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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RE] 옆집에 사는 강광배 양 -85-

글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16 06:26:24
조회 288 추천 19 댓글 2
														






'될 수 있으면 빨리 와. 나 심심하니까. 알았지?'



'... 그래.'




어젯밤부터 집에서 나를 오매불망 기다렸을 강혜원. 그러나 그녀는 어제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야구장에서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채원이와 밤에 술을 마셨으니까.




'나하고 채원이를.. 봤다고..?'




그래서 다음 날에 혜원이를 찾아갔더니, 놀랍게도 나를 봤다고 했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연 어디서 우리를 봤다는 거지?




"그냥.. 내가 묻는 거에 대답만 해."




내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혜원이의 다음 질문이 날아왔다.




"둘이 왜 키스했어?"



"..."




서로 마음이 있는 두 사람이 하는 애정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키스. 그런데 그것이 나와 채원이 사이에 일어났다고 오해한 혜원이었다. 그 키스(결코 입술이 닿지 않았음)는 야구장 이벤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던 행동이었으니,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겠군.




"그건 말이"



"너 일부로 그랬던 거지?"



"어?"




두 눈 부릅뜬 채로 나를 째려보는 강혜원.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일부로 그랬다니? 얘는 지금 내가 자기를 자극하기 위해서 그런 줄 아는 거?




"좋겠다, 좋겠어~ 예쁘장한 후배랑 야구장도 가고?"



"아니.. 야.."



"게다가 이게 웬걸? 키스 타임에 둘이 딱 걸려버렸네?"



"저기.."



"분명 너는 이때다 싶어서 정장 후배의 입술을"




쾅.




"그만."




선을 넘었다.




"네가 봤다며. 봤으면 알 거 아니야? 내 입술이 채원이 입술에 닿았음?"




어느새 목소리가 올라간 나도.




"그리고 강혜원, 넌 말을 그딴 식으로밖에 못 하냐?"



"그딴 식?"



"어. 그딴 식. 네가 방금 날 후배랑 키스하려고 안달 난 새끼로 만들었잖아!!"



"그게 키스가 아니면 뭔데? 하기 싫었으면 하지 말았어야지? 내 말이 틀려?"



"키스, 키스, 키스!! 너 아까부터 자꾸 키스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데?"



"뭐..? 집착? 너는 지금 이게 집착으로 보여? 넌 지금 내가 뭐 때문에 빡쳤는지 알기나 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는데? 나 좋다는 후배랑 야구장 간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야?"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던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던 혜원이마저 목소리가 올라갔다. 말싸움을 하면서 하면 안 되는 것이 바로 흥분. 그러나 우리 둘은 감정이 격하게 올라간 상황이었다.




"친구들이랑 야구장 갔다면서, 네가 정장 후배랑 그러고 있는 것을 본 내 심정은 어땠겠는데?"




'엥? 네가 거길 왜 가 있는데?'



'채.. ㅊ..챈구들이랑 왔어. 간만에 스트레스도 풀 겸.'




아.




"괜히 찔리니까 구라친 거 아니야? 네가 당당 했어 봐. 사실대로 누구랑 있었는지 말했겠지. 너는 그저 내 앞에서 그 애랑 있는 것을 숨기고 싶었던 거야."




혜원이는 내가 채원이랑 있는 것보다, 거짓말을 했다는 거에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 그랬으면 안 됐는데, 혜원이한테 내가 채원이랑 있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말았지만.




"네 모습 잠깐 보려고 야구 경기 찾아본 내가 병신이지.."



"..."




역시 중계방송으로 경기를 봤구나. 하필이면 키스 타임 때 혜원이가 나하고 채원이의 모습을 보게 된 거고.. 




"입 다물고 있는 거 보니까, 내 예상이 맞나보다."




예상? 힘껏 올라가 있던 혜원이의 눈썹이 이제는 아래로 축 처져 있었다.




"역시 너도 걔 좋아하는 거 맞지?"




