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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눈을 떠보니 내가 히나 씨?! #8

ㅇㅇ(211.200) 2019.12.19 07:58:03
조회 1438 추천 45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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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5178

6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6381

7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207466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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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카가 이상하다.


좀 전까지의 황홀하고 사랑스럽던 미소가 온데간데없다.


저 음침하고 욕망으로 가득한 눈빛, 귀에 걸린 입 꼬리.


지금까지 나와 눈을 마주하면서 호다카가 저런 표정을 지은 적은 단 한 번도…….


“호다카?”


나는 손을 황급히 빼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호다카의 미간이 실망으로 일그러진다.


“왜 그러시죠, 히나 씨?”


“자, 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


나는 관자놀이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호다카의 반응을 관찰했다.


호다카와 결혼하기 싫은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먼저 빌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호다카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생각이라니요? 히나 씨도 줄곧 기다리던 게 아니었나요?”


“마, 맞긴 한데…….”


“자, 이리 오세요. 저랑 평생 함께 해요.”


부드럽게 달래면서 한 걸음씩 다가오는 호다카.


그러나 이전 같았으면 두근댔을 그 발걸음이 마치 사신의 것처럼 느껴졌다.


“호다카, 우리 아직 어리잖아? 그렇지?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조금만 더 가져보자, 응?”


나는 두려운 와중에도 최대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설득했지만,


“하, 진짜 갑갑하게 만드네.”


“응?”


갑자기 호다카는 상냥한 태도를 가면처럼 내던져버리고 눈매를 세웠다.


“이거 딱 한 번 끼면 모든 게 끝난다고요. 왜 이렇게 미적대요?”


“호다카? 꺅!”


곧이어 내 손목을 붙잡고 억지로 반지를 끼우려고 하는 호다카.


나는 이를 악물고 떨쳐내려 했지만 완력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이이이익!”


나는 앞니와 송곳니로 호다카의 팔을 힘껏 물어뜯었다.


“큭, 이 자식이!”


그러자 성이 난 호다카의 발길질에 배를 걷어차이고, 뒤로 몇 미터나 밀려나서 차디찬 공원 바닥에 쓰러졌다.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저건 호다카가 아니다.


“넌 누구야?”


나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앙칼지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호다카의 가면과 가죽을 쓴 그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여간 인간들은 이해가 안 된다니까. 얌전히 받아들이고 편해지면 될 걸, 굳이 어려운 길을 돌아가는군.”


“뭐?”


“마음껏 발버둥 쳐봐. 이제 무슨 수를 써도 원래대로 못 돌아가니까. 네가 사랑하던 그 여자는 이제 없어.”


“무슨 소리야?”


알 수 없는 이야기만 이어진다.


“어차피 이 남자의 몸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거든. 그런데 너는 다른 남자가 눈에 찰까?”


“…….”


“사랑하는 여자의 몸속에서 여생 편안히 보내시길, 모리시마 호다카. 감사하라고? 거울만 봐도 행복할 테니.”


위험하다.


저 사람은 위험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등골이 오싹했다. 더 이상 여기에 있다간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


나는 몸을 일으켜서 공원 입구를 향해 힘껏 내달렸다.


하늘하늘한 원피스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따라잡힐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뒤를 밟히진 않았다. 대신 기분 나쁜 비웃음소리가 야간의 적막을 파묻어버렸다.


어째서?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원룸의 문을 열자 나기가 날 맞아주었다. 캔 음료를 마시면서 TV를 보는 모습이 아주 평안해보인다.


나와 반대로.


“어, 누나? 오늘 데이트는 어땠…….”


내 몰골을 본 나기는 차마 말을 잇지 못 했다.


이해 가는 반응이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원피스, 가쁘게 내몰아쉬는 숨, 울먹이는 얼굴, 상기된 뺨.


누가 봐도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하루를 보낸 사람의 모습이 아닐 테니.


“뭐야, 뭐야, 뭐야? 왜 그래?”


