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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NightMusic-03 #Music Hour#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22 00: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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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완벽한 허구이자 현실과는 1도 관련 없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마포구 울림사옥. 민주는 오래간만에 은비를 방문했다. 늘 출근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곳에서 만나던 그녀가 이제는 정말 다른 공간을 가지게 되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되자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어왔다. 그런 민주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비는 머그잔 두 개에 차가운 음료를 따라서는 흘러 넘치기라도 할까 싶어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왔다.


“받아.”


“고마워요 언니. 이거 뭐에요?”


“자몽 아이스티? 왜? 커피로 줘? 너 커피 싫어하잖아?”


“..........”


이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이었나? 아니면 잠깐 못 본 사이에 느긋한 주말 오전부터 쓰디쓴 커피를 즐기는 도시여자가 되어버린 건지? 대답없는 그녀를 바라보는 은비를 발견하고는 순간 멍을 때렸다는 사실을 깨닫자 머쓱하게 웃으면서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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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저는 여전히 커피는 별로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거 잘 모르지 않나요?”


“뭘 몰라? 너 커피 안 마시는 거? 멤버들이나 같이 일했던 분들은 다 알지 않을까?”


“그거 말고는요? 저랑 한 번도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거 모르겠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어디서 팬이라도 만났어?”


“..........”


바로 그게 이상하다는 거다. 민주는 습관처럽 입술을 쭉 내밀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지난 주 탑엔터에서 있었던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어떤 만남에 대해 떠올렸다.







1주일 전, 탑엔터 사무실.


지원과 민주의 갑작스러운 방문. 동빈은 이번 기회에 주현과 티모의 관계를 떠 봐야 겠다 싶어 잘 알지도 못하는 그들을 회사로 초대했다. 민주를 섹슈얼 바이올렛 No.1의 모델로 만들기 위해 생에 가장 많이 머리를 썼던 지원으로써는 그게 다른 사람도 아닌 티모의 한 마디에 의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즉시 민주를 그의 녹음실로 들이미는 초강수를 시전. 어찌어찌 네 사람이 사무실에 모인 것은 그로부터 약 20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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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마스크 쓰고 있냐?”


“방역수칙.”


티모는 딱 한 마디로 손님들을 앞에 두고도 여전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방역수칙이 참 중요하고 상대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떠돌이라는 것도 분명했지만, 그래도 4인 이하의 공적 만남이고 애초에 티모가 요새들어 딱히 그런데 신경 쓰는 걸 본적 없었기에 살짝 의문이 생긴다. 동빈은 고개를 돌려 지원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나이가 들다보니 단기 기억상실이 오곤 하거든요? 어디서 온 누구라고 하셨죠?”


“얼반웍스 이엔티에서 왔습니다. 여기는 저희 소속배우인 김민주양 이구요, 저는 매니저인 김지원이요.”


지원은 명함을 내밀면서 티모와 동빈의 눈치를 살폈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까지 들어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고 완전히 4자대면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동빈 스스로 이쪽을 초대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는 것. 지원도 이 바닥에서 나름 경력이 있을진대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티모는 다소 평이 엇갈리는 인물이다. 기자들에게는 곧잘 빌미를 주어 물어 뜯기는 편이고 그와 협업하는 수많은 책임자들에게는 다소 거만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에 반해 하급 스태프들에게는 언제나 선호 받는 타입. 안 좋게 말하자면 독불장군이라 윗대가리랑 사이가 좋지 않고, 좋게 말하자면 별로 사람을 가려 대하지 않아서 특별취급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듣지 않아도 될 욕을 먹는 억울한 경우라 할 수 있지.


그에 비해 동빈은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모두 평이 좋지 않다. 어찌보면 티모가 가진 악명의 원인은 대부분 이 녀석에서부터 비롯되는 건지 모르지. 단독으로 티모를 맡아 키워 여기까지 올렸다는 프라이드는 충분히 인정해 줄만 하지만, 그만큼 극성인지라 배알 좀 꼴리면 곧바로 욕부터 내뱉는 기분파다.