쿵. 그 말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채원이를 좋아한다고? 




"숨기려고 하지 마. 아니 애초에 나한테 숨기는 이유가 뭐야?"




이미 네 표정이 그걸 말해주고 있는데. 




"..."



"..."




잠시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내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니.. 도대체 내 표정이 어땠길래 그러는 걸까. 




"... 아까는 소리 질러서 미안. 다 마시고 주방에 갖다 놔."




벌떡. 혜원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면에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멍해진 상태다. 조금 전에 들은 말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기 때문.




"후우.."




같은 대학교 한 학년 후배인 김채원은 나를 좋아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본인이 직접 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티를 내기도 했고. 하지만 나는 채원이의 마음을 무작정 받아줄 순 없었다. 나는 희지 누나와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라서 마음 정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잖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나는 채원이와 단둘이 야구장까지 가는 사이가 됐지만..




"야, 다 마셨으면 빨리 컵 이리 갖고 와."



"어어.."




지금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식충이가 그게 그렇게 아니꼬웠다는 게 문제라는 거지. 혜원이도 내가 희지 누나와 헤어지고 나서 나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당장 예를 들자면




"자."



"..."




컵 준다고 잠시 손이 스쳤을 뿐인데 얼굴을 붉히는 저 행동. 이 녀석이 자기 입으로 그랬었다. 앞으로 이상해질 거라고. 방금 나와 했던 말다툼 역시 채원이에 대한 본인의 질투심과 나에 대한 오묘한 감정 때문에 비롯하였겠지? 결론은 옆집 이웃인 강혜원과 마냥 친구 사이로 남을 줄만 알았지만, 이제는 아니게 됐다는 거다.




"아까 내가 했던 말 신경 쓰지 마."




미안한 마음에 혜원이 집 바닥 청소를 해주고 있을 때, 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파에 앉아 있던 혜원이가 말했다. 했던 말?




"뭘?"



"그.. 으.. 아이씨.. 정장 후배.."




하? 채원이 이야기가 또 나오자, 나는 빗자루질을 멈추고 혜원이를 바라봤다. 손톱을 매만지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까, 황급히 시선을 돌리더라.




"그냥.. 네가 숨기든 말든, 내가 관여할 건 아닌데.."




'숨기려고 하지 마. 아니 애초에 나한테 숨기는 이유가 뭐야?'




역시 이거였나. 겉으론 몰라도, 속으로는 엄청 신경 쓰였나 보네. 얘는 내가 채원이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를 알고 싶었던 거구만.




"으음.. 말해줘?"



"엥?"




혜원이 네가 정녕 듣고 싶다면, 네가 들어도 괜찮겠다면 말해줄 수 있어. 내 감정에 대해서 거짓말을 할 순 없으니까.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기엔 부끄러우니까..




"민트."




이거면 답이 되려나?









"대애애애애애애박!!"




낙장불입!! 남아일언중천금이에요!?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채원이의 격양된 목소리. 어쩌면 내가 근래에 들은 채원이의 목소리 데시벨 중 가장 클지도 모른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채원이에게 저번에 못 간 캠핑을 하러 가자고 했더니 저런 반응이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자마자, 잠이 확 깨버렸군.




"시발 존나 좋다.."




으응..? 나 분명 잠 다 깼다고 했을 텐데, 없던 졸음을 완전히 쫓아내 버리는 저 리액션은 뭐지? 그리고 내가 아는 스톤 대학교 경영학과 '대천사' 김채원이 방금 상스러운 비속어를 사용한 거 맞지? 물론 채원이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매도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한데..




"아.. 나 왜 이래.."




훌쩍. 얼마나 좋았으면 이제는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한다고!? 아무튼 잠시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진 채원이가 다시 신나게 조잘댔다.