“나기…….”


공포와 당혹감에 억눌려있던 비통함이 일시에 폭발했다.


“으, 으흐흐흐흐흐흑…….”


“누, 누나?”


“호다카가, 호다카가 이상해……!”


나는 나기를 안고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몇십 분이나 오열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품고 있던 존재가 한순간에 날아간 상실감.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이 같은 모습을 남동생 앞에서 보인 것은 처음이다.





“호다카…….”


귀뚜라미도 잠이 들었을 시간, 새벽 3시.


나는 울다가 지쳐서 담요와 이불 위에 쓰러졌지만 도통 졸리지가 않았다.


의미 없이 뒤척이며 시간만 보내다가, 폰의 조명으로 호다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비추어보았다.


내 텅 빈 반쪽을 채워준 그이는 내 어깨를 안고 이쪽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해맑다. 듬직하다.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모습이다.


호다카는, 진짜 호다카는 어디로 간 거야…….


“잠깐.”


나는 상체를 일으켜서 왼손을 펼쳐보았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그저 매끈하기만 한 다섯 손가락.


그걸 보자 문득 떠오른다.


진짜 호다카의 마음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물건이.



‘열여덟 살 생일, 축하해요. 싼 거지만 히나 씨에게 어울리는 걸로 골라봤어요.’

‘고마워!’

‘히힛.’



나는 나기가 깨지 않도록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물건을 소중히 보관해놓은 서랍을 천천히 열어보았다.


있었다.


빨간 상자 안에 고이 잠들어있는 수수한 은색의 반지.


호다카는 싼 거라며 생색 한 번 안 냈지만, 나한테는 이 세상을 전부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물건이다.


지금은 더더욱.


‘호다카.’


나는 속으로 그 그리운 이름을 부르며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이러면 조금이라도 호다카의 온기를 느낄 수만 있을 것만 같…….


“어?”


갑자기 정신이 아찔하다. 어마어마한 기억의 파도가 몰아쳐 머리 여기저기를 마구 채우기 시작했다.


마치 로봇이 돼서 강제로 메모리에 데이터를 입력당하는 기분이다.


그 짧고도 강력한 기현상이 끝이 나자,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양 손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


나는 가늘고 흰 손을 들어 그 은색 반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헐렁한 잠옷과 긴 머리칼을 만져보다가 얼이 빠진 얼굴로 나기 선배를 시야에 담았다.


돌아왔다. 모든 기억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모리시마 호다카.


올해 스무 살, 도립 코우즈시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농공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4년 전,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오고 스가 씨의 사무실에 몸을 담았다가 우연히 만난 소녀와 인연을 맺었다.


그건 마치 고전 소설이나 영화처럼 운명적인 만남이었고, 영원히 끊어지지만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끊어질 위기다. 그 영령의 저주 때문에.


시선이 다시 반지 쪽으로 돌아갔다. 싼 가격답게 투박하고 초라한 외양.


그러나 지금 내 눈엔 그 무엇보다도 빛이 나보인다.


느껴진다. 그 소녀의 의식이, 목소리가, 의지가.


“히나 씨?”


나는 그 반지를 어루만지면서 목이 멘 채로 중얼댔다.


“여기에…… 있었군요.”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곁에서 날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둘을 결정적으로 맺어준 그 매개체 안에서 작은 목소리로 우짖고 있었다.


왜 듣지 못 했을까?


“미안해요, 히나 씨. 이젠 절대로 안 잊을게요.”


히나 씨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


본래의 나를 잊지 말라고, 우리 둘의 운명을 떠올리라고, 영령의 음모에 지지 말라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눈에 힘을 주고 머리를 굴렸다.


빙의영령의 저주를 풀기 위한 유일한 방법.


이틀 전에는 떠올리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생생히 기억이 난다.



‘놈들의 저주를 풀려면 방법은 단 하나. 놈들보다 격이 높은 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밖에 없어.’



