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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NightMusic-02 #Music Hour#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21 00:02:01
조회 216 추천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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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집단을 이루어 자신을 소속시키고픈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그러나 개인의 힘은 실로 보잘 것 없고 약해 빠졌기에, 사람들은 서로를 연합해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의 기치는 곧 이데올로기가 된다. 사람은 그것을 종교로써 받들고 자신을 맞춰 나가며 거기에 맞지 않는 이질적인 분자들을 제외시키는 데 안간힘을 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여태까지 존재한 그 어떤 정치체계보다도 진보적이다. 개인이 아닌 다수에 의한 지배를 정당화 시키고 그 다수에 나를 포함시켜 결국 나 스스로 인생을 결정하고 있다는 상승감에 취하게 만드는 것. 우리 모두는 자신들이 속한 사회 속에서 권리와 자유를 가지고 행동하며, 그 사회가 가지는 가치는 ‘내’가 아닌 ‘우리’에 의해 만들어진 집단지성이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자발적으로 ‘명령’에 따를 수 있다. 왜냐면 그 명령을 내리는 주체가 ‘나’ 자신 이니까.


허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인은 집단을 이길 수 없지만 또 다른 집단이라면 그 모집단을 이길 수 있다. 민주주의란 결국 다수의 멍청이들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표를 주는 체제로 되어 있다. 다만, 그 쇼가 지속되는 동안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눈속임을 동반하기에 그 어떤 불만도 없는 거다.


소위 ‘꾼’이라는 거다. 어떤 집단에서건 그 집단의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여론을 이끄는 소수의 정수가 존재한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필요한 정보는 모두 그들에게서 나온다면 과연 나는 정말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게 맞을까?


현란한 말솜씨와 남들 위에 설 수 있는 권위, 거기에 자신들의 정체를 끝까지 숨길 수 있는 교묘함이 그들의 진짜 능력이다. 놀랍게도 그런식의 정치가 행해지는 것은 결코 높으신 나으리들 사이에서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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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오...후... 쿰척..쿰척..


이름 위주원. 나이 마흔. 직업은.... 딱히 가져본 적 없다. 키는 182cm로 평균 이상이지만 몸무게가 143kg. BMI 지수 39의 초고도비만. 열대야를 피해 들어온 에어컨 빵빵한 패스트푸드점에서조차 온몸으로 육수를 뿜어내며 세트메뉴 3개를 시식중인 그를 본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원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진법과 맥스웰 방정식, 그리고 퀄컴의 수혜를 받아 만들어진 세계에서 그는 권력에 정수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스로가 자주적으로 움직인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의 뒤에 숨어 그 행동을 조종하는 과두정의 일원. 그게 바로 주원이었다. 그는 즉시 핸드폰을 켜서는 선택받은 자들을 위한 원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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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프로젝트 오픈 카톡방]


오리날다

이게 어찌된 일이죠? 1

갑자기 은비가 솔로 데뷔라뇨? 1


혜워니즘

울림은 재결성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1

그러지 않았나요? 1


나코나코니

김민주원님? 1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1


벌써부터 난리가 나 버렸다.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각, 일말의 Q&A조차 차단해 버리기 위해 주말을 앞두고 급하게 발표해 버린 권은비의 솔로 데뷔소식. 당연히 모든 시간을 가상세계 모니터링에 할애하는 주원이 몰랐을리는 없던 사실이지만, 다만 결정을 내리기 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김민주원

진정하세요 1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지 않았습니까? 1


슈퍼스타 장원영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요? 1

그런 얘기 없으셨잖아요? 1


김민주원

이미 몇 번이나 통수 맞아놓고 1

아직도 저놈들을 믿고 계셨나요? 1

우리가 맨 처음 이 프로젝트를 1

시작했던 계기를 떠올려 보세요 1

평행우주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1

뭔가를 배웠기 때문에 1

다시는 당하지 않기 위해 여기 모인 것 1

아닙니까? 1


주원이라고 해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전해들은 소식과 행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상대는 철면피를 뒤집어 쓴 채 화전양면 전술을 구동하며 이쪽의 반응을 살핀 거야. 그리고 프로젝트가 실패하자마자 일거에 계획했던 것을 풀어놓기 시작한 거다.


