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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RE] 옆집에 사는 강광배 양 -78-

글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30 00:47:13
조회 106 추천 7 댓글 1
														






"난.. 너랑 ​같이 있을 때 설렜단 말이야.."




투둑.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혜원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방금 혜원이가 한 말에 1차, 그런 그녀가 이제는 펑펑 울고 있다는 거에 2차 충격을 받은 상태. 그 말을 들으니 몸이 그대로 굳어 버리더라. 설마 하고 넘겨 짚었던 그녀의 수상했던 행동들이 저 말에 대한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을 줄이야.. 그렇다는 건, 얘가 하늘이의 마음을 받지 않은 이유가 사실 나 때문이었던 거야?




"너.. 그 말은 나를 좋아한다는.."



"답답한 새끼.."




내 말에 혜원이가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말했다. ... 설렌다고 다 좋아하는 줄 알아? 혜원이의 눈은 여전히 물기에 젖어 있었지만, 동시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설렌다고 좋아할 정도면, 난 너랑 결혼까지 했겠다!!"




이건 또 뭔 소리야..? 나는 그 말을 이해 못 해 혜원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멍하니 서 있을 뿐, 또다시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오빠." 



"응?"



"오빠가 그 친구분이랑 친한 건 알겠는데, 왜 자꾸 오빠가 친구분의 고민을 대신 걱정해주는 거예요!?"




전 오빠와의 통화 시간을 고민 상담에만 쓰는 건 싫단 말이에요.. 시무룩해진 채원이의 목소리. 오늘도 어김없이 채원이와 대낮부터 전화하다가, 자연스럽게 어제 있었던 친구(나)의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목소리에 실망한 티를 팍팍 내더라.




"그리고 딱 봐도 오빠 이야기면서 둘러대긴.."



"뭐라고?"



"ㅇ..아니에요..!!"




그나저나 주원 오빠, 주말에 스케줄 따로 있어요? 스케줄? 나 같은 백수에게 스케줄이란 게 존재하긴 하나? 없다고 대답하니까 알겠단다. 뭐지? 전화기 너머로 작게 비웃음(?)이 들린 거 같다만?




"그냥요. 방학이라서 그런지, 요즘에는 평일하고 주말 개념이 없더라구요."




이참에 저도 알바 같은 거 해볼까요? 채원이는 예전에 나희가 하루 메이드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본인도 카페 알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더라. 대신 메이드 카페 같은 이색 카페는 무조건 거를 거라고. 씁.. 메이드 복장을 갖춘 채원이를 한 번쯤은 보고 싶었는데..

















"ㅇ..아.."



"다시."



"엣..?"




주원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김채원 메이드는 그에게 향하고 있던 스푼의 행동을 멈추고 묻는다.




"왜.. 그러는 거냥..?"



"너, 나한테 케이크 먹여주기 싫지?"



"... 아니다냥.."



"그런데 어째서 목소리에 힘이 없을까나? 설마.. 내가 오기 전에 다른 손님이랑 시시거리느라 힘을 다 뺀 건가..?"



"ㅁ..무슨 소리를 하는 거냥!? 난 ㄷ..단지.."



"단지?"



"...서 그런 거다냥.."



"잘 안 들려. 크게 또박또박 말해줬으면 좋겠군."



"으으.. 조..좋..."



"으음~?"




능청스럽게 김채원 메이드에게 바싹 붙어 귀를 가져다 대는 주원. 그러자 김채원 메이드의 얼굴은 케이크 위에 있는 딸기처럼 붉게 물들어간다.

















"오빠?"



"..."



"또 이상한 생각 하고 있죠!?"




이런. 오랜만에 망상병이 도져버렸구만. 그런데 어찌 나보다 채원이가 더 좋아하는 내용 같은데..? 아무튼 채원이는 카페 알바 말고도 과외 알바에도 관심이 있다고 한다. 과외도 좋지. 능력만 되면 많은 돈을 땡길 수 있으니까. 이후 대한민국 부동산 현황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친 우리는 이만 통화를 마무리했다.




