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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론
〈구약주점〉은 비봉클럽의 앨범들 가운데 상당히 이질적이다. 처음으로 렌코와 메리 이외의 바깥세계 인물이 등장하였으며, 그들은 ‘연석박물지에 쓰여 있는 것과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요컨대 메리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라고 말해진다.(트랙 2 ‘연석박물지가 가져온 어둠’ 중에서) 이것은 그 사실 자체로뿐만 아니라 신원을 알 수 없는 그들과 자리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앨범의 분위기도 전례 없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앨범들의 구도의 두 구성요소, 즉 바깥 세계와 비봉클럽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는다. 이들에 대한 연구는 그 이질성에 현혹되기보다 이 연속점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연석박물지를 겉이라고 한다면, 이번 작품은 뒷면’(후기 중에서)이라고 하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연석박물지〉에 대한 결론에서 썼듯이, 〈연석박물지〉와 〈구약주점〉에 대한 논의가 미래를 향하게 되면 그것은 분석만큼이나 예언에 가까워진다. 그 예언에 가까운 분석이 적중하게 되면 그것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겠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어려움을 회피하고 부정확한 결과물을 자신감 넘치게 선언하지 않기 위해, 이 글에서 동방의 현재나 미래에 대한 진단과 연관되는 부분은 단순히 ‘의문’으로서만 다루었다. 이것은 다소 두루뭉술한 결과물을 낳겠지만 적어도 우스운 결과물을 낳지는 않을 것이다.
2.〈구약주점〉에 나타난 바깥 세계
트랙 3 ‘리버스 이데올로기’는 ‘신형주’와 ‘구형주’에 대해 말한다.
신형주는 일반적으로 널리 마시는 술로 취하지 않도록 고안되어 있다. 의존도도 적고, 비교적 신체에 해도 없다.
구형주는 예로부터 마셔온 술이며, 자연의 효모가 만드는 술이다. 알코올이 다분히 함유되어 있지만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는 일절 함유되어 있지 않다. 마시면 취한다.
이 바 올드아담은 구형주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가게다.
신형주를 취급하는 가게는 취해서 술주정꾼이 되는 사람이 없기에 항상 깨끗하다. 위생적이고 건강하다. 한편 일반적으로 구형주를 취급하는 가게 쪽은, 그 고전적인 선술집의 관습 때문인지 건물도 낡고 더러운 가게가 많다. 게다가 손님도 왠지 질이 나쁜 것 같다.
하지만, 구형주 쪽이 비싸고, 귀중품인 것이다. 여기서 가치관의 역전이 일어나 있다. 즉,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선택해서 더러운 가게에서 취해 인사불성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트랙 3 ‘리버스 이데올로기’ 중에서)
‘여기서’ 가치관의 역전이 일어난다고 지목받은 ‘구형주 쪽이 비싸고, 귀중품인 것’, 다시 말해 화폐의 문제는 이미 〈대공마술〉에서 논해진 바 있다. 이 미래 세계에서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선택해서 더러운 가게에서 취해 인사불성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구형주가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구형주가 더 비싸고, 그렇기 때문에 귀중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ZUN이라면, 렌코의 말처럼 취하기 위해 구형주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나의 싸구려 술보다 본격적으로 취할 수 있겠는걸.」
(트랙 4 ‘아웃사이더 칵테일’ 중에서)
이런 맥락에서 연석박물지에 열광해 모였을 이 ‘질적 부자(セレブ)’들(〈연석박물지〉 트랙 1 ‘보잘 것 없는 두 사람의 박물지’ 중에서)이 セレブ로 표현된 것은 분명히 〈묘유동해도〉에서 구 도카이도를 탄다고 언급된 ‘부자(セレブ)’의 경우와 일맥상통한다. 바 올드아담에 모인 이들은 자신만의 가치가 아니라 금전적인 가치에 혹해 구형주를 선택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가치가 아니라 ‘절대적인 가치를 손에 넣은’(Ibid.) 정보의 질,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정보라는 점에 혹해 연석박물지에 열광한다. 이들은 렌코와 메리와 같지 않다. 이미 사회가 정해놓은 패러다임, 절대적인 가치인 질적 우위를 점하고 싶은 수많은 사람 중 괴짜일 뿐이다. 그나마도 상당수는 가짜이며, 자신이 듣는 이야기도 가짜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으음, 반 정도는 꾸며낸 이야기였어.」
(트랙 10 ‘숙취의 동상이몽’ 중에서)
그런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속임수라거나, 그런 기능이 있는 손거울이나 뭔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Ibid.)