홍당무토미

물론 저희도 그건 알지만 1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비잖아요? 1

리더가 먼저 떠나버리면 1

어떻게 다시 아이즈원이 뭉치나요? 1


김민주원

은비라고 정말 하고 싶었을까요? 1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에서 1

어떻게든 돈줄 쥐어짜내려 보니 1

리더인 은비를 방패로 세운겁니다 1

여기서 우리가 당황하면 1

모든게 끝이에요 1


주원의 믿음은 확고했다. 아이즈원 그 어느 누구도 이별에 합의한 적 없으며 은비는 계약서에 쓰여진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강제로 앨범을 낸다는 것. 물론 그 믿음에 어떤 근거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원래 믿음이라는 것은 입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열혈 종교인의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믿음의 진실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그 믿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푸르댕댕이

그래서 김민주원님은 1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1


김민주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1

이미 2만명과 30억을 모았지만 1

거절한 건 상대방이예요 1

단순히 거절한 정도가 아니라 1

끝까지 우리를 기만하고 배신했죠 1


체리블라썸

맞아요 1

벌서 몇 번 째 당하는 거죠? 1

쿠라가 했던 말도 계속 걸리는 와중에 1

여기서 리더를 잃으면 우린 모두 끝이에요 1


조유리가면

하지만 벌써 1

여론이 술렁이고 있어요 1

이대로라면 분명 포기하는 사람들이 1

나올 겁니다 1


물론 주원도 알고 있다. 몇 개월에 걸쳐 이어져 온 평행우주 프로젝트는 단순히 성공을 보장하는 비즈니스가 아닌, 위즈원이 위즈원으로써 남아있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구심점. 그런데 그게 무너졌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팬이탈이 시작한다는 계산은 누구라도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다시금 긴 싸움을 이어갈 새로운 구심점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김민주원

그러니까 우리라도 1

정신 차려야죠 1

다들 잘 생각 말고 1

각자 운영하는 단톡방을 활용해 1

지금부터 제가 시키는대로 1

해 주시길 바랍니다 1


쌈무바라기

어떤 계획이죠? 1


김민주원

말로 해서 듣지 않는 상대에게 1

더 이상 예의 차릴 필요 없습니다 1

우리가 30억을 모을 수 있다면 1

그 30억을 뺏을 수도 있다는 걸 1

보여줄 수 밖에요 1


그리고 아주 잠시, 단톡방의 업데이트가 멈추었다. 그곳에 모인 모두가 열심히 머리를 굴려 주원의 계획을 상상하는 가운데, 주원은 천조국의 심장을 타격했던 빈라덴의 심정으로 성전을 주문했다.


김민주원

보이콧을 할 겁니다. 1

놈들이 우릴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 몰라도 1

우리한테 단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다는 걸 1

직접 가르쳐 주는 수밖에 없어요 1


오리날다 

하지만 그러면 피해는 1

은비가 보게 되잖아요? 1


김민주원

일보 전진을 위한 1

일보 후퇴인 거죠 1

진정으로 원하는 걸 얻으려면 1

때로는 제 살을 도려낼 줄도 1

알아야 합니다 1

철저하게 망해봐야 1

왜 아이즈원이 답인지 알겁니다 1

그러니 지금부터 움직이세요 1

우리는 은비를 보이콧 할 겁니다 1


주원과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공간에 위치한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잠시 고민에 휩싸였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까지 밀리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지만 믿었던 프로젝트가 깨지고 은비의 솔로데뷔가 확정된 가운데 어찌보면 주원의 말이 맞을 수도 있어. 상대는 우리를 기만했고 그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너무 보잘 것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마음을 돌려 자신들에게 지갑을 여는 호구같은 놈들이라는 계산이 서 있었기에 여태까지 무시당한 거야. 그러니 그 되먹지 않은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똑같이 심장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이쪽이 원하는 걸 하나도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마침내 저쪽에서도 백기를 올려들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들어준다. 그것이 테러리즘의 본질이자 최종목표였고, 이미 극한의 원리주의에 빠져든 이들에게 있어 주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반드시 따라야 할 경전의 구절이자 메시아의 예언이었다.


김민주원

사랑스런 대장토끼님? 1

아까부터 아무 말도 없으신데요? 1


그러나 유독 말이 없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무리 올팬을 최고 가치로 삼아 모였다지만 이들 모두에게는 최애라는 게 존재한다. 다들 눈물을 머금고 제살을 깎아서라도 이 전쟁에서 이기겠다고 선언했지만 그게 정말 자신의 살과 피인 사람은 정작 따로 있었다. 약 2분간 이어진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깰 수만 있다면 나머지 10명의 마음 역시 움직일 거다.


사랑스런 대장토끼

저도 동참 하겠습니다 1







“.........”


이걸로 되었다. 주원은 원탁회의에서 만장일치를 이끌어냈고 심지어 은비의 개인팬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마저 보이콧에 참가시켰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인 것. 주원은 그렇게 회의를 종료하고는 다시 버거를 집어 들어 입속으로 우겨넣었다.


