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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허수아비 39. 이동팔의 피해자

운영자 2013.07.31 17:48:02
조회 462 추천 1 댓글 0

  나는 반칙왕인 이동팔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검찰 권력이 그를 돕고 있었다. 사법부과 내 호소에 귀를 막고 있었다. 이제 이동팔은 막강한 폭력이었다. 지능범들은 법원을 가지고 놀았다. 그걸 판사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속았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정의는 법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가을을 담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이었다.


  “변호사님 전화가 왔습니다.”


  여직원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렸다. 송수화기를 들었다.


  “진태오 변호사입니다.”


  내가 말했다.


  “저는 김학준이라는 사람입니다. 일부러 이동팔에 관계된 재판을 찾아서 방청하는 사람입니다. 여강구 편도 아니고 이동팔 편도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동팔에게 당해서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그런 입장입니다.”


  전화 저쪽에서 목소리는 진지했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를 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반갑습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을 들었으면 합니다. 만나시죠.”


  “그러면 진변호사님 사무실로 찾아가겠습니다.


  그가 선선히 말했다. 한 시간 후 그가 내 사무실을 방문했다. 작달막한 키에 눈이 양쪽으로 쳐진 선량해 보이는 사십대의 남자였다. 지친 얼굴이었다.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소파를 권하고 여직원에게 차를 타 오라고 했다. 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전 이동팔 쪽을 잘 압니다. 재판을 가서 봤는데요, 무고가 되어 있으시더라구요. 안타깝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먼저 자신을 말씀해 주시죠.”


  내가 그를 살피면서 말했다.


  “전 구십팔 년 경 스마텔이란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전화기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였고 전 대주주였죠, 회사가 어려웠는데 이동팔 쪽에서 하는 말이 자기네가 투자를 해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삼억원의 계약금을 제가 받고 주식 이십육만 주를 넘겼습니다.

  이동팔이 경영을 하기 시작했죠, 이천년 이월 일일 경부터 역삼동에 있는 호동빌딩에서 이동팔이가 팔층의 반을 쓰고 반은 그 부하들이 썼습니다. 저도 팔층에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었습니다.

  이동팔이 긴급체포를 당하기 전이었어요, 이동팔이는 미리 수사정보를 빼내서 상황을 알고는 서류들을 가짜로 짜맞추기 시작했어요, 자금일보도 완벽하게 조작했죠,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한 근거가 되는 그 서류들은 다 가짜입니다.

  당시 검찰청 직원들이 압수수색하러 왔는데 컴퓨터 모니터만 가지고 가고 중요한 사항이 들어있는 몸체는 가지고 가지 않았어요, 운이 좋은 건지 일부러 그렇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검찰에서 압수한 서류는 이중장부였고 진짜는 따로 있었어요.”


  그의 말은 사건의 윤곽과 대체적으로 맞는 것 같았다. 특수부에 의해 체포되고 장부가 압수되기 이전 이미 이동팔은 서울지검 차장을 통해 수사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건 차장검사의 직무상기밀누설이 특별검사에 의해 밝혀진 사항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당시 이동팔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본 증인이 되는 셈이다. 그가 계속했다.


  “검찰이 압수해간 이동팔의 가짜장부에는 저한테 사십억을 투자한 걸로 기록되어 있었죠, 열배도 넘게 부풀린 거죠, 모두 그런 식이었습니다. 이동팔이 검찰에 들어가기 전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걸 봤어요, 스리 빅을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스리빅이란 검찰총장, 청와대 사정비서관, 법무장관을 의미하는 거죠, 그러면서 전 법무장관 정태춘을 움직이자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당시 서울지검차장도 사실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 적이 있었고 또 서울지검장은 광주시절부터 이동팔 회장과 거래하던 사람이라고 했어요, 하루 만에 이동팔이가 나왔죠, 이동팔은 검찰에 들어갔더니 매수된 검찰서기가 다른 사람들이 진술한 내용들을 몰래 다 보여주더라고 하면서 그를 나쁘게 진술한 그룹 임원 박대출이를 당장 잘라버리라고 했다더라구요.