똑똑!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게 만들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선 것은 동빈의 여비서. 손안에는 캐리어 한가득 근처에서 사온 음료가 들려 있었다. 동빈은 음료를 받아들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한 구석에 자리한 쇼콜라 라떼를 가리켰다.


“이건 뭐야? 커피 네 잔 사오랬잖아?”


“네? 티모씨가 하나는 저걸로 해달라고 하셔서...”


“........?”


티모가 언제부터 초코음료를 좋아했다고? 동빈은 무슨일인가 싶어 그를 쳐다보았지만 티모는 별 신경쓰지 않고 자기 음료를 빼 들었다. 그렇게 각자에게 음료를 나눈다음 비서를 내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별안간 또 변덕을 부린다.


“형이 마셔. 냄새가 별로야.”


“내가 애기냐? 이런걸 마시게?”


“그럼 좀 바꿔주시겠습니까?”


라면서 이제는 대뜸 지원과 민주에게 교환을 요청. 뭔가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짓을 벌여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거사를 치루기 위해 온 만큼 그의 비위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은 웃으면서 음료를 교환해 준 다음 민주에게 건네주었다.


“너 마셔. 어차피 커피 못 마시잖아?”


“아...네.”


사실 난데없이 아메리카노를 줘서 이걸 어째야 하나 싶었는데 운 좋게도 쇼콜라라떼로 바꾸는 데 성공. 그러니 이제는 슬슬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할 때다. 먼저 동빈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여긴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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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대충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여기 민주가 섹슈얼바이올렛 No.1의 모델로 최종 오디션까지 갔거든요. 마침 티모씨께서 삽입곡을 제공해 주신다고 하셔서 저희쪽이 얼마나 준비되어있는지 보여드리려고 온 겁니다.”


“네? 그걸 왜 티모한테....”


동빈이 성질은 좀 급해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당연히 지원이 왜 찾아왔는지 정도는 안다. 그러나 애초에 이번 미팅의 목적은 그쪽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티모의 간을 보는 데 있었기에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티모는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


“오늘이 면접날인 걸로 아는데 이미 오디션을 보신 거 아닙니까? 그럼 저한테는 볼 일 없으실텐데요?”


“면접날이라는 걸 알고 계셨네요? 사장님도 알고 계셨나요?”


“아뇨, 저는 몰랐는데요?”


이건 동빈도 몰랐던 사실이다. 애초에 오퍼를 받고 삽입곡에 지면광고, 그리고 배주현을 추천해 달라는 말로 이미 이쪽 협상은 거기서 끝이니까. 그런데 티모가 최종면접 날을 훤히 꿰고 있으니 역시 의심에 의심을 더할 수밖에. 지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회사가 작다 뿐이지 여기 있는 민주는 그저 그런 배우 지망생이 아니에요. 2년 반 동안 아이즈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키웠고 따라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종면접에 갈 수 있었던 겁니다.”


“저한테 청탁하러 오신 건가요?”


“청탁이라뇨? 저희는 단지 티모씨가 파트너로 민주를 고르는 게 어떤가 싶어 의사를 물어보러 온 거 뿐이에요.”


티모는 그냥 직접적으로 지원이 여기에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물론 그게 전부 사실이긴 했지만 어떻게 당사자 입으로 뒤가 쿠린짓을 하러 왔다고 할 수 있겠어? 그러는 사이 민주는 점점 더 이 자리가 불편해졌다. 역시 예상대로 지원은 부정청탁을 하기 위해 티모를 찾은 거다. 그는 광고모델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이 있었고 지원은 오디션에 나선 자신을 믿지 못하고 좀 더 확실한 방법을 택하려는 거지.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방식은 민주가 가장 껄끄러워 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게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지원이 모를리도 없는데 왜?