〈구약주점〉의 후기는 이러한 냉소를 거부한다.
이번 작품의 테마는 어른의 중2병입니다.
(중략) 중2병의 본체는 살아가는 열량입니다. 상상력의 폭발입니다. 순수함과 창작성을 겸비한, 식어버린 사회로의 대항 수단입니다.
최근 생각하게 되네요. 어떻게 하면 죽을 때까지 중2병을 보존할 수 있을까 하고. 그게 가능하면, 평생 술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후기 중에서)
명백히 ‘식어버린 사회’가 가리키는 이 침체된 바깥 세계의 ‘멀쩡한 어른들’(트랙 7 ‘구세계의 모험주점’ 중에서)은 정보 신앙을 버려서 연석박물지를 즐긴 것이 아니듯 언뜻 그래 보이는 것처럼 중2병을 보존해 술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여전히 수수께끼 풀이의 패러다임 안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오컬티즘은 ‘때마침 그때 일도 가정도 잘 풀리지 않아서…. 신에게 모든 걸 맡긴다고나 할까 자포자기해서요.’(트랙 5 ‘오오미와 신화전’ 중에서)라고 한 것으로 대표되는, 그 안에서 수수께끼가 아닌 것으로의 도피이다. 수수께끼 풀이의 세계 안에서 수수께끼나 그 정답이 아닌 것은 소설이다. 곧 거짓말이다. 누구나 수수께끼를 보고 있는 가운데, 누구나 그것이 수수께끼의 정답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 전제 하에 사람들은 그것을 리얼-사실이 아닌 버추얼-거짓말로서 읽고 즐긴다.
사람을 속이려 한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트랙 7 ‘구세계의 모험주점’ 중에서)
「그 두 이야기는 뭔가 거짓말치고는 이야기가 갖추어지지 않았으니깐.」
(트랙 10 ‘숙취의 동상이몽’ 중에서)
그러나 수수께끼 자체를 벗어난 인식과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다. 리얼리즘 예술의 리얼은 고전주의가 말하는 리얼, 곧 원근법과 같이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리얼이 아니다. 리얼리즘 예술의 리얼은 그 자신이 보고 파악한 리얼이다. 19세기의 리얼리즘은 기독교적 가치관이나 근대적 사회 참여 의식, 혹은 전원 문화의 전통 등 예술가 각자의 다양한 시선으로 파악한 현실을 그려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사회주의라는 인식의 틀에 따라 파악한 현실을 그려낸다고 자칭하기 때문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다. 이것은 이미 그리거나 쓰거나 말하는 사람의 인식을 거치고 난 버추얼이다. 이런 면에서 〈묘유동해도〉가 지겹게 말했듯이 리얼과 버추얼은 구분할 수 없다. 문제는 누구의 리얼이자 버추얼인가이다. 그 자신이 채택한 패러다임에 따라 파악한 리얼이자 버추얼일 때에 이것은 수수께끼 바깥의 인식이자 상상, ‘순수함과 창작성을 겸비한’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묘유동해도〉의 독점적 칼레이도 스크린과 마찬가지로 상상을 제한하는 복제품에 불과하다.
