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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RE] 옆집에 사는 강광배 양 -84-

글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10 04:10:11
조회 315 추천 38 댓글 2
														







얼마 전에 혜원이의 대학 동기였던 녀석과 다툼으로 얼굴에 상처는 물론, 발목을 다친 나. 그래서 채원이와 약속했던 1박 2일 캠핑은 물 건너가게 됐다. 그러나 내가 몸을 무리하지 않고, 채원이와 장시간 동안 있을 수 있는 곳이 있긴 있더라.




'오빠는 야구 좋아해요?'




바로 야구장. 알고 보니 채원이는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과 모자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진성 야빠였던 것. 음.. 되게 의외인걸.. 야구 좋아하는 여자가 내 주변에 있을 줄은 몰랐거든. 그렇게 야구장에 와서 경기 중반에 채원이와 먹을 것을 사고, 자리에 돌아왔을 때 야구장의 꽃, 키스 타임에 우리가 걸리고 말았다. 전광판에 버젓이 보이는 나와 채원이의 얼굴. 그러자, 채원이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해졌다.




"쓰읍.."




정녕 나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저 여자가 김채원이 맞단 말인가.. 게다가 평소보다 눈이 좀 풀린 거 같은데?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건데!?




"... 어쩔 수 없잖아요? 다들 보고 있으니까.."



"..."




어라!? 그러면서 채원이가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서로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쿵쿵쿵. 동시에 짙어지는 채원이 특유의 비누 향. 




"..."



"..."




이제는 서로의 얼굴이 눈앞에 와 있는 상황. 여기서 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대로 채원이와 키..스를 하던가, 아니면 말던가. 분위기를 봐서는 무조건 키스가 맞겠지만, 막상 하려니까 망설여졌다. 아직 나는 채원이에 대한 마음에 확신이 들지 않은 상태야. 흔들리긴 했어도 넘어가지 않았다고. 그런데 내가 여기서 채원이와 덥석 키스한다고 해서, 마음이 더 깊어질 거 같지는 않다. 설령 생긴다고 해도 그것은 분명, 한순간의 감정일 거고. 그렇다면 내가 채원이를 실망하게 하지 않고, 넘어갈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역시 이게 좋겠지?




'텁.'




"읍!?" 




나는 점차 좁아지는 서로의 입술 사이 공간에 손을 끼워 넣었다. 그런 까닭에, 나와 채원이의 입술은 각각 내 손바닥과 손등에 닿았다. 




"..."



"..."




이 정도면 적당히 분위기도 내고 괜찮겠지? 와아아아- 우리의 손바닥 키스를 본 관중들의 반응은 반으로 갈렸다. 다른 키스 타임과 달리, 신선하다는 반응과 맥이 빠진다면서 아쉬워하는 반응. 당연히 채원이의 반응은 후자에 가까웠다.




"이게 뭐에요.."




나는 울상을 짓는 채원이에게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너에게 몹쓸 짓을 하고 싶지 않았어. 채원이 네 마음은 잘 알겠지만, 이해 좀 해주면 좋겠다. 너는 내가 정말 아끼는 후배니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흥."



"... 오늘 야구 져서 그런 거 맞지..?"



"흥."




그러나 김채원의 사전에 이해라는 단어는 없었나 보다. 나와의 키스를 열망(?)하던 채원이는 손바닥 키스 이후로 제대로 토라진 상태다. 뭐라고 말을 걸면 흥, 얼굴 좀 보려고 하면 고개를 휙. 심지어 야구가 끝난 지금도 저러고 있다. 아예 나를 무시하는 수준이랄까. 그렇다고 내 곁을 떠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여기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함?




"이제 어떡할래? 이대로 집 갈 거야?"



"흥."



"집 가는 거지? 같이 저녁이나 먹으려고 했는데.. 아쉽네."




움찔. 분명 나를 무시하고 있어야 할 채원이가 반응했다. 그럴 줄 알았어. 얘도 사실은 나랑 저녁 먹고 싶은 게 분명했다. 좋아, 조금만 더 꼬드기면 넘어올 거 같구만.




"여기 잠실 구장 근처에 유명한 마라탕 집이 있다는데.."




스윽. 그 말을 마치고 옆을 돌아보니, 침을 꼴깍 삼키는 채원이가 보였다. 다 넘어왔군. 나는 채원이의 어깨를 툭 건드려서 나를 쳐다보게 했다.




"... 왜요."



"아까 먹은 치킨으로는 부족하지 않아? 저녁 먹고 들어가자. 너 어차피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간다며?"



"..."



"친구 집이 학교 근처니까, 나랑 같이 집 가면"



"아뇨, 저 배불러요."