"헤헷. 빨리 주말이 되면 좋겠어요~"




뚝. 음? 채연이가 주말을 기대하는 이유가 뭐지? 아까는 평일하고 주말 개념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아하,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영상 통화를 걸려나 보다. 문자에서 전화. 이제는 그 이상의 단계까지 왔구나. 하지만 이상하다. 나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표현하는 채원이는 예전의 희지 누나와 다를게 없어. 그런데 어째서 채원이가 그저 친한 후배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런데.. 그 유예 기간이 끝나면 두고 봐요..!!'




채원이가 희지 누나와 이별한 지 얼마 안 됐던 나를 위해 정했던 유예 기간. 어쩌면 나는 아직 희지 누나를 잊지 못한 걸까?









"빨리 왔네?"



"에이, 저도 방금 왔습니다. 행님."




채연이를 통해 알게 된 한 학년 후배 한동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금요일인 오늘 저녁에 볼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좀 갑작스럽긴 했으나,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서 나를 불렀을 터. 그렇게 해서 저녁에 학교 근처 술집에서 동화를 만났다. 행님, 이쪽에 앉으시죠. 오랜만에 보는데도 깍듯한 건 여전하네. 동화는 나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더라.




"음? 여기에 아는 사람 있어? 왜 이리 두리번거려?"



"아.. 아닙니다.. 소맥 하시겠습니까?"




술 약속이라서 어느 정도 마실 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쌓여가는 술병들을 보니, 생각보다 더 마시지 않을까 싶군.




"근데 너 나한테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후우.."




결국 내가 먼저 물었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는 것도 좋았지만, 동화의 표정이 갈수록 어두워졌거든. 너한테 무슨 일 있는 거 맞지?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나를 부른 이유가 없으니까. 동화는 비워진 소주잔을 매만지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 며칠 전에 대학가에서 채연이 누나 만났거든요?"



"..."



"저는 애써 무시하고 갈 길 가려고 했는데 누나가 저를 알아보곤 먼저 아는 척을 하더라고요. 형도 알죠? 누나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 아무튼,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대뜸 사과하는 게 아니겠어요?"



"사과를 해..?"



"그.. 채연 누나가 작년부터 저지른 업보가 있잖습니까."




아. 알다마다. 전 여친이었던 아니 전전 여친이었던 예나와 내 사이를 갈라놓고, 동화 더러 나에게 다른 여자를 소개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던 이채연. 그랬던 그녀가 얼마 전에 동화를 길에서 만나고는 지난 일에 대해 사과했다라..




"아예 무릎까지 꿇으면서 싹싹 빌더라고요. 그때 제가 어떻게 했을 거 같습니까?"



"... 글쎄."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어요."




쪼르륵. 동화는 나와 본인의 술잔에 소주를 따르더니, 먼저 잔을 들어 삼켰다. 그 때문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던 동화가 이어서 말했다.




"행님. 그때 제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저, 형이 생각하는 거보다 누나와의 추억이 꽤 많거든요? 고딩 때부터 동경하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진 모습을 보니, 차마 지켜볼 수 없겠더라고요. 으음.. 전에도 한 번 언급했겠지만, 채연이와 동화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다. 게다가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였고. 뭐, 채연이의 이면이 드러난 지금으로서는 옛말이 되었지만.




"역시 그 자리에서 누나를 용서해야 하지 않았을까.."



"... 꼭 그게 정답은 아니지."



"네?"



"주변의 시선을 피하고자 용서했다고 그게 제대로 된 용서가 됐을까? 네가 내키는 대로 해야지. 지금도 봐. 확실하게 채연이의 사과를 받아 줄 상태가 아닌 거 같은데 너?"