"우선 각자 집에 뭐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그리고 없는 물품들은 같이 장을 보면서 충당하도록 하구요. 일단 우리 집에는 예전에 가족끼리 바다 놀러 간다고 쓰던 텐트가 있어요. 원래 4인용이라, 두 명에서 쓰기에는 넉넉할 거구요. 그리고 어디보자.. 그릴 같은 건 가서 대여하면 되니까 문제없고.. 아, 텐트도 그냥 캠핑장 가서 대여할까요? 텐트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이니까요. 음음.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대신 장은 같이 봐야겠죠? 고기하고 같이 곁들어 먹을 쌈무 같은 건 상의하면서 사야 하니까요. 아차, 내 정신 좀 봐.. 우리 언제 캠핑하러 갈지 아직 정하지도 않았잖아요? 오빠는 어차피 백수니까(응?) 제 스케줄에 맞추면 되겠죠? 놀러 가는 날은 제가 알바하는 시간을 피해서.. 아니지, 오빠랑 놀러 가는데 그깟 알바가 대수야? 그냥 알바 시간 바꿔 달라고 하죠. 뭐. 저 대신 대타해줄 사람은 차고 넘치니까요. 그리고 우리 캠핑은 늦어도 다음 주에 가도록 해요. 저 기다리다가 미쳐버릴 거 같으니까요. 자, 그러면 오빠가 예약 담당해주세요. 저는 장보기 체크리스트 좀 작성해야겠네요. 저 지금 알아볼 테니까, 오빠도 미루지 말고 거리 상관없이 좋은 캠핑장 알아보기!!"




정말이지 어지럽다.. 나는 굳이 오늘 다 정해야 하냐고 물었지만, 이미 채원이가 전화를 끊어버려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나랑 놀러 가는 게 그렇게나 좋을까. 사실 채원이가 들뜨니까, 나도 덩달아 들뜨긴 마찬가지다. 그럼 어제 미뤘던 분리수거부터 하고 주변 캠핑장부터 알아볼까나.




"응. 짐은 다 쌌어. 얘기했냐고? ... 당연히 얘기했으니까 내가 이러고 있지 않겠어? 그래. 내일 갈 거니까 걱정 마셔."




분리수거장에 내려가니, 혜원이가 누구와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말았다. 뭔가 들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슬금슬금 위로 다시 올라온 나. 일단 혜원이가 통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근데 어디 놀러라도 가나? 금세 다른 친구를 사귀어서 놀러 가는 거라면 내가 다 뿌듯하네. 주변에 친구가 없던 혜원이가 카페 알바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됐으니까.









'똑똑똑똑'




저녁이 되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강혜원이 서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꼭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더라. 얘가 이러는 이유라면 역시




"배고파서 그래?"



"ㅇ..아니..!! 그건 아니고.."



"그렇다면 무슨 일?"



"..."



"짧게 말 못 할 거면 들어와. 모기 다 들어온다."




집에 들어와서도 별다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강혜원. 심각한 일이라도 생겼나. 괜히 걱정돼서 냉장고에 있던 냉동 만두를 구워서 주니, 그건 또 잘 먹는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냐? 뭔데?"



"..."



"빨리."



"흐흠. 있잖아, 너.. 놀러 가는 거 좋아해?"




갑자기..? 혜원이가 내게 묻고 싶었던 것은 굉장히 의외였다. 고작 저걸 물어보려고 고민한 거였음?




"싫어하진 않지?"



"그럼 당장 놀러 가는 약속 같은 거 있어?"



"어.. 다음 주에.."




잠깐. 여기서 채원이랑 놀러 간다는 사실을 숨기면 제2의 야구장 사건이 벌어지겠지?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이 가는데.. 아니야, 그래도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건 없잖아? 좋아, 사실대로 말하자고.




"채원이랑 캠핑 가기로 했어."



"아.. 캠핑.."




바로 시무룩해진 혜원이의 표정. ... 말하길 잘한 거겠지? 그런데 내 약속을 왜 물어본 걸까. 어차피 저 녀석도 내일 친구랑 어디 놀러 가는 거 아닌가?