파오...후..쿰척..쿰척...


이 보이콧이 성사되면 은비는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때다 싶어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 놈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평생 걱정해 준 적도 없는 그녀의 비참한 인생을 논하며 역겹기 짝이 없는 스탠스로 자신들을 비난하겠지. 허나 그것 모두 받아들이겠다. 은비의 상처도, 자신들에 대한 비난도, 오직 상대를 굴복시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아주 작은 희생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 희생을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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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그런데 딱 한 가지. 여전히 주원의 신경을 거스르는 일이 하나 있었다. 다시 핸드폰을 켜서 확인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채팅창의 ‘1’.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아이즈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방의 인원은 의외로 12이 아닌 13이다. 그리고 언제나 가장 말이 없고 비협조적인 것도 바로 그놈이지. 


주원은 욱... 하는 구역질과 함께 미처 빼내지 못한 피클을 퉤! 하고 뱉어내고는, 채팅창 한구석에 자리한 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는 ‘위자드 슬레이어’의 닉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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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티모는 목동에서 라디오를 녹음 중이었다.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Night Music’. 타이틀의 유래는 모차르트의 13번 세레나데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뮤직(Eine Kleine Nachtmusik)’를 영어식으로 옮긴 것. ‘밤의 세레나데’라는 이름에 걸맞게 송출시각은 금요일 밤 11시부터 12시까지 한 시간. 놀랍게도 일주일에 단 한번만 방송하는 주제에 무려 18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독립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18년 전, 동시간대에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한다는 개념으로 모차르트의 동명의 세레나데에서 이름을 따 방송을 시작하며 매일 DJ가 바뀐다는 놀라운 포맷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친숙함이 생명인 라디오의 특성상 매일같이 DJ가 바뀐다는 위화감은 쉽게 받아들여 지지 않아 1년 만에 종방위기를 맞았지만, 유독 청취율에서 같은 Night Music은 물론 타사의 모든 프로그램을 압도하던 티모만큼은 살아남았다. 


방송국에서는 개편을 통해 티모 개인이 진행하는 일일 프로그램을 요청했지만 때마침 바빠지기 시작한 그의 스케쥴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낸 계획이 혼자서만 금요일 야간 시간대를 할애 받는 것. 물론 그 희소성이 더욱 방송의 가치를 높였기에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리를 보전 받고 있다. 


방송의 포맷 자체는 단순했다.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읽어주고 가끔씩 티모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실상 일본에나 존재할 법한 개인 칸무리 방송을 가진 셈. 그렇게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어내는 한 시간짜리 힐링방송이 끝나면, 언제나 그렇듯 모차르트의 13번 세레나데를 틀어주며 전용 엔딩멘트가 나온다.


“금요일 밤입니다. 작가님이 야식을 가져다 주셔서 여기까지 냄새가 나네요.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제가 대신 먹겠습니다. Night Music 이었습니다.”


멘트를 끝낸 티모는 헤드폰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녹음실 밖에 서 있는 스태프들과 함께 공손하게 배꼽인사를 주고받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그런데 오늘 따라 좀 다른 게 있었다면, 언제나 이 시각이 되면 김밥이든 만두든 사들고 와 참을 수 없는 냄새를 풍기며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메인작가 승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티모는 순간 깨달았다. 18년을 이어온 Night Music에, 지금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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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방송을 끝낸다고?”


동빈이 직접 티모의 매니저를 해 주던 시절은 벌써 10년도 더 전이다. 평소에는 골프를 주업으로 삼고 사장실에 가끔 들리는 취미생활 즐기기 바쁜 그가 최근들어 매니저들을 강제휴직 시킬 기세로 티모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지난 주 그가 주현에게 보였던 이상행동에서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곯아 떨어져 있다가 깨어나자마자 감히 상상도 해 본적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고는 두 눈이 멍해져 버렸다. 


“정말... 갑자기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나이트뮤직의 2대 PD인 이상혁은 머리를 조아리며 갑작스런 비보를 알린 것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 티모 역시 너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당황한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함을 금치 못하는 상혁에게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유랄 것도 없습니다. 새로 오신 국장님이 개편을 요구하세요. 티모씨도 아시겠지만 원래 이런 일은 늘 윗사람의 변덕으로 시작되는 법이잖아요?”


“씨발! 그래도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우리가 뭘 어쨌는데? 뭐 청취율이라도 떨어졌어?”


동빈은 다짜고짜 쌍욕을 내뱉으며 상혁을 압박했고 티모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내밀어 그를 만류. 상혁이야 동빈의 성질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별다른 반응 없이 이유를 설명했다.


