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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에세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라

운영자 2007.06.20 15:33:22
조회 1810 추천 1 댓글 2

제2장 마라톤에서 배운 것들

  3. 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들 - '인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라'


  나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던 모태신앙자이다. 아버지는 서른 살에, 내가 태어난 무렵에 장로가 되셨다고 한다. 당시 제주도에는 교회가 드물 때였다. 바다를 접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제주는 대표적인 무속신앙의 집결지였다. 그래서인지 제주 토착민들에게 아버지는 이단아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하나님을 만난 것은 스무살이 채 되지 않았던 청년시절이었다. 제주도 농촌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진 것 없이 몸마저 병들어 아플 때, 신앙은 아버지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언젠가 당신께서는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식들을 향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무 것도 물려 줄 재산이 없지만 너희들에게 내 신앙만은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

  그러면서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당신의 인생에 가장 큰 기둥이 되었다는 성경구절, 시편 23편의 말씀을 외우셨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아버지의 인생은 ‘신앙과 농삿일’로 압축된다. 둘 다 바라는 일도 칭찬을 구하는 일도 없이 부지런히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농사를 짓는 틈틈이 주말마다 옆 마을로 건너가 교회를 돌보시곤 하셨다. 당시 그 교회에는 마땅한 교역자가 없어, 아버지는 토요일 저녁에 가서 주일을 보내신 후 월요일이 되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근 삼년 가까이 같은 생활을 되풀이하면서, 평신도 목회자의 역할을 기꺼이 맡아 수행하셨다.

  아버지는 가정예배도 매우 중요시하셨다. 우리는 유창한 말솜씨는 아니지만 투박한 아버지의 설교를 들으며 자랐다. 우리 자식들에게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너희는 항상 기억해라. ‘하늘의 영광, 땅에는 평화’ 누가복음의 이 말씀처럼 반드시 인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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