"오케이. 그럼 됐어."



"에? 이대로 가는 거?"




혜원이는 곧장 일어나, 현관 앞에서 슬리퍼를 고쳐 신었다. 정말 이게 끝?




"응. 간다."



"..."




그러더니 진짜 바로 옆집으로 떠나더라. 게다가 마지막에 혜원이가 지었던 표정은 미련을 버린, 후련한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괜스레 불안해지는데..




쌈무 요정 - 장보기 체크리스트.hwp




자기 전에 기어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낸 채원이의 문자를 확인하고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그러나 쉽게 잠이 오지 않는군. 저녁에 혜원이가 보인 행동은 도대체 뭐였을까. 아침에 내가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는 걸 눈치챈 건가? 물론 엿 들은 건 잘못이다만, 내가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다. 게다가 혜원이가 나에게 찾아와서 그 잘못을 따진 것도 아니잖아? 오히려 누구랑 놀러 가냐고 물었지. 아, 어쩌면 혜원이는 나에게 여행 관련해서 팁이라도 얻으려고 한 거 아닐까?




"이잇, 이 멍청아.."




지금이라도 눈치채서 다행이구만. 내일 혜원이가 떠나기 전에 뭐라도 좀 알려줘야겠다. 









"너 거기서 뭐함?"




역시 아침 일찍 출발할 줄 알았다. 작은 캐리어를 끌고, 시원하게 흰 셔츠에 청반바지를 코디한 혜원이가 나를 보고는 흠칫하며 놀랐다. 그도 그럴 게, 이 녀석이 나올 때까지 계단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광배. 솔직히 말해. 어제 나한테 찾아온 거, 이유 있었지?"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황하는 거 보니까, 맞구만. 네가 그렇게 나올수록 내가 더 친절히 알려줘야지. 나도 한 여행해 봤으니까. 그래서 어떤 걸 묻고 싶은 건데?




"..."



"진짜 여행 관련해서 묻고 싶은 거 없어? 친구가 안 알려주면 나라도"



"친구?"



"... 응? 친구가 왜?"



"..."



"친구랑 가는 거 아님?"



"혼자 가.."



"뭐라고?"



"나.. 혼자 간다고.."



"..."



"..."



"그러니까 네 말은.. 네 혼자 여행 가는 거라고..?"




끄덕끄덕. 이건.. 무슨 상황이지..? 어제 혜원이가 통화한 내용을 되짚어 보면, 당연히 누구랑 같이 가는 거 아니었음?




"너 오늘 어디 가는 건데?"



"가평에 있는 펜션."



"거기를 너 혼자 간다고? 보통 펜션이라면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가지 않아?"



"응. 숙박권 두 장 받았어."



"그렇다면 두 장인데 왜 네 혼자 가는 건데?"



"그야.. 같이 갈 사람이 없으니까.."




아, 결국 같이 갈 사람을 못 구했나 보 구나.. 이제야 어제 혜원이의 수상한 행동이 이해됐다. 나랑 같이 놀러 가자고 말하려다가 끝내 말 못 한 거고. 그것도 채원이 이야기가 나와서 더욱 그랬겠지.




"너 정장 후배랑 캠핑 간다고 했잖아."



"응."



"... 나랑도 놀러 가면 안 돼?"



"지금..?"



"... 싫어?"



"그건 아니고.. 좀 갑작스러워서.."



"어차피 너 오늘 정장 후배랑 놀러 가는 것도 아니잖아? 다른 약속도 따로 없고."



"그렇지.."




은근히 딜 넣는 거 같은데 넘어가자.




"그리고 설마 우리 사이에 무슨 일 생기겠어? 걔랑 다르게 너랑 나는"




옆집에 사는 혜원이와 나는 동갑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몰랐다. 우리 사이를 대변하는 그 친구라는 호칭이













"그저 친구잖아?"




때로는 가슴 아프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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