“그게 청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짓 만큼은 아티스트를 위해서라도 절대 해선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어이없게도 티모에게서 민주가 하고 싶던 말이 대신 나왔다. 그 정도가 아니라 민주가 조금이라도 더 용기가 있었다면 해볼직한 정색빤 눈빛으로 지원을 노려본다.


“너 왜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졌냐?”


“내가 뭘? 이게 정상적인 방문은 아니잖아?”


“그래 뭐 일반적으로 보면 그렇기는 한데 네가 딱히 청탁에 약한 사람도 아니잖아?”


“.......”


동빈은 놀리듯이 빈정댔다.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며칠 전 이 자리에서 당당하게 주현을 모델로 선발해 달라고 자기 입으로 말한 주제에 청탁이 어쩌고 정의론을 늘어놓으니 전혀 설득력이 없을 수밖에. 티모도 그걸 알기에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지원이 말했다.


“섹슈얼 바이올렛 No.1 말인데요. 티모씨 본인이 쓴 곡이죠?”


“저는 전부 제가 씁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누구보다도 그 노래를 많이 부른 분이시라면 지금 민주의 착장을 보고 느끼는 거 없으세요?”


“.........”


티모는 그제서야 여기 와서 처음으로 민주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민주 역시 다른 사람도 아니고 티모같은 거물과 눈이 마주치게 되자 살짝 당황스러운 게 사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 전혀 자기 눈을 마주보지 못 한다. 아까 전 녹음실에서도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고는 해도 심히 당황한 듯 하더니, 지금도 안절부절 대충 옷만 확인하고 지원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 생각 없습니다.”


“거짓말에 능하지 못하시네요? 애초에 그 가사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이런 옷을 입혔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지원의 말에 민주는 자신이 녹음실에서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놀라우리 만큼 지금의 민주를 저격하듯 만들어진 그 노래. 알고 보니 그 노래가 자신을 저격한 게 아니라 지원이 일부러 그 노래를 기초삼아 오늘의 컨셉을 만들었던 거다. 그러자 티모가 말했다.


“딱히 그 곡이 없었어도 원래 제품 컨셉 상 저렇게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로써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혹시 민주가 모델이 되면 굉장히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요?”


지원은 은근슬쩍 상대가 주현을 밀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표현. 사실 그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했지만 계약 이면에 있는 뒷정보를 전해준 후배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입을 다물려고 했다. 그런데 티모쪽에서 이렇게 대놓고 빌미를 준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심지어 의도치 않게 동빈조차 자기 편이다.


“진짜야? 여기 모델분이 싫어서 그런 거야?”


“왜 얘기가 그렇게 돼?”


“네가 배주현 밀어준 건 사실이잖아? 그런데 배주현이랑은 아무 관계 아니라면서? 그럼 여기 모델분이 싫어서 라는 결론 밖에 안 나오는데?”


“.........”


어처구니 없게도 자기편 쪽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티모는 이걸 어째야 하나 싶어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마침내 민주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민주 역시 자신이 이미 오디션 결과와 관계 없이 모델에서 밀려났음을 깨닫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해 진다.


“정말입니까? 티모씨가 배주현씨를 모델로 원한 거예요?”


“..........”


티모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증인이 나왔고 본인도 계속 눈알만 굴리면서 민주 눈치를 살피는 걸 보면 딱히 더 캐물을 것도 없다. 그리고 민주야 말로 당혹스러운 기분에 연신 침을 삼키면서 동공을 떨며 티모와 눈을 마주쳤다.


이 일에 회사와 지원은 물론 민주 본인도 엄청난 공을 들였다. 팀원들을 떠난 홀로서기가 처음부터 쉽게 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설마 강력한 힘을 가진 뒷배경에 열심히 준비한 오디션이 전부 물거품이 될 거라고는 더더욱 예상 못 했다. 티모는 점차 애잔해지는 민주의 눈을 보다 못해 지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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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 주세요. 더 할 말 없습니다.”


“저희는 있습니다. 아무리 업계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저희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적어도 민주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정도는 들어야 하잖아요?”