꼬르륵. 말과 다르게, 채원이의 배꼽시계는 배고픔을 울부짖고 있었다. 어.. 나 ㅂ..배부른데..? 채원이는 본인의 배를 움켜잡고 당황하기 바빴다. 뭐야.. 귀엽잖아..? 채원이 언니분이 참 부럽네. 저런 여동생이 있으니까 말이야.




"에이, 너 배고픈 거 맞잖아?"



"..."



"진짜 안 갈 거야?"



"...요.."



"뭐라고?"



"... 간다구요.."




얼굴이 빨간 마라탕 색이 된 채원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여간 갈 거면서 고집부리기는. 그러면서 채원이는 마지막 한마디를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ㅇ..오해하지 마요..!! 저는 정말 배부른데 오빠 혼밥하는 꼴은 못 봐줘서 가는 거니깐!!"



"예예~"




나와 저녁을 함께 해준다는 채원이의 과분한 걱정 덕분에 외롭지 않게 됐군. 아아- 행복해-









"이모님~ 소주 맥주 하나씩 더 주세요오오오-"




그래서 같이 밥을 먹어야 할 우리가 어째서 지금 술집에서 술을 시키고 있는 거지?




"... 또 마시게?"



"닥치라고."



"네."




그리고 어느덧 쌈아치 모드로 돌변한 채원이가 비어있는 소주병을 들어, 나를 위협했다. 마치 자기를 방해하면 그대로 머리통을 깨부술 뉘앙스를 풍기면서. 저번에도 채원이가 술에 취해서 나에게 반말했던 기억이 났다. 아마 이게 채원이의 주사겠지?




"니 오늘 집 갈 생각하지 마라.. 알게써!?"



"다 좋은데, 니라고 하는 건 좀.."



"대답."



"..."



"어쭈우.. 대답 안 해!?"



"어..어!! 알겠어 응!!"




툭. 채원이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들고 있던 소주병을 무사히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 소주병 옆에 나란히 정렬된 수많은 초록 병과 갈색 병들. 둘이서 마셨다기엔 꽤 많은 병이었다. 채원이 얘가 생각보다 술을 잘 마신단 말이지? 나도 잘 마시는 건 아니지만, 채원이보단 잘 마시겠다 싶어서 채원이의 템포에 맞춰주는 중이다. 나중에 얘가 취하면 끊고 집에 데려가면 되겠지 뭐.




"아무리 친구 집에 잔다고 하지만.. 나랑 계속 있어도 괜찮겠어?"



"..."



"난 그저 친구가 너 기다릴까 봐.."



"답답하다 진짜아.."




푸우우.. 갑자기 채원이가 이모님께 받은 맥주와 소주를 말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그러나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야구장까지 와서 좋아하는 야구팀을 응원했는데 졌다 보니, 내심 신경 쓰였던 모양.




"괜찮아, 내일부터 잘하면 되지?"




나는 채원이에게서 소주병을 받아, 내 잔에 따르면서 말했다. 좋아하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계속 옆에서 응원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나름 멋있게 위로해준 거 같아서 채원이의 반응을 살폈는데 채원이가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내 정신 차린 채원이가 헛웃음을 짓더라.




"참나.."



"음?"




엥?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 전혀 다른데? 




"이 사람이 지금 날 놀리나.."



"잠깐, 놀리다니? 난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뉘에~ 뉘에~ 그러시겠죠~ 눈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니까~"



"눈치? 네가 힘들어 보여서 걱정돼서 해준 말인데, 이게 눈치가 없는 거라고?"



"으으..!! 됐네요 됐어!! 이럴수록 나만 더 비참해지지.."




아니.. 야구 좋아하는 거에 비참하다는 감정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채원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소맥 잔의 반을 비웠다.




"크으.. 쓰다 써.."



"그런데 정확히 좋아하게 된 계기가 뭐야?"



"!?!?!?!?!?!?!?!?"



"꽤 진심인 거 같아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보거든. 여자라면 더욱더."



"ㅇ..어어.."




솔직히 궁금했다. 채원이는 야구의 어떤 매력에 빠지게 된 걸까? 내가 계속해서 야구 얘기를 꺼내니, 채원이는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왔을 때처럼.




"기억 안 나면 굳이 말 안 해도"



"처음.. 봤을 때부터어.."



"... 정말?"



"으응.. 뭐랄까.. 자꾸 시선이 갔어.."



"와.. 정말 좋아하나 보네.."



"..."




스포츠도 첫눈에 반할 수가 있구나. 채원이는 괜히 안주를 뒤적거리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생각만 해도 좋은 걸까. 술 때문인지 붉어진 두 볼. 내가 다시 말하려고 할 때, 채원이가 빨랐다.




"오빠는.. 좋아해 볼 생각 없으..려나..?"



"...?"



"나.. 오늘 너무 좋았는데에.."




저런걸 덕질 용어로 영업이라고 하던가? 이제는 나를 야구의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하는군. 내가 스포츠에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글쎄.. 야구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데..