“청취율은 몇 년째 그대로예요. 라디오국 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동시간대에서는 여전히 무적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보면 정체하는 걸로 여기겠죠. 또 일주일에 한 번만 방송을 한다는 걸 국장님께서 이해하지 못 하세요.”


“그럼 일주일 내내 여기 매달려 있으라고? 우린 뭐 스케쥴 없는 줄 알아!?”


“스케쥴이 없는 건 사실이잖아?”


“뭐 이 새끼야? 너는 누구편이야? 우리가 스케쥴 없는게 코로나 때문이지 정말 일이 없어서냐고?”


꼭 이럴 때면 눈치 없이 진실의 문을 여는 티모에게 또 눈을 부라리는 동빈. 그러나 저 말이 맞았다. 애초에 티모가 일주일에 한 번만 방송을 한다는 특혜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늘 한일을 오가야 하는 바쁜 스케쥴의 보유자였기 때문이야. 거기에 가끔씩 있는 배우로써의 일정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라디오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그런데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외국에 건너가질 못하니 스케쥴이 비기 시작했고 당연히 위에서는 할 일도 없는 주제에 일주일에 딱 한 번 나와 편하게 방송하는 것이 아니꼬와 졌을 수도 있지. 바로 그 점이 동빈의 신경을 전에 없이 날카롭게 만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티모의 하락세에 나이트뮤직의 폐지가 결정타를 꽂아 넣는 기분이 들어서.


티모는 가수였다. 무명생활을 완전히 겪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이지만 눈물 콧물 다 짜내는 성공스토리를 짜내기에는 그 기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 시대를 풍미한 노래를 하나라도 대 보라고 살짝 미묘한 성적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화려하지도 빈곤하지도 않게, 적당적당히 인기를 얻어나가며 착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주된 레파토리는 전형적으로 신디사이저를 가미한 소프트록 기반, 거기에 시티팝, 포크, 펑크, 때로는 뽕삘 가득한 정체불명의 음악을 끼얹는 자신만의 스타일. 좋게 말하자면 밴드음악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근본 없는 잡종이다. 


늘 남들 뒤에 서 있었고 한탑에 서본 적은 거의 없는 흔한 2류가수. 그런데 누구도 그의 가수로써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남들을 압도하는 분야가 적어도 하나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위 말하는 공연형 가수였다. 착실하게 고정적으로 공연장에 찾아올 수 있는 팬들의 숫자를 소리없이 늘려왔고, 지금 당장이라도 전염병이 끝나기만 하면 1만석은 가볍게 채울 수 있는 남부럽지 않은 티켓파워의 소유자다. 원한다면 체조에 설 수도 있다. 장담컨대 은퇴를 조건으로 내건다면 잠실 6만석을 전부 메꿀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티모가 가진 충성도 높은 팬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정말 소수의 남자아이돌 ‘그룹’만이 그보다 앞서는 팬덤의 규모를 가졌고 대중성으로 따진다면 그들보다도 앞선다. 모두가 1위에 목맬 동안 오직 그만 바라보는 소수의 강성팬덤을 차곡차곡 모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이트뮤직은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하게 그 팬덤을 집결시키는 일종의 집회나 마찬가지. 그런데 지금 그 나이트뮤직을 끝내려고 한다. 


“그래서 언제 폐지되는 건가요?”


그러나 티모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무덤덤한 표정으로 폐지일시를 물었다. 상혁 역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의 문을 열고 달력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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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31일이 막방입니다. 새해부터는 그 시간대에 정성규씨가 데일리 방송을 할 거구요.”


“씨발... 아니 밀려도 뭐 그딴 새끼한테 밀려?”


동빈은 심지어 티모를 밀어낸 게 적어도 비슷한 급의 가수나 배우도 아닌 정성규라는 사실에 온몸의 혈맥이 전부 막힐 지경이다. 물론 티모는 별다른 반응 없이 상혁에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니까요.”


“........”


미안한 마음에 더 이상의 말을 못하는 상혁에 비해 지나치게 침착한 티모의 모습. 동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거칠게 의자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아서 가, 새끼야!”


그리고는 매니저인 주제에 아티스트를 내버려두고는 홀로 문을 나선다. 티모는 그새 불교에 귀의하기라도 한 것인지 무소유 그 자체인 표정으로 동빈의 뒷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본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네, 승완씨? 입구까지 모셔다 드려.....”


“..........”


상혁은 그 말을 하자마자 후회했다. 그동안 동빈과 티모의 눈치를 보느라 눈치 채지 못 했는데 메인작가인 승완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이 사실을 전해야 하는 자기 자신을 책망하고 있는 중. 분위기도 꿀꿀해지고 티모를 보기도 미안했기에 먼저 회의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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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저는 아무런 힘이 없었어요...”