바 올드아담에 모인 이들 중 가짜가 아닌 이들도, 이들의 태도는 비봉클럽의 ‘탐구’라는 성격과 대조된다. 비봉클럽이 ‘메리가 거울로 경계 저편을 보여줌과 동시에 상대와 접촉해서 정말로 이세계를 봤는지 알아보는 작전’(Ibid.)을 세워서 이들의 진실성을 궁금해 하고 검증할 때, 이들은 단순히 경험담을 내보일 뿐 상대의 진실성에는 관심이 없다. 사실 자신들의 이야기의 진실성, 곧 ‘리얼’에조차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증거를 내보이는 일은 없으며, 사실 증거가 요구되는 일도 없다. 이 바 올드아담의 손님들에게, 오컬트는 논픽션이라고 자칭되는 소설일 뿐이다. 그 자칭이 사실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세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재미만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이 침체되고 완결된 세계에서의 비봉클럽의 역할은 이 대비를 통하여 강조된다.
이런 부정적인 면은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Dr.레이턴시를 사칭한 남자에게서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당신이 Dr.레이턴시시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수염을 기른 초로의 남성이 말없이 손을 든다. 부정으로도 긍정으로도 볼 수 있는 몸짓이었지만 이런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인간은 긍정이라고 생각되고 싶은 인간뿐이다.
(트랙 1 ‘바 올드아담’ 중에서)
이 남자는 메리가 자신이 겪은 모험담을 말하자, 이렇게 지적한다.
그 이유는 Dr.레이턴시라고 이름 댔던 남자의 한마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모두 연석박물지에 쓰여 있는 이야기구만. 여기선 자신의 체험을 말한다는 게 약속이다.」
(트랙 8 ‘마계 지방도시 에소테리아’ 중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놓치기 쉽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남자가 할 말은 아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상상은 고사하고 자신의 소설조차 아닌 남의 소설로 이 모임에 낀 카피캣이다. 여기에 이르면 ‘재미만 있으면 그만’도 넘어서, 이 모임에서 유세를 부리는 것이 목적으로 보일 정도다. 이것은 억측이 아니다. 트랙 8 ‘마계 지방도시 에소테리아’에서 메리의 체험담을 듣고 모두는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뿐이지만, 이 Dr.레이턴시의 사칭자만이 나서서 지적을 했다. 이 인물에게 있어서 신비와 상상은 도구로 전락한다.
이것이 〈구약주점〉이 ‘〈연석박물지〉의 뒷면’으로서 갖는 의미이다. 연석박물지는 일부 마니아에게 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이 미래 시대의 오컬트 마니아들 또한 미래 시대의 산물이었다. 이들은 발산의 방향은 달랐으나, 정보 신앙과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비봉클럽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두 가지 새로운 불가사의에 대한 정보와 숙취를 얻었을 따름이다.
「뭐긴 뭐야, 당연히 지금부터 가는 거야, 미와 산에!」
구형주의 숙취가 남아있던 메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트랙 10 ‘숙취의 동상이몽’ 중에서)
새로운 탐사로 향하는 다른 비봉 앨범들의 마무리에 비해 이질적인 〈구약주점〉의 허무한 결말은 이와 같은 배경을 갖는다.
3.〈구약주점〉에 대한 의문들
트랙 5 ‘오오미와 신화전’에서 현 차원에서 미와 산의 입산을 제한하는 것은 〈렌다이노 야행〉와 〈몽위과학세기〉에서 언급된 경계 탐사 금지와 연관된 것일까? 미와 산은 사실 현재도 입산하려면 현은 아니지만 신사로부터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참배 이외의 목적은 허락되지 않는다. 입산 중에도 몇몇 종교적인 규정을 지켜야 한다. 화자는 ‘먹이는 대체 무얼 먹고 있는 걸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특정한 이유로 특정 생물이 급격히 개체수를 불리는 것은 간혹 있는 일이다. 어쩌면 입산이 통제됐기 때문에 뱀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 다소 맥락 없이 이어지는 나라 현의 뛰어난 수명 통제는 과학적 관점은 물론 신비주의적 관점에서도 막무가내 음모론적인 면이 강하다. 사실 입산의 통제는 단순히 이런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란 가설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어쨌든 경계 탐사 금지 등의 건은 여전히 그 해석이 갈릴 수 있으며, 확언하긴 어렵다.
