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차렷!"

대강당에 있는 101명의 인원은 자로 잰 듯이 동시에 동작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강당 앞의 단상에는 옆에서 봐도 빛이 나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수님께 대하여 경례!"

"안녕하십니까!"

더 놀라운 것은 인사를 하는 타이밍 하나조차 어긋남이 없었다는 것이다.

"앉아."

단상 중앙까지 온 교수는 고개를 까딱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다들 반갑다.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교수는 들고온 태블릿 PC에 자신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고, 단상의 칠판은 순식간에 초대형 스크린으로 바뀌면서 태블릿의 화면을 비춰줬다.

화면에 적힌 건 놀랍게도 한자와 후리가나였다.

しなの ひかる

"시나노 히카루다. 너희들에게 <한국현대대중음악사> 강의를 할 것이고."

아무리 분야사라고 하더라도 일본인이 한국사 강의를? 하지만 이런 의문이 떠오르는 학생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짧은 소개를 마친 히카루는 바로 태블릿을 스와이프했고, 화면에는 12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걸그룹의 포스터가 나타났다.

"이 그룹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

"아이즈원입니다!"

"앚즈요!"

"앚! 앚!"

히카루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지금까지의 질서정연함은 온데간데 없고 강의실은 북새통이 되었다.

보다못한 히카루가 손을 들어 제지하려는 순간, 맨 앞줄 한가운데에 앉은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히카루가 말해보라는 듯 그 학생을 응시하자 그는 찬찬히 입을 열었다.

"그룹의 이름은 아이즈원입니다. 2018년 한일합작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의 최종 데뷔조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한때 한국 걸그룹 초동 판매의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고, 오리콘 차트를 비롯한 해외 유수 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히카루는 손짓으로 학생을 제지하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자네 이름은 무엇인가?"

남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이는 학생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네, 제 이름은 하세가와 치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