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광야 블레싱- 5. 유대광야

운영자 2013.08.01 18:53:10
조회 596 추천 0 댓글 0

  예수는 요단강 물에서 세례를 받은 후 성령에 이끌려 유대광야로 갔다. 그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마귀의 시험을 견디어 냈다. 나는 바로 그 장소를 가고 싶었다. 유대광야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사이의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이철수 목사가 내게 의견을 말했다.

 

  “요단강은 예전에는 폭이 넓고 물길이 바뀌는 강이었어요. 그리고 예수시대는 국경이 없었죠. 유대광야에서 예수가 사십일 기도를 하려면 그 장소가 우선 먹을 물이 있어야 하고 뜨거운 태양과 짐승을 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유대광야에서 그런 곳이 있습니다. 구약의 엘리야와 제자들이 있던 곳 그리고 신약의 세례요한이 기도했던 곳이죠.

  예수도 그 장소에서 기도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예수가 요단강 동쪽으로 와서 요한한테 세례를 받았죠. 당시 강폭이 제법 넓었던 요단강을 굳이 다시 건너가 물도 없는 반대편에서 기도할 이유가 없는 거죠. 물이 있고 근처에 동굴이 있는 곳에서 기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 장소는 요르단 국경지역이죠. 이스라엘 쪽 유대광야는 아닙니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우리는 요르단 쪽 국경지역인 유대광야로 향했다. 길가 군데군데 우산같이 가지를 아래로 내려뻗고 서 있는 싯딤나무 아래서 양떼가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있었다. 풀 덩굴 같은 로뎀 나무도 보였다. 이스라엘과 무슬림의 요르단에서 예수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요르단 국경초소에서 유대광야로 들어가려면 절차가 까다로웠다.

  신고를 하고 안내원이 붙은 채 미니버스로 15분정도 정해진 코스를 돌아 나오게 되어 있었다. 정보국의 특별허가를 얻어 광야로 들어갔다. 한낮의 태양은 바늘 끝 같았다. 돌무더기 사이의 바짝 메마른 흙에 발이 빠졌다.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풀풀 일어났다. 지금은 광야가 되어버린 오래전 요단강의 강바닥을 걸었다. 예수가 세례를 받은 장소를 찾았다. 아직도 물이 약간 고인 채 적막 속에 놓여 있었다.
 
  예수가 거기서 나왔을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왔다고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다. 나는 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었다. 예언자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간 곳도 그 근처였다.

  한낮의 유대광야는 모든 걸 말려 죽일 정도로 뜨거웠다. 높고 낮은 구릉의 비탈에는 짐승의 똥들이 바짝 말라 뒹굴고 있었다. 석회암 절벽이 보였다. 짐승의 침입을 막으려고 했는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절벽 중간쯤에 동굴들이 보였다. 이철수 목사가 그 동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예수도 저 동굴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 뜨거운 태양과 짐승을 어떻게 피했겠어요? 이 동굴들에서 세례요한과 그 제자들이 기도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구요”

 

  사다리를 타고 동굴로 올라갔다. 오래된 석회석 동굴이 그 신비를 드러냈다. 동굴은 개미집 같이 여기저기 위아래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한 구멍 안은 간신히 한사람이 들어 앉아 기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2천 년 전의 구도자들이 기도한 장소였다. 국경지역이라 보존상태가 좋았다. 나는 동굴 안에 들어가 기도 하기로 하고 이 목사는 광야를 걸으면서 성령을 만나기로 했다.

  나는 컴컴한 굴 속에 들어가 앉았다. 수 천 년의 침묵을 안고 있는 적막과 어두움이 나를 감쌌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몸은 전원이 끊어진 것처럼 모든 기능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완벽한 무(無)가 나를 뒤덮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자리를 동굴입구 쪽으로 옮겼다. 동굴입구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유대광야의 모습이 보였다. 짙은 회색의 종이를 접은 것 같은 땅이 보였다.

  해가 서서히 기울어 가고 있었다. 그냥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별이 총총이 떠오를 무렵까지만 있으면 누군가와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 허가받은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동굴에서 나왔다. 한참을 기다리니까 이목사가 저만치서 나타났다.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저와 함께 광야를 걸읍시다. 아직 신비한 영기가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유대광야를 걷기 시작했다. 말라죽은 식물이 여기저기 보였다. 한참을 걸었다. 앞에 가던 이목사가 소리쳤다.