사람을 용서한다는 건, 고백하는 것과 같아. 양쪽 모두 그럴 마음이 있을 때, 확신이 들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예전에 내가 이중약속 사건으로 혜원이에게 큰 실망을 줬을 때도, 나는 혜원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침마다 그녀의 집 앞에 우유를 놓았었다. 그래서 나의 진심 어린 마음을 확인한 혜원이가 나를 쉽게 용서해주지 않았을까?




'설렌다고 좋아할 정도면, 난 너랑 결혼까지 했겠다!!'




"..."




혜원이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오르는군. 나, 이대로 혜원이랑 멀어지면 어떡하지?




"행님, 그래서 말인데요.."



"..."



"행님?"



"ㅇ..어.. 우리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게 아니라, 저 행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짠. 술잔을 부딪치면서 다시 긴장한 듯한 동화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래도 채연이를 만났다는 썰은 지금을 위한 밑밥이었던 거 같구만. 괜찮아, 편하게 물어봐.




"... 그.. 희지 누님 있잖습니까.."



"희지 누나.."



"네. 이제는 물어볼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뭐가..?"



"그때.. 채연이 누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말하기 머뭇거리는 동화를 보며, 들고 있던 술잔을 들이키는 순간.




"누나가 희지 누님한테 회사 소개했다는 소식, 정말입니까..?"




'쨍그랑'




"너.. 방금 뭐라고.."




동시에 내가 모르고 있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찬성 615표, 반대 3표로 이채연 후보 인의 전교 회장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와아아아-"




단상 위로 올라가는 나에게 수많은 시선과 환호들이 느껴진다. 아,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거 같은 이 기분!!




"먼저 저를 믿어주신 615명의 지지자분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나는 학창 시절, 모든 분야에서 늘 상위권이었다. 라이벌이란 것도 없었다. 즉, 사람들에게 난 우러러볼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부족할 거 하나 없는 내 삶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이하이. 옆에 앉아도 되지?"




내 이름은 최예나. 넌? OT 때 처음으로 내 단짝, 내 소울메이트인 예나를 처음 만났다. 그녀의 친화력과 나의 친화력은 시너지 효과를 내어, 우리가 금방 친해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야.. 채연이 너 춤 지쨔 잘춘다아.."




OT 장기자랑. 거기서 나는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사람들은 학창 시절과 똑같이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대 밑을 내려오는 나를 반겨주는 예나.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간 화장실 앞에서 나는 어떤 남성을 만났다. 내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풉.. 벌써 이러면 피곤한데?




"저기.. 아까 춤추시는 거 인상 깊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그 정도야 뭐.."



"근데 혹시.. 앞에서 응원하시던 여성분이랑 아는 사이세요?"



"네?"



"그게.. 후우.. ㅈ..제 스타일이셔서.. 친하시다면.. 번호 좀.."




이 사람, 사실 나 말고 무대 아래에 있던 예나를 보고 있었던 거였어? 뭐지? 분명 무대를 선 건 나잖아? 그런데 왜 예나가 관심을 받는 거야? 어째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이상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쪽은 항상 나였는데..?




"너한테 관심 있는 사람 있다더라."



"에? 나를 언제 봤다고?"




단순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 싶어, 우선 그 사람에게 내 번호를 주고는 예나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랬더니 예나도 많이 당황한 눈치다. 그래, 설마 저 둘이 잘 되겠어?




"... 진짜?"



"헤헷. 주원이랑 그렇게 됐다아~"




이름이 이주원이었구나. 예나가 주원이와 사귀게 되면서, 나와 학교에서 함께하는 시간 역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괜히 그 애한테 예나를 뺏기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내 것을 뺏는다는 건 처음이야. 짜증 나. 불쾌해.




"둘이 헤어지면 좋겠다.."



"응? 째욘, 방금 뭐라고 했어?"



"ㅇ..아무 것도 아니야."