“배주현이 밀려나면 오히려 민주만 힘들어 집니다. 일반적으로 보자면 오히려 이쪽에서 청탁을 했다고 의심받겠죠.”


“지금 누구라고 하셨어요?”


“......”


티모는 또 입을 다물고 묵비권을 행사. 그런데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티모는 오늘 민주를 처음봤고 설사 아이즈원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저런 친근한 호칭을 사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원조차도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결국 동빈이 중재하고 나섰다.


“이 미팅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그만 돌아가 주세요.”


“하지만 방금 전 본인 입으로 배주현씨를 밀어줬다고...”


“이런 씨발... 그래서 어쩔건데? 만나줬으면 됐지 우리한테 도대체 어디까지 요구할 생각이야?”


동빈은 단칼에 성질머리를 선보이며 지원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물론 주현과의 관계를 캐내기 위해 저들을 부른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쪽에서 저런 이름도 없는 것들한테 몰려갈 이유는 전혀 없는 것. 지원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던 동빈의 지원사격이 끝나자 방법이 없었다.


“일어나 민주야.”


“아... 네....”


민주는 들고있던 쇼콜라 라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지원과 함께 일어났다. 솔직히 방금 전 사실상 오디션 낙방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심지어 그게 권력싸움에서 밀렸다는 것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 했지만, 감히 티모에게 원망의 눈길 한 번 날릴 생각 못 한채 시무룩한 자세로 서 있을 뿐. 지원은 마지막으로 동빈이 아닌 티모에게 말했다.


“워낙 완강하시니 모델은 포기할게요. 그래도 양심 있으신 분이라고 들었으니 본인 행동을 어떻게 만회하셔야 하는지는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이, 적당히 하고 그냥 가지?”


동빈은 주제도 모르고 티모에게 콩고물을 요구하는 지원을 반강제로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그렇게 지원과 민주는 쫓겨나듯 방을 나섰고, 티모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민주가 마시다 만 쇼콜라 라떼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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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이야기를 끝마쳤다. 시무룩한 표정에는 자신에게 다가온 예기치 못한 시련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했다. 은비는 안타깝다는 듯 팔을 뻗어 며칠 새 더욱 작아진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괜찮아. 앞으로 더 잘 될 일이 있을 거야.”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똑같이 당하는 건 아닐까 싶은...”


“아니... 우리 이제 그런 얘기 안 하기로 한 지 꽤 되지 않았어?”


되도록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입밖에 내면서 암묵적인 룰을 깨버리는 민주에게 은비는 당황스럽다는 듯 눈을 껌벅였다. 물론 민주의 과도한 자기비하로부터 비롯된 말실수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티모가 행한 방식이 워낙 미묘한지라 스스로에게 카운터가 될 수밖에 없는 거겠지. 민주 역시 괜한 말을 했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미안해요 언니. 그래서 앨범준비는 잘 되어가요?”


“준비는 잘 되어가는데... 들어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 흐흐흐...”


머쓱한 웃음으로 말미를 닫았다. 그리고 민주 역시 거기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모를 정도로 어수룩하지는 않다. 지난 금요일, 은비의 솔로데뷔 소식이 발표되었고 멤버들은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새로운 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했다. 그렇게 다들 은비의 세 번째 데뷔를 축원해 주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세상 모두가 그 소식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팬덤측에서 엄청난 분노를 드러냈고 양지에서 음지에서 무조건 이번 앨범을 보이콧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2만명과 30억으로 대표되는, 어쩌면 역사를 바꿀지도 몰랐던 가장 든든한 아군이 순간 적으로 돌변한 그 순간만큼 가슴이 철렁한 적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극단적인 소수의 목소리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위로를 청했지만, 애초에 아이즈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인생 최대의 모험을 시작하는 은비에게 있어서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위협이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언니.”


“신경.... 안 써야지. 지금 당장은 시간이 워낙 없어서 거기만 집중해도 모자라.”


“앗... 그럼 저 그만 갈까요?”


“아닌데? 아무리 바빠도 우리 민주랑 놀아줄 시간은 있는데?”