"미안. 지금은 마음이 없어서.. 그래도 뭐.. 노력은 해볼게."



"노력.."



"아, 그렇다고 억지로 하겠다는 건 아니야. 나도 오늘 재미는 있었으니까. 차차 보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내 말을 들은 채원이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기뻐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씁쓸함? 그래도 내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채원이의 목소리는 술에 안 취했을 때의 맑고 또렷한 목소리였다는 것.




"아니야, 내가 더 노력할게."









'짹짹'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동시에 몰려오는 엄청난 숙취. 지금 누가 내 머리를 망치로 두드리는 거 같구만. 그래도 무사히 집에서 눈을 뜬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저기.. 오해하지 마시고요.. 저 정말 얘랑 술만 마시고 온 거예요..!!'




문득 어제 술기운에 굴복한 채원이를 업고, 우리 집 근처에 산다는 채원이 친구 집에 그녀를 데려다준 순간이 떠올랐다. 하필 내가 그 부분을 떠올린 이유? 바로 채원이 친구가 나를 보는 표정이 마치 범죄자를 보는 기분이라 잊히지 않았거든. 그래도 채원이는 친구 집으로, 나는 여기 있으니까 큰 사고 없이 끝난 거 맞겠지? 아무튼 지금 몇 시일까. 나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화면을 켰다.




'부재중 전화 12건 - 식충이'




그런데 시간 밑으로 떡하니 표시된 혜원이의 부재중 전화 알람. 언제 전화한 거지? 확인해 보니까 내가 채원이와 술 마시고 있을 시간에 와 있었더라. 그러고 보니..




'그럼 오늘 늦게 들어와?'



'경기 빨리 끝나면 지하철 타고 무난하게 올 듯?'



'될 수 있으면 빨리 와. 나 심심하니까. 알았지?'



'... 그래.'




쒯.. 나 혜원이한테는 집 빨리 간다고 말했었잖아? 그런데 말도 없이 채원이랑 술 마신다고 전화마저 안 받았으니.. 이거.. 화 좀 났겠는데..? 나는 서둘러 일어나서 대충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 정도만 씻었다. 혜원이 얘가 늦잠 자는 애는 아니니까, 지금쯤 일어났겠지? 나는 혜원이에게 무조건 사과할 작정으로 조심스럽게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집의 문이 열렸다.





"아..안녕?"



"안녕? 세상 참 태평하다?"



"... 미안."



"들어와 일단."




앉아. 거기 멀뚱멀뚱 서서 뭐 해? 내가 집에 들어와서도 쉽게 앉지 못하자, 주방에 있던 혜원이의 외침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나는 마치 가시방석 위에 있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건.."




그때 눈에 들어온 사진 한 장. 혜원이의 집에는 나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벽에 걸려있다. 거기서 얼마 전에 추가한 듯한 사진이 내 눈에 띈 것. 그 사진의 정체는 내가 얼마 전에 혜원이를 구하고 얼굴에 반창고를 붙였는데, 그때 혜원이와 찍은 사진이었다. 내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인화는 하되, 벽에 걸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기어코 벽에 걸어버렸군. 뭐, 인제 와서 내가 할 말은 없다. 




"어제 술 마셨지? 이거부터 마셔."



"ㄱ..고맙다.."




혜원이가 나에게 건네준 것은 유자차였다. 집에서 어머니가 보내주셨다고 집에 한 박스란다. 나 같은 놈이 뭐가 예쁘다고 이걸 다..




"좋았어?"



"..."



"정장 후배, 인천 산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 채원이 인천에 살.. 뭐야, 너 내가 채원이랑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봤거든."



"나하고 채원이를.. 봤다고..?"



"..."




혜원이는 말없이 컵에 있는 유자차를 들이켰다. 어제 나하고 채원이가 간 술집은 그래도 여기랑 거리가 좀 있을 텐데? 게다가 늦은 시간에 얘가 그 근처를 돌아다닐 리도 없고? 어쨌든 내가 채원이랑 있었다는 것은 들켜버렸으니, 변명은 소용없겠지.




"미안하다.. 말없이 늦게 들어와서.."



"나는 네가 늦게 들어오든 말든, 신경 안 써."



"그러면..?"



"야. 내가 너를 어디서 봤을까?"



"그야 술집에서.."



"넌 설마 내가 정장 후배랑 술 마셨다고 그러는 줄 아는 거?"




내가 술이 덜 깼나? 이 녀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지 도통 모르겠다. 팔짱을 낀 상태로 나를 째려보는 강혜원. 도대체 뭐가 불만이지? 잠깐 생각을 정리한 혜원이가 입을 열었다. 




"진짜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



"뭘..?"



"그냥.. 내가 묻는 거에 대답만 해."













"둘이 왜 키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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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쓸 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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