그런데 기회가 생겼다. 예나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재수에 실패하면 그땐 정말로 유학을 떠나야 한단다. 예나와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된다는 것은 속상했다. 하지만 주원이와 예나를 찢을 기회가 생겼으니, 큰 수확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예나 아버님의 번호를 우연히 알게 돼서 가지고 있으니, 나는 그날 밤에 예나 아버님께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예나 아버님 맞는가요?"




나는 30분 넘게 예나 아버님께 주원이와 예나의 사이에 관해 설명했다. 주원이와 계속 사귀는 예나가 과연 재수를 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겠냐고. 내 말을 잘 들어주신 아버님은 조치를 해보겠다며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하셨다. 이게 맞지. 다 예나를 위한 거야. 난 예나의 친한 친구니까. 

 



"나 헤어졌어."



"... 그래..?"




꺅!!!!!!!!!!!! 와아.. 하마터면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을 뻔했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커플링을 매일 끼고 다니던 예나가, 짧더라도 밤마다 주원이를 만나던 예나가, 차디찬 겨울에 이별했단다. 됐어. 나는 다시 예나를 되찾은 것이다. 나와 함께하는 예나. 훗, 나 이채연의 것을 뺏는 사람은 벌을 받는 거라구.




"이주원?"



"응. 나야 채연아."



"진짜 오랜만이다 너? 그때 이후로 너도 그렇고 걔도 그렇고 연락 끊겨서 걱정됐는데.."



"아.. 이젠 괜찮아 ㅋㅋ"




오랜만에 너한테 연락이 왔던 그 날.




"나 약속 시간 가까워져서 먼저 일어날게."



"그래? 바래다줄까?"



"어? 굳이..!? 후배나 신경 써 ㅋㅋㅋㅋ"




내가 너 몰래 예나를 보러 갔던 그날.




"... 어..? 나 잘못 들은 거 같아."



"들은 그대로야. 예나 유학 안 갔어. 나 그날에 김포공항으로 헛걸음한 거더라."



"아니.. 왜..? 그럴 리가.."




네가 내 거짓말을 간파했던 그 날.



 

"예나야. 지금 들어와."




그리고 그날을 마지막으로 너희들과의 연은 끝났다. 돌이켜보면 내가 나쁜 짓을 한 게 맞네. 그런데 한 번 나쁜 짓을 하니까 더하고 싶더라? 




"윤정쌤!! 스윗 엔터테인먼트에 아는 지인분 계시죠? 이번에 학교 음악경연대회에서 눈에 띄는 언니가 한 명 있는데.."




그분, 결승 날에 한 번 참석 요청해주실 수 있나요? 일반인으로 남기에는 아까운 사람이라서요. 그리고 며칠 후에 둘이 제주도 다녀와서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속이 시원해야 했는데 그렇진 않더라. 흐음. 상대가 예나가 아니라서 그랬나?




"아쉽다. 난 둘이 오래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너를 만나서 했던 그 말은 진심이었어. 진짜 헤어질 줄은 몰랐지 뭐야?









§









"..."



"ㅎ..행님.. 벌써 두 병째입니다.."




휙. 내게서 술병을 뺏으려는 동화를 뿌리치고 술잔에 남은 소주를 부었다. 동화에게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채연은 동화에게 자기 덕에 희지 누나가 빛을 보는 거라고 말했단다. 굳이 희지 누나 이야기를 동화한테 할 필요는 없는데, 이건 나를 자극하려고 꺼낸 말이겠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예나로 만족 못 해서 희지 누나까지 찢어놔야 하냐고!!"



"진정하세요. 형..!!"



"근데 그거보다 더 빡치는 건 뭘 줄 알아? 우리가 헤어진 건 희지 누나 선택이었다는 거야.. 걔 탓을 할 수도 없어.. 이채연은 그저 미끼를 던졌을 뿐이고, 누나가 그걸 문 거니까.."




가수 하고 싶었다는 사람이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 참겠어? 툭툭. 답답하다 진짜.. 희지 누나가 힘들어했을 때, 옆에서 지켜만 봤던 내가 거기서 뭘 어떻게 했겠냐..




