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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19

ㅇㅇ(61.96) 2016.08.06 07:49:13
조회 1201 추천 61 댓글 13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 어어어나더 / 다섯번째 / 여섯번째 / 일곱번째 / 여덟번째 아홉번째 / 열번째 / 열한번째 / 열두번째 / 열세번째 열네번째 / 열다섯번째 / 열여섯번째 / 열일곱번째 / 열여덟번째



- 이 사람은 아냐.

- 충분해!

- 수염이 마음에 안 들어.


소경염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조정 인사에 관여하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냥 매장소에게 맡기면 되련만 소경염은 꿋꿋이 앉아 새로 등용할 인재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잠시 열전영과 마주 앉아 머리를 식히는 동안 소경염이 앉아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아신과 수아가 머리를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 공자방 아냐!


아신이 씨근덕대자 하나로 묶어 올린 머리를 살랑거리며 고개를 저은 수아가 아신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까닥였다.


- 쯧, 누가 봐도 탐관오리잖아. 재산을 봐. 재씨 가문은 선대에 멸문할 뻔한 적이 있어. 가진 건 재물뿐이라 재물과 명예를 바꾼 후부터는 내내 근근이 입에 풀칠만 해왔다고. 근데 지금은 와, 얼마나 해쳐먹은 거야?

- 처가를 봐!


아신이 발을 굴렀다. 수아가 탐관오리라 한 자의 처가는 지금 당장 망해도 삼대가 놀고먹을 거라고 소문이 자자한 알부자였다. 거기다 그 여식의 미모가 워낙 빼어나 이른 나이 혼례를 올리지 않았다면 미인방에 이름을 올렸을 터였다. 그 배경을 떠올려 말을 꺼낸 아신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혼이 되었으니 더는 미인방에 오를 여지가 없는 터라 관심을 끊었으나 온갖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 있었다. 당시 그의 직위는 고작 한직에 불과했고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당연히 처가 될 곳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식을 곱게 보낼 리 없었고 온갖 반대에도 오로지 여식이 밀어붙여 성사된 혼례인지라 혼례 후 친정과 연을 끊었다는 말이 그러했다.


- 그래도 도와줬을 거야.


아신의 짐작에 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여식의 가문은 그 후 정말 그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 그것보다 말이야. 부인이 왜 이 탐관오리를 택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수아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정말 탐관오리인가, 하고 팔짱을 끼고 초상화를 보고 있던 아신이 아니, 안 궁금해. 하고 딱 잘랐다. 세상에 미인을 둘러싼 추문은 많았다. 진실여부를 따지려면 끝이 없었기에 애초에 질문지에 거론된 것이 아니라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여러 모로 편했다.

궁금할 텐데. 하고 아신에게 치근거리던 수아가 속삭였다.


- 이 사람 거시기가….

“수야, 아신이 싫어하지 않아.”


마침내 소경염이 끼어들었다. 아신이 얼른 수아를 밀어내고 반짝반짝한 눈으로 소경염을 보았다.


- 예뻐! 살 것 같아!


아신이 공손한 자세로 소경염을 보고 있자 칫, 하고 입을 삐죽거린 수아가 껄렁한 자세로 소경염을 올려다보았다.


- 물소가 뭐가 예쁘냐? 저 고집불통보다는 네가 더 예쁘다.


답지 않게 딴청을 부리며 진심을 담아 아신의 환심을 살 만한 말을 내놓았지만 아신의 관심은 오로지 소경염에게 향해 있었다. 더는 참지 못하고 다다다 소경염에게 달려가려는 것을 수아가 덥석 잡아챘다. 허리를 잡힌 아신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조그만 게!


아신이 낑낑거리며 수아에게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저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수아 정도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버둥거릴수록 더 얽매이는 느낌이다. 결국 수아에게 깔리고 만 아신이 눈물을 그렁거렸다.


- 자존심 상해!


방울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시점에서 이미 힘이 쭉 빠진 수아를 밀어낸 아신이 소경염에게 달려갔다. 소경염은 기꺼이 아신이 좋아하는 손가락을 내어주며 수아를 보았다.


- 예뻐서 좋겠네.


흥, 하고 저를 외면하는 수아를 보고 안절부절못하는 소경염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던 열전영이 종소리를 반겼다.


“선생이 오시나 봅니다.”


밀실로 향하는 열전영이 발걸음이 가벼웠다. 소경염의 손가락을 소중히 품고 있던 아신이 그제야 수아를 돌아보았다.


- 숨어!


발버둥 치는 수아를 자개함 속 혼례복에 파묻은 아신이 조용히 있어야 해, 하고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왕이면 이쪽으로 해주라. 혼례복 속에서 쓱 얼굴을 내민 수아의 입술이 아신의 입술에 다녀갔다.


“아신을 울린 겁니까?”


혼례복을 깔고 앉은 채 아직 눈가가 그렁그렁한 아신을 본 매장소가 소경염에게 예를 갖추기 무섭게 말했다. 문득 어째서 수아가 매장소로부터 숨어야 할 존재인가를 뒤늦게 심각히 생각하던 소경염이 움찔 떨며 내가 울린 것이 아니오, 하고 궁색하게 변명하듯 말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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