 

  “예수님은 세상의 권세와 재물을 주겠다는 마귀의 유혹을 이 광야에서 물리치셨습니다. 세상적인 욕망을 모두 이 유대광야에 묻어버리고 갈 수 있겠습니까? 성령이 내게 그렇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성령이 그를 통해 내게 물었다. 광야에 온 목적인 것 같았다. 우리 두 사람은 소리소리 지르며 광야를 걸었다. 해가 질 무렵 초소로 나왔다. 보안담당자가 험악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도대체 몇 시간 입니까? 그 오랫동안 뭘 했습니까?”

 

  그는 의심스런 눈길로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낮잠을 자다보니 늦었어요. 미안해요.”

 

  이목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변명했다.

 

  “특별허가를 줬으면 그만한 신뢰에 응해야 할 거 아니요. 도대체 이게 뭐요. 국경인 광야 안에서 없어져도 되는 거요?”

 

  “정말 미안해요. 미안.”

 

  이목사가 계속 사과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동굴에서 밤을 새웠다면 헬기가 뜨고 군인들의 수색작전이 전개됐을 거라고 했다. 나는 영혼 속에 깊게 박힌 쓴 뿌리를 광야에 묻어두고 나왔다. 그게 ‘광야블레싱’이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777 세상을 농락하는 종교괴물 운영자 14.06.16 985 0
776 체념의 십자가 운영자 14.06.16 1015 0
775 맨발의 성자 운영자 14.06.12 949 0
774 예배당 걸레질 운영자 14.06.12 819 2
773 김흥호 목사(1) 운영자 14.06.06 1486 1
772 일용할 양식의 일당 12만원 운영자 14.06.06 913 1
771 평생 행복한 예수쟁이 의사의 고백 [1] 운영자 14.05.23 1035 8
770 134센티 못난이가 공주로 변한 예배당 운영자 14.05.15 805 1
769 소경 바디매오가 바로 나다 운영자 14.05.12 663 1
768 가시나무 십자가 운영자 14.05.05 514 0
767 하얀 종이위에 검은 글자로 만든 교회 운영자 14.05.05 740 1
766 초임판사와 고위직 판사의 다른 보람 [1] 운영자 14.04.28 2272 7
765 진실을 외면한 법비(法匪) [1] 운영자 14.04.24 843 2
764 법정소설 나부랭이나 쓰는 놈 [2] 운영자 14.04.22 1195 7
763 독 아닌 약 되려면 권력 견제하고, 사생활 보호해야 -국정원 휴대전화 감청 [1] 운영자 14.04.16 504 2
762 광야에서 독충에 물렸다 운영자 14.04.14 716 0
761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9) [4] 운영자 14.02.03 1465 3
760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8) 운영자 14.02.03 928 0
759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7) 운영자 14.01.29 858 1
758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6) 운영자 14.01.29 791 1
757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5) 운영자 14.01.27 881 1
756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4) 운영자 14.01.27 858 1
755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3) 운영자 14.01.24 814 1
754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2) 운영자 14.01.24 716 0
753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1) 운영자 14.01.21 773 0
752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0) 운영자 14.01.21 685 1
751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9) 운영자 14.01.21 946 0
750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8) [1] 운영자 14.01.15 1214 1
749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7) 운영자 14.01.15 777 0
748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6) 운영자 14.01.15 755 0
747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5) 운영자 14.01.06 842 0
746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4) [1] 운영자 14.01.06 1009 3
745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3) 운영자 14.01.06 1086 0
744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2) 운영자 14.01.06 1042 0
743 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 운영자 14.01.06 1138 0
742 바둑과 시 [2] 운영자 14.01.02 484 0
741 인권변호사 [1] 운영자 13.12.31 558 0
737 변호사 소설가의 수난 [4] 운영자 13.09.18 1174 3
광야 블레싱- 5. 유대광야 운영자 13.08.01 596 0
735 광야 블레싱- 4. 느보산의 밤 운영자 13.08.01 393 0
734 광야 블레싱- 3. 도피성 운영자 13.08.01 436 0
733 광야 블레싱- 2. 미디언 광야 운영자 13.08.01 525 0
732 광야 블레싱- 1. 시리아 난민촌 운영자 13.08.01 1290 0
731 경(經)을 읽는 노년의 삶 운영자 13.08.01 814 1
730 고교동기 K의 불행 [1] 운영자 13.08.01 1732 3
729 검은 허수아비 50. 괘씸죄 [3] 운영자 13.08.01 792 1
728 검은 허수아비 49. 증인 조을제 운영자 13.08.01 544 1
727 검은 허수아비 48. 문학적 성취 욕구 운영자 13.08.01 476 1
726 검은 허수아비 47. 바뀐 재판장 운영자 13.07.31 516 1
725 검은 허수아비 46. 남은 멍에 운영자 13.07.31 430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