를 하는데, 이상한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웬 글씨가 빼곡하게 쓰인 포스트잇. 심지어 내 필체다.


“뭐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아마노 히나가 아니라 모리시마 호다카! 4년 전, 히나에게 열여덟 번째 생일선물로 주려고 반지를 샀어. 잊지 마, 미츠하 씨가 증인이야!’



알쏭달쏭 알 수 없는 이야기만 가득하다. 다른 포스트잇들도 마찬가지였다.


몽유병 증상인가?


“나기!”


“응?”


좀 전에 깨서 눈을 비비적대던 나기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포스트잇 뭐야? 누나가 쓴 거야?”


“응? 어젯밤에 누나가 그랬잖아. 포스트잇에 중요한 거 적어놨다고 누나한테 알려달라며.”


“중요해? 이게? 왜?”


“나도 몰라. 중요하다고 한 사람은 누나잖아.”


“내가?”


이상하다. 제정신에 그랬다면 몽유병도 아닌데.


증폭되는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마음이 불쾌해졌다.


모처럼 호다카랑 단둘이 있을 날인데 시작부터 왜 이런담.


“에라, 모르겠다.”


나는 포스트잇들을 구깃구깃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괜히 심란하게 만들고 있어.


곧이어 열기구에 탄 것처럼 들뜬 기분으로 폰을 들었다.


“호~다카!”


「히나 씨? 웬일이에요?」


“오늘 바빠?”


「일요일이잖아요.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죠.」


“재충전이라……. 으흐응~”


나는 일부러 들으라고 비음을 흘리다가,


“내가 조금 도와줄 수도 있는데.”


「네?」


“오늘 코스는 저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 모리시마 군?”


나는 큰맘 먹고, 호다카와 만난 이후로 제일 적극적인 태도로 나섰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의상들이 빛을 발하려면 밑밥을 잘 깔아야 한다.


“오늘 한가하답니다.”


「아하하, 이거 우연이네요. 저도 막 그런 부탁드리려고 전화할 참이었는데.」


“응? 진짜?”


그런데 오히려 어안이 벙벙한 쪽은 나였다.


「오늘 특별히 준비한 게 있거든요.」


“응? 뭐야, 뭐야? 선물? 이벤트?”


「미리 말씀드릴 수 없어요. 히나 씨만을 위한 오늘의 메인이니까.」


호다카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멘트에 간질간질하던 가슴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아으으으응, 기대할게!”


「실망 안 하실 거예요, 절대로.」


곧이어 나와 호다카는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잡고 통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여운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나처럼 별 볼 일 없는 여자한테 왜 저렇게 멋진 사람이 왔을까? 새삼 축복도 이런 축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합니다, 신님.





“호~다카!”


“으악!”


나는 만나기로 한 카페의 기둥에 숨어 있다가, 호다카가 곁을 지나가려는 찰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호다카는 기겁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실소를 터뜨렸다.


깜짝 놀란 호다카 귀여워.


“히나 씨, 놀랐잖아요!”


“흐흥, 어때?”


“심장이 놀라서 막 뛰는데요.”


그 말에 나는 호다카의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나는 호다카를 볼 때마다 그러는걸.”


“히, 히나 씨……. 엇.”


나는 까치발을 들어서 호다카의 뺨에 입을 맞췄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그 부분을 만지작거리는 호다카.


“그런데 호다카, 나 오늘 좀 달라 보이지 않아?”


나는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손으로 살짝 들어보며 물었다. 나름대로 신경을 쓴 코디라서 꼭 의견을 듣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호다카 앞에서 한 명의 여자로서 어필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참 예전에 첫 번째 데이트를 나갔을 때도 민소매 파카랑 숏팬츠를 그대로 입고 나갔다가 나기한테 쓴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호다카는 그쪽이 나답다고 좋아했지만 속내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대부분 남자들은 여자다운 여자를 좋아하니까.


“엄청 예뻐요.”


호다카의 얼굴에 몽롱한 미소가 떠오른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요. 예전부터 그랬지만.”


“그래? 기뻐!”


나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우고 호다카의 팔을 끌었다.


오늘은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하루가 한 시간처럼 지나갈 것만 같다.




그날의 데이트는 기대만큼이나 좋았다.


미니 게임으로 상품을 따고, 포토 존에서 공주님 안기 자세로 사진을 찍고, 성인용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야릇한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꽃향기가 느껴지고 생수를 마셔도 꿀을 탄 것처럼 달콤하다.


이 세상 전체가 핑크색으로 물든 것만 같다.


“어, 호다카! 우리 저거 한 번 볼까?”


팔짱을 끼고 솜사탕을 할짝이며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가리킨 곳은 묘하게 신비한 분위기로 꾸며진 점집.


이 부근을 자주 오고가는 커플들을 타깃으로 차린 듯하다.


그런데 이전까지 싱글벙글하고 있던 호다카가 처음으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 히나 씨. 저런 건 그냥 미신이잖아요. 괜히 아까운 시간…….”


“에이, 재미로 보는 거잖아. 궁금한 것도 많고. 그럼 맑음 소녀는? 그것도 안 믿었어?”


“아하하,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결국 호다카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흥겨운 발걸음으로 점집에 들어선 나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서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백발이 성성해서 신선 같은 느낌을 풍기는 할아버지가 선글라스를 끼고 우리 둘을 번갈아보았다.


“우리들 상성(=궁합) 어때요?”


선불을 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꺼낸 질문은 그거였다. 곁에선 호다카가 긴장했는지 마른 침을 삼킨다.


“흐으으으음…….”


할아버지는 웬 작은 거북이 등딱지 몇 개를 컵 안에 숨기고 빙빙 돌리다가 열어보더니,


“안 좋아. 아니, 최악이네.”


