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스타트 라인에 서서
5. 공공의 적과 맞서다 - 마약과의 전쟁
1998년 부산지방검찰청에 내려가 근무할 때의 일이다. 부산지청에서 내가 배치받은 부서는 강력부 마약 담당이었다. 조직폭력과 마약사범을 전담 수사하는 부서였는데 방으로 들어가니 18명의 수사관이 나를 맞았다. 모두 단단한 체격에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는 관록있는 수사관들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무술 유단자였다. 내가 근무할 부서의 무술 합계는 도합 40단이 넘었다.
처음에는 내가 강력부에 배치되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는 눈치여서 나는 기회를 봐 상사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제가 강력부에 배치 받은 경위를 아십니까?"
그러자 상사 검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원 검사는 인상이 순해 보이지만 일처리가 강력하잖아"
그 말을 듣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마도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꼿꼿한 내 성격을 빗대 말하는 게 분명했다. 마약수사에 도움이 된다면야. 어쨌든 나는 무술 합계 40단 이상의 외인부대 사령탑이 되었다.
부산지검 시절은 말 그대로 마약과의 전쟁이었다. 워낙 수사 자체가 위험하다보니 수사관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수사관들은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저녁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등 불규칙한 일과로 거의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두 군데의 검사실에서 부산지역 마약과 관련된 사건을 일체 전담해 처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중 한 검사실의 책임검사였던 것이다.
나는 함께 일했던 수사관들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삼킬 때가 많았다. 동료들이 격투 중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오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을 건 혈투를 하면서 구사일생 살아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잠복과 미행, 그리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숨막히는 결투극이 늘 일상속에서 재현됐다.
특히 우리 반원들은 살인을 주먹 한 번 휘두른 정도로 취급하는 조직폭력배나 행동대원들에게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점심 때까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나간 수사관이 저녁에 피를 흘리며 돌아왔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 직접 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마약사범과 싸워 그의 팔에 수갑을 채운다 해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초고속 승진이나 특별한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끊임없이 추적하고 진위를 밝혀내는 일은 힘겨운 과정이었다. 나는 치밀히 사전 계획된 적잖은 사건들과 지능적인 범죄 유형을 접하며 서서히 범죄자 다루는 법을 익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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