은비는 서운한 소리 하지 말라면서 민주의 말랑말랑한 볼따구를 잡아당기며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모처럼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에 민주 역시 마음이 놓인다. 그래 일상이다. 분명히 매일매일 새로운 현실을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꿈속을 사는 것 같고, 이렇게 자신의 또 다른 11개의 조각과 함께 있을 때 만이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물론 언젠가는 익숙해 질 일이다. 혹은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바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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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땠어?”


“네? 뭐가요?”


살짝 긴장감을 불러오는 심각한 이야기 몇 개가 지나가자 은비의 표정이 금세 장난스러운 평소의 그것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서 던지는 정체불명의 질문을 민주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다.


“직접 바로 앞에서 만난 거 아니야?”


“네? 아... 그거요? 맞다, 언니 그 선배님 엄청 좋아하잖아요?”


이 와중에 티모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며 그와의 만남이 가져다 준 단상을 묻는 은비의 개구진 감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은비 역시 티모가 민주에게 큰 상실감을 준 것에 대해서는 깊게 통념하지만, 그럼에도 생에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와의 우연찮은 조우를 가진 민주에게 유치한 질투심을 가지는 것도 사실.


“잘생겼어? TV랑 똑같아?”


“언니두 참... 계속 마스크 쓰고 계셔서 얼굴은 제대로 보지도 못 했어요. 무슨 방역수칙을 지키셔야 한다고 하셔서....”


사실 그 부분도 좀 기분 나빴다. 멀리서 찾아온 이름도 없는 회사의 사람들이라고 무슨 전염병 몰고 다니는 집시 취급하듯 마스크를 벗을 생각도 않은 채 미팅을 진행했지. 티모와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녹음실에서 나왔을 때의 잠깐 뿐, 그나마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찬찬히 그를 뜯어볼 생각은 하지도 못 했다.


“그래도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막 들리는 소문들은 있는데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니까.”


“그냥... 좀 차가운 동네 아저씨 같았어요.”


“어머 얘는...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는 아니지?”


“저한테는 아저씨나 마찬가지에요. 언니한테도 최소 삼촌뻘이에요.”


물론 티모는 마흔이란 나이에 비해서는 분명히 어려 보인다. 하지만 대개의 주연급 배우들이 경쟁력을 위해 여전히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티모는 딱히 어려보이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없다고 해야 하나? 물론 자연스럽게 주름과 노화를 받아들이면서 주는 기품이란 게 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나는 공연장 가서 진짜 멀리서 몇 번 본 게 다란 말이야. 그러니까 자세히 얘기 좀 해봐.”


“그냥... 정말 그게 전부예요. 저랑 별로 대화하고 싶어 하시지도 않았고 딱히 눈을 마주쳐 주지도 않았어요. 다만...”


“다만?”


“우연히 녹음실에 가서 노래하는 걸 봤어요.”


사실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에는 조금 속이 쓰리는 회상이다. 지원의 명령을 받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찾아간 사내 녹음실. 티모는 민주가 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를 섹슈얼 바이올렛 No.1의 삽입곡을 재녹음 중이었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곡이 혹시 자신을 위해 쓰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부푼 꿈에 젖었었지. 은비는 녹음이란 말에 눈을 반짝였다.


“정말? 어땠어?”


“딱 한 테이크 녹음하는 걸 들었는데.... 딱히 모르겠어요. 막 엄청 잘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노래 자체도 촌스러웠구요.”


“그래? 너 진짜 감정 엄청 쌓였나보다?”


은비는 좀처럼 남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 민주가 이정도로 적나라하게 그의 외모나 노래실력을 깔보자 오히려 재미 있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민주 역시 본인이 이 정도로 앙금이 남아 있던 건가 하는 생각에 살짝 놀라서는 어떻게든 좋은 점 하나를 찾아내려 했다.