“네?”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한쪽이 뭔가 숨기는 게 있구먼. 그걸 반대편이 알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사이가 될 거야.”


“숨기는 거요?”


알쏭달쏭한 이야기다. 내가 호다카한테 숨기는 게 뭐가 있다고? 스리사이즈랑 몸무게 정도?


“호다카,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그, 그럴 리가요.”


호다카는 당황하면서 손을 내저었다. 적잖이 놀란 반응이다.


내심 찜찜하지만, 그래도 캐낼 수 정보는 다 캐내야겠다는 마음에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할아버지, 그 비밀이라는 거 밝혀지고도 관계를 잘 이어갈 방법은 없을까요?”


“딱 하나 있지.”


“뭐예요?”


“여우신에게 기도를 하시게.”


“여우신이요?”


“그래, 하늘의 기운을 다스리는 두 마리의 신. 그게 바로 용신과 여우신.”


할아버지는 선글라스를 내려놓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우리를 번갈아보며 이야기했다.


“용신은 자연의 섭리를 보존하기 위해 인간의 희생을 강요하지. 여우신은 그 반대편에서 인간을 감싸려드는 존재여.”


“오오.”


“소원을 비는 인간에게 단 한 치의 거짓된 마음이 없으면 반드시 들어준다네. 티끌만 한 망설임이라도 있으면 소용이 없지만.”


할아버지는 거기서 말을 끊고 다시 선글라스를 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한 치의 거짓 없다고 확신한다면 여우신에게 빌어보시게. 그 어떤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아도 사랑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럼 정말 이뤄질까요?


백년해로할 걸세.”





“완전히 뻥이에요, 뻥.”


호다카는 점집을 나서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순진한 젊은 사람들 돈 뜯어가려는 상술이에요. 스가 씨 사무소에 신세를 졌을 때 비슷한 부류 많이 만나봤어요.”


“나는 오히려 좋던데.”


“네?”


“좋은 신님을 한 분 알게 돼서.”


나는 호다카의 손을 잡고 제안했다.


“호다카, 한 번 빌어보자. 여우신님한테. 우리 마음에 거짓은 없으니까 꼭 들어주실 거야.”


“뭐라고 비실 거예요?”


그러자 나는 대답 대신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며 소리 내어 기도했다.


“부탁해요. 이제 충분해요. 우리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주지 마시고, 우리에게서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만약 여우신님이 계시다면 내 소원을 들어주실 거야.


왜냐하면 이건 거짓 한 톨 섞이지 않은 내 진심이니까.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하늘의 주인이 바뀌었다.


어둑어둑해진 풍경은 인공조명의 도움 없이는 칠흑에 물든 심연 그 자체였다.


아침에 예상한대로 오늘 하루는 쏜살같이 흘러갔다. 이럴 때는 시간이라는 존재가 야속하기만 하다.


여긴 인적이 드문 공원. 슬슬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졌다.


“벌써 밤이네요.”


“흐흥, 여우신님도 참 야속해.”


“뭐가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아달라고 빌었는데, 결국 함께 할 자리를 뺏어버리잖아.”


나는 실없이 웃으면서 호다카의 뒤를 따르다가,


“응?”


예고도 없이 문득 가로등 밑에서 멈춰선 호다카의 등을 보고 눈을 끔벅였다.


“호다카?”


“히나 씨,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요.”


이게 호다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진중하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


그러자 나도 긴장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뭔데?”


“그동안 쭉 생각해봤어요. 히나 씨가 저한테 어떤 존재인지.”


호다카는 천천히 뒤를 돌아서 나를 마주보았다. 달빛을 받은 갈색 눈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처음에는 은인이었어요. 히나 씨가 저한테 준 그 빅맥, 살면서 먹은 저녁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그래? 맛있었다니 고맙네.”


“그리고 어른스럽고 자상한 태도, 하늘을 맑게 해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 고마움은 경외감으로 바뀌었어요.”


“부, 부끄러워.”


“또 그 사건이 지나고 3년 후, 언덕길에서 다시 만나면서 그 경외감은 새로운 감정으로 변했어요. 그리고 그 감정은 앞으로도 평생 안 변할 것 같아요.”


“호다카?”


호다카는 상의 안주머니에서 푸른색의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익숙한 구도다. 내가 인간제물이 돼서 사라지던 그날의 호텔이 떠오른다.


“설마…….”


곧이어 상자를 여는 호다카. 그 안에는 맑은 은색의 소형 다이아 반지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눈빛.


이 분위기.


이 말투.


어떤 상황인지 나는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저랑 평생 함께 있어주실래요?”


“호다카……!”


벅차오르는 가슴에 눈물샘이 터질 듯했다.


내내 행복했던 오늘 하루 중에서도, 아니 내 19년 인생을 통틀어서 최고의 순간이다.


감사합니다, 신님!


“호다카, 내가 그 말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그만큼 오래 사랑해드릴게요.”


목이 메서 말을 잇기가 힘들어 눈물만 삼키고 있는데, 호다카가 반지를 빼내서 내 약지를 향해 가져왔다.


이걸 손가락에 끼우는 순간, 나는 호다카의 영원한 배필인 모리시마 히나.


그럼 앞으로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영원히 마음을 채워주겠지?


“어?”


그런데 반지가 끼워지기 직전, 나는 고개를 들어 호다카의 표정을 살피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홀감이 일시에 날아가고 등골이 서늘하다.




호다카의 눈빛이 왜 저러지?



----------------------------------------------------



다음 화는 대망의 마지막 화.


그동안 고구마 참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플롯 자체가 내내 고구마일수밖에 없어서


히토미 TS물 감성의 꼴릿함으로 커버해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한계는 있네요 ㅎㅎ


마지막 화는 풀 사이다로 달립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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