가설적인 상상으로, Dr.레이턴시를 사칭한 자가 등장한 것은 다른 자아와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빙의화 엑스트라와 비나이다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숨겨진 아이덴티티의 사칭이라는 것은 분명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분명히 드러난 두 개인 간의 갈등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다른 사람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맹수의 습격에 가깝다면, 사칭범과의 공존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한 것이다. Dr.레이턴시라는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위협받으며 이것이 자신임을 입증할 방법은 당장 직접적으로는 없다. 꿈의 세계의 자신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위협하며,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승리 외엔 없다.
더 나아가 〈구약주점〉의 이런 전반적인 범죄적 분위기가 천공장에서 마타라 오키나가 동자들에게 행한 범죄적 행태와 대칭적인 것이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지 않을까? 분위기의 면에서 바 올드아담과 그 손님들은 상당히 께름직하다. 애초부터 ‘고객의 질도 나쁘다’(트랙 3 ‘리버스 이데올로기’ 중에서)고 언급되며, 초반부터 사실상의 사칭범이 등장한다. 트랙 6 ‘판데모닉 플래닛’의 화자는 ‘기묘한 마을’에 대해 말하면서 ‘아무래도 주민들도 옛날부터 살던 사람들이 아니라, 폐촌을 발견해서 무법자들이 정착한 것 같았는데, 어쨌든 이상했다고.’라고 말한다. (경계 탐사를 한다면서 ‘그런 마을을 찾아 방문하는 게 일과’인 사람이 많다면 경계 탐사를 공식적으로 금지했대도 이해할 수 있다)
영문 부제 Dateless Bar "Old Adam"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담을 언급하는 이 서양적인 소재는 이전까지에 비해 매우 이질적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Dateless는 ‘불후의, 태고의’의 의미로서 immortal, endless의 뉘앙스가 강하다. 실제의 어원은 아니지만, R.I.P.는 dateless에서 date를 선악과로 지목되는 과일 중 하나인 대추야자로 보고 선악과 이전의 태곳적을 연상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Old Adam은 태곳적부터 늙어 와, 아주 오래되고 진부하다는 뉘앙스이다. 정관사 the를 붙여 the old Adam이라고 쓰면 인간의 원죄, 죄 많은 본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 올드아담의 손님들은 언뜻 Dateless한, 패러다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상태로 보이지만, 사실 이미 금기의 선악과, 사과주 ‘포비든 사이다’를 마신(트랙 4 ‘아웃사이더 칵테일’) 죄 많고 침체된, 진부한 패러다임의 사람들이다. 기독교적 모티프는 〈렌다이노 야행〉의 트랙 9 ‘마법소녀십자군’을 감안해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4.결론 및 제언
〈구약주점〉은 현재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최근의 ZUN's Music Collecton 앨범이다. 이 앨범은 여태까지 이어져 온 패러다임 비판과 리얼과 버추얼, 살아있는 상상의 문제를 신기한 체험을 했다는 이들이 모인 바 올드아담을 배경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틀 내에서의 해석에도 불구하고, 〈구약주점〉은 여전히 대단히 특이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천공장, 귀형수, 그리고 그 다음의 슈팅게임까지, 다음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동방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혹은 변화한 것이 있다면 어떤 변화인가를 진단하고자 한다면, 〈구약주점〉의 이러한 특수성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앨범들은 항상 동방의 다른 작품들과 발맞춰 왔다. 그것을 예시하기도 했으며, 그것을 따라가기도 했다. 이전에도 이후로도, 앨범은 그곳에 있을 것이고, 동방을 연구함에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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