  그때 이동팔이가 서초동에 있는 사채 사무실에서 수 십 억원을 얻어다가 사무실 여직원을 시켜서 그걸 쇼핑백에 집어넣더라구요, 그걸 봉고차에 싣고 어딘가 배달들을 시켰어요, 무혐의를 받은 이면에는 그것들이 있는 걸 전 압니다. 그때 보면 이동팔이가 정말 기고만장 했어요 ”


  여직원이 녹차를 가지고 들어와 탁자위에 놓았다. 그가 입이 마르는지 녹차로 입술을 축이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나서 이년쯤 후인 이천년 팔월 경이었어요, 이동팔이가 갑자기 자금이 딸린다고 하더라구요, 당연히 이동팔이 제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차질이 빚어지구요, 이동팔이는 자기회사를 담보로 돈을 꾸곤 했어요, 그때는 이동팔 회사의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습니다. 이동팔이가 저한테 투자하겠다는 돈이 당연히 제게 올 리가 없었죠, 오히려 제가 매달 이천만원씩 운영비를 지원했습니다.

  그때 이동팔이가 내 이름으로 내 회사의 유상증자를 하더라구요 그 덕분에 제가 나중에 감옥까지 갔습니다. 이동팔은 부하들을 법정에서 위증을 시켜서 나를 유상증자를 한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 거죠, 이동팔의 교활한 걸 보면 끝이 없어요, 현직 증권회사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주가조작도 했으니까요, 이번에 법정에 가짜증인으로 내세운 부하 정활교를 시켜 버진 가구를 인수하고 어음을 무지하게 발행해서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겁니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부하들이 부도를 내자고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바로 부도가 나곤 했죠, 자기들이 어음을 발행하고 자기들이 피사취계를 은행에 수시로 내기도 하구요”


  이동팔의 비리가 줄줄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가 계속했다.


  “제가 이동팔에게 받을 투자금이 있었죠, 그런데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이동팔이는 차일피일 미루는 겁니다. 기업을 정상화시켜 준다면서 경영권은 벌써 사실상 뺏은 상태구요, 저도 가만히 있지 않았죠, 재촉하고 따지고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아홉시경이었어요, 이동팔의 심복 중 한명이 저보고 르네상스 호텔 뒤에 있는 커피숍에서 보자고 해서 갔습니다.

  갔더니 이동팔부하가 나를 벤츠에 강제로 태우고 대연각 호텔로 끌고 갔습니다. 호텔 방안에 깡패들이 있더군요, 그 사람들이 저를 둘러싸고 지분 포기각서를 쓰라고 협박했습니다. 안 쓰면 내일 파묻어 버리겠다는 거죠, 정말 겁이났습니다. 죽을 것 같더라구요, 저 역시 산전수전 겪고 기업을 그만큼 일군 사람입니다. 그냥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몰래 핸드폰으로 아내에게 납치당했다고 연락했어요, 집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관들이 와서 제가 살아났습니다. 깡패들도 파출소에 연행돼 갔습니다. 그런데 이동팔의 심복과 깡패들은 거기서 본서에 넘어가지도 않고 늠름하게 나가더라구요, 오히려 신고한 우리 집사람이 그 놈들한테 얻어맞았어요, 제가 다시 경찰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검찰총장의 동생이 경찰서에 와서 직접 힘을 썼습니다.

  수사과장이 상부 국장한테서 전화를 받고 벌벌 떨더라구요, 제가 고소를 하고 처벌해 달라고 버텼습니다. 그랬더니 서울지검의 담당이라는 이검사가 저를 불러 뭐 이런 정도 가지고 고소하느냐면서 취하하라고 오히려 닷새 동안을 매일 같이 불러 강요하더라구요, 그 위가 정씨성을 가진 부장 검사였는데 이미 이동팔이가 로비를 한 것 같더라구요, 정말 무슨 놈의 나라가 이런가 또 수사기관이 저렇게 썩었나 분통이 터졌습니다.

  나중에 특별검사에게 그 부장검사가 조사를 받는 걸 봤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사건은 그런 부패한 놈들의 광란이죠.”


  그의 긴 얘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법정에서 지금 하신 말들을 용기 있게 증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할 수 있습니다. 불러주십쇼, 그렇지만 전 판사들이 저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봤던 사법부도 역시 믿지 못합니다. 담당 재판장은 이동팔의 민사사건을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뇌물을 먹고 이미 오염됐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판사도 믿지 않습니다.”


  그의 얼굴은 원한으로 까맣게 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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