"행님.."




오늘따라 술이 쓰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마셨다. 이렇게라도 해야 다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보고싶다아.. 누나아.."



"행님, 그 말만 벌써 열 두 번째입니다.. 이제 그만 마셔요..!!"




ㅇ..안 되겠다, 나 누나한테 전화 한 번만 해보자. 목소리만 들을게 응? 휴대폰.. 휴대폰.. 나는 황급히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냈다. 우리 맨날 통화하고 그랬으니까.. 역시!! 내 최근 통화 목록엔 한 사람의 번호밖에 없었다. 동화는 이런 나를 보고 말리기를 포기한 듯, 가만히 앉아서 팔짱을 낀 상황.




"... 여보세요?"



"누나.."




다행이다. 번호 그대로 남겨두고 있었구나!! 오랜만에 누나와 전화를 하니, 목이 메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희지 누나는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는지, 말이 없었다. 나였어도 할 말이 없을 테다. 이제 헤어진 마당에 전 남친이라는 애가 술에 꼴아서 전화나 처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이없을까. 근데 미안 누나. 한 번만 더 어이 없어 줘.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 데에.. 그게 아니더라.."




오늘따라 보고 싶다 진짜. 이렇게 겨우 내 진심을 전했다. 누나는 그 후로도 말이 없었다. 역시 대답을 듣는 건 무리겠지..? 흐어어어어엉- 결국 보다 못한 동화가 내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 주원이 형 지금 술에 취해서 제정신 아니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연신 사과하던 동화가 움찔하더니, 갑자기 우리가 있는 주소를 불렀다. 네, 감사합니다.




"후우.. 형. 누님이 이쪽으로 오신대요."




한숨을 깊게 내쉰 동화가 나에게 휴대폰을 쥐여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눈물 그치고 기다리잔다. 나는 어린 애처럼 훌쩍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나 누나한테 우는 모습 보이면 안 되니깐...









"어, 왔다. 여기.. 어.."




누나가 왔나 보다.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나는 동화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아.. 진짜 희지 누나잖아.. 동화는 누나의 달라진 모습에 적잖이 놀란 듯. 원래 희지 누나는 금발이었으니까.




"어떻게.. 된 거예요..?"




술에 취해서 자세히는 들리지 않았지만, 동화는 누나한테 이런 상황이 된 경위를 설명하는 듯했다. 동화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희지 누나한테 나를 맡겼다. 




"아무래도 저는 빠져야 할 거 같네요."




한동화 이 새끼.. 눈치 있네. 동화는 자기가 술 값 계산할테니, 우리더러 먼저 가라길래 누나와 같이 가게 밖을 나왔다. 킁킁.




"누나한테서 비누 냄새가 나. 바꾼 거지?"



"... 응."




더는 희지 누나한테서 오렌지 향이 나지 않았다. 연습생 생활하면서 많이 바뀌었구나. 머리도 브라운 계열로 염색도 하고. 누나는 말없이 내 손을 잡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내가 술에 취했어도 걸을 정도는 되었기에, 나는 누나가 이끄는 대로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와줘서 고마워어 누나아."



"..."



"누나는 잘못 없어.. 이채연이 못 된 거지.."




아,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되는데. 그러나 나는 이미 이채연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나 진짜 누나 많이 좋아했고, 좋아하고, 좋아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게 너무 속상해. 




"..."



"누나."




어느덧 집 앞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나와 희지 누나는 손을 맞잡고 있다. 술을 먹으면 용기가 생긴다고 하잖아? 나는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누나에게 말했다. 어쩌면 내가 여태까지 부정하고 있던 내 마음. 구질구질 해 보이겠지만 지금은 솔직해질래.




"나.. 아직도 누나 좋아하나 봐."




누나는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 나에게 대답을 하는 건 좋아. 그런데..













"나도 정말 많이 좋아해 오빠."




왜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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