“그래도 뭐랄까... 확실히 연륜이 보였어요. 그저 한 테이크 녹음하는 것에 불과한데 진심을 담는다고 해야 하나? 마치 그 노래가 인생 마지막인 것처럼 부르시더라구요.”


“그르치? 근데 그게 엄청 멋있거든. 나는 사실 팬도 아니었다가 친구 따라 처음 따라간 거였는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꽉꽉 들어차는 지 알 것 같더라? 곡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그 사람이 정말 최선을 다한다는 게 느껴져서 꼭 한 번 더 보러가고 싶어져.”


은비가 티모의 팬이라는 것은 아이즈원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 사실 은비가 좋아하는 타입의 곡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플레이리스트에 꼭 하나씩은 끼어 있어서 민주 역시 우연히 그녀의 방에 들리거나 하면 가끔씩 귓가에 들리고는 멜로디가 익숙했다. 은비는 티모에 대해 좀 더 물어보려 했지만 누군가가 녹음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온 최실장은 민주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은비를 불러냈다.


“은비야 잠깐만. 사무실에 손님 와 있어.”


“네? 갑자기요? 혹시 오래 걸려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민주더러 잠깐 기다리라고 하든가?”


이 시간에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게다가 사적인 연락도 없이 곧장 사무실로 향하는 걸 보면 스케쥴과 관련된 이야기다. 은비는 잠시 민주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최실장을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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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앉아.”


놀랍게도 이중엽 본인이 사무실에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테이블 건너편에는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묶고 안경을 낀 채 편한 복장으로 앉아 생글생글 웃으며 은비를 바라보는 여자. 나이는 그녀와 같거나 조금 더 많을까? 화려하지 않은 차림새 사이로 숨길 수 없는 귀여움이 엿보인다. 민주는 실장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순풍 FM 라디오국에서 일하는 손승완이라고 합니다.”


“라디오국이요? 아... 혹시 섭외 때문에 오신 건가요?”


아마도 그렇겠지? 솔로 데뷔가 발표되었으니 울림측에서도 프로모션 일정을 잡을 것. 특히 굉장히 급박하게 진행되어 당장 3주 후에 실물앨범을 내놓아야 하는 이상 서둘러 방송을 잡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라디오국에서 직접 사람을 보낸다는 것이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네 맞아요. 나이트뮤직 아시죠? 제가 거기 메인작가로 일하고 있거든요. 이번에 새로운 포맷으로 특집 방송을 할 예정인데 은비씨가 꼭 거기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 나이트뮤직이요?”


은비는 상대가 다른 방송도 아닌 티모의 유일한 라디오 방송 메인작가라는 소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방금 전 민주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려왔는데 심지어 그 방송 작가가 직접 자신을 섭외하러 왔다고? 순간, 민주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티모와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별안간 웃음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겨우 허벅지를 꼬집으며 표정관리에 돌입했다.


“어떻게 생각해?”


“네? 어떻게 생각하다뇨? 당연히 나가아죠?”


중엽은 은비에게 출연의사를 물었지만 사실 은비로써는 그 질문 자체가 의문스럽다. 어차피 프로모션 일정을 잡아야 하고 급하게 스케쥴이 진행되는 만큼 회사측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 그런 와중에 다른 곳도 아니고 나이트 뮤직에서 직접 섭외 요청이 왔는데 굳이 그 출연 의사를 아티스트 본인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는 건가? 그러자 승완은 단번에 중엽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아, 사실 은비씨에게 한 가지 더 말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은비씨는 여기에 게스트로 나가시는 게 아니세요.”


“게스트가 아니라뇨? 그럼 뭘로....”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나이트 뮤직은 한 시간 짜리 짧은 방송이고 사실상 티모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즉, 나이트 뮤직은 게스트라는 게 필요 없는 방송인데 그렇다면 지금 승완은 대체 어떤 오퍼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러자 승완이 입을 열었다. 은비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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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가 아니에요. 특집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은비씨랑 티모씨가 나이트뮤직을 공동 진행하게 되는 겁니다. 즉.... 은비씨는 DJ로 가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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