승완은 이 모든 게 자기 탓인 것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물론 그녀의 잘못은커녕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는 걸 아는 티모로써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을 뿐. 승완을 위로해 주는 대신 자신의 가방으로 가서는 낡은 CD 한 장을 꺼내들었다.


“이거 없다고 하셨죠? 창고에 뒤져보니까 몇 개 남았더라구요. 그래서 가져왔습니다.”


“이건....”


승완의 눈이 커졌다. 분명 며칠 전 티모에게 자신이 얼마나 열렬한 팬인지 자랑하면서 유독 구할 수 없던 2003년 앨범 한정판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설마 벌써 구해서 가져다 줄 줄이야. 승완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CD를 받아들었다. 포장하나 뜯지 않은, 그럼에도 티모가 정성스레 먼지를 닦아서 가져다 준 옛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CD. 


솔직히 말하자면 열혈 팬이라는 건 거짓말이다. 상대가 워낙 거물이라 당연히 알고는 있었다만 실제 만나기 전 까지는 음악을 들어볼 생각도, 공연에 가 볼 생각도 해 본적 없는, 말 그대로 평생 만나볼 일 없던 대형 연예인의 한 사람일 뿐. 그러나 실제 만나본 티모는 지금까지 가져온 그녀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별다른 히트곡 없이 체조경기장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던 매력은 상대가 누구든지 결코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뼈에 박힌 팬서비스 덕이 아니었을까? 유일한 고정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라고는 하지만 티모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했다. 오죽하면 유사연애라면 칠색팔색하던 승완이 뒤늦은 덕질을 시작해 매주 한 번뿐인 혼자만의 썸을 즐기게 되었을 정도로.


그때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티모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고 이제는 중고시장에도 몇 개 없는 그의 앨범을 구하기 위해 몇 번이나 월급을 날렸다. 매번 공연장에 찾아가서 혹시라도 자기를 알아보는 건 아닌지 하며 시선을 떼지 못 하면, 다음 주 곧바로 라디오국에 돌아와서는 그녀가 있던 자리가 어디였는지 말해주는 사람. 물론 그게 단순한 팬서비스이자, 직장동료에 대한 예의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아무렴 어때? 어차피 유사연애는 상상력을 양분삼아 지탱하는 거다.


“호, 혹시 하고 싶은 포맷 같은 건 없으세요?”


“하고 싶은 포맷이요?”


티모는 어차피 동빈도 떠나버린 마당에 급하게 라디오국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 핸드폰을 꺼내 혹시 놓친 메시지가 없는지 스크롤을 열심히 올려가며 그녀에게 답했다. 


“네. 정말이지... 마지막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아직도 반년 가까이 남았잖아요? 18년 동안 한 번도 방식이 바뀐 적 없는데 티모씨도 분명히 새로운 걸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남은 기간동안 하고 싶은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PD님도 분명히 허락하실 거고 저도 최선을 다해 볼게요.”


“........”


그런게 있었던가? 티모는 연신 스크롤을 넘기면서 승완의 제안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18년간 굉장히 정적인 방송을 해 왔고 그래서인지 자기 팬이 아니라면 무슨 금요일 밤 11시에 이딴 재미없는 방송을 하냐면서 곧바로 주파수를 바꾸는 이가 대다수. 어차피 마지막이라면 승완 말대로 그동안 해보지 못 했던 방송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승완은 그런 티모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살짝 실망해 있었다. 아무리 방송이 끝나게 되었다지만 그게 성사되자 마자 평범한 타인으로 돌아가 핸드폰에만 신경쓰는 그가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자신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작가들 중 하나라는 걸 알지만, 덕질하는 아티스트이자 유사연애 대상을 직장동료로 둔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애착. 물론 티모는 승완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거기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을 뿐이지.


“하나 있긴 해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아니 분명히 어려울 거예요.”


“어려울 게 뭐가 있을까요? 티모씨가 원하기만 한다면 남은 반년동안 한 숨도 자지 않고 대본을 써 볼게요.”


“아뇨, 대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겁니다. 캐스팅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는데 그게 승완씨나 PD님 힘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누군데요? 일단 말씀해 보세요.”


티모가 원하기만 한다면 BTS의 수많은 사생밭을 단기필마로 돌파해 캐스팅 요청을 할 의지가 충만한 승완. 물론 그 정도로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기도 했다. 티모는 멋쩍게 턱을 쓰다듬으면서, 바로 지난 주 자신의 녹음실에 찾아왔던 한 소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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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 이라고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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