빙의영령보다 격이 높은 신?


보통 사람 같았으면 여기서 한 번 막혔겠지만 내겐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그분을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한다.


빙의영령에 대한 취재를 나랑 나츠미 씨만 했을 리는 없다.


맑음 소녀 취재를 할 때도 수십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정보는 그것.


빙의영령에 대한 정보를 모두 모아서 집필한 기사 원문이다.


부탁입니다, 스가 씨.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





다음날 아침, 나는 폭우 때문에 위치를 옮긴 K&A 플래닝의 사무실로 향했다.


직장인들 출근 시간보다 이른 아침이라 지하철 안은 나 혼자였다.


그러고 보니 1년 전, 오봉 제사 의뢰를 하신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가 떠오른다.


히나 씨와 만나기 직전에 불안하고 심란했던 마음을 그분이 잘 다스려주었었지.


스가 씨도 그 할머니처럼 부드럽게 날 맞아줄까?


“잡지에 투고한 원고를 보여 달라고?”


“네!”


“거절하지.”


그럼 그렇지.


스가 씨는 냉정히 고개를 내저었다.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한 걸 보고 기대를 걸었는데 헛된 희망이었다.


사람이 변하는 데도 한계가 있군.


“왜요?”


“왜긴 왜야? 아직 출간도 안 된 원고는 외부인에게 배포 금지거든. 만약 네가 텍스트 본으로 그걸 유출하면 난 어떻게 될까? 밥그릇 날아가.”


“유출 안 해요.”


“뭘 믿고?”


“저랑 몇 달을 일했잖아요. 스가 씨도 저 잘 아실 거 아니에요?”


“내가 너랑?”


스가 씨는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일일이 설명할 새가 없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 호다카예요. 모리시마 호다카!”


“아직도 그 소리야? 나츠미의 말이 맞았구먼.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고 하더니.”


“진짜예요! 스가 씨, 믿어주세요! 히나 씨를 되찾아야 돼요! 그러려면 그 기사가 꼭 필요해요!”


“히나.”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거기에 있어요! 나츠미 씨랑 인터뷰한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고요!”


“잠깐, 거기까지.”


스가 씨는 책상에서 발을 내리고는 한층 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때 모카랑 만날 수 있도록 날씨를 맑게 해준 건 고마워. 아직도 그 은혜 잊지 않고 있거든. 하지만 나도 지킬 선이 있어, 소녀.”


“스가 씨!”


“집으로 돌아가서 나기 잘 돌봐줘. 병원 가서 상담도 받아보고.”


곧이어 지갑을 열더니 1만 엔 지폐를 두세 장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그때와 똑같은 말을 꺼낸다.


“그렇게 하는 게 서로 좋아. 너도 이제 성인이잖아? 슬슬…….”


“좀 알아줘요!”


결국 나는 폭발해서 언성을 높였다.


본래의 내 몸일 때보다 성량은 줄었지만 절박함은 그대로였다.


“왜 항상 방해하는 거예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모르는 척하면서! 그때랑 똑같잖아요!”


“뭐?”


결국 잘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한 마디, 한 단어, 한 음절을 토해낼 때마다 감정이 격해진다.


“나는 그저 한 번만 더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요!”


내 절박한 외침이 끝을 맺자 싸늘한 적막이 사무실 내부를 감돌았다. 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스가 씨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 확실히 다른 반응이다.


곧이어 적잖이 동요한 스가 씨의 목소리가 그 얼음 같은 적막을 먼저 깨부쉈다.




“……호다카?”



------------------------------------------------------------



분량 조절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화로 완결지으려고 했는데 이거 도저히 각이 안 나오네요. 히나 성격 때도 그러더니...


9화로 완결입니다. 내일 0시에 올릴 겁니다.


마지막 화는 지금까지의 고구마를 한방에 날려버릴 희망 찬 이야기. 스포인가?


추천 댓글은 힘이 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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