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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블레싱- 2. 미디언 광야

운영자 2013.08.01 18:46:55
조회 525 추천 0 댓글 0

  붉은 모래바다 사이에 거대한 바위산들이 군데군데 섬처럼 들어차 있었다. 홍해 쪽으로 험한 바위산능선들이 물결치고 있었다. 미디언 광야였다. 석양 속에 낙타를 타고 가는 베두인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나도 낙타를 타고 광야에 들어섰다. 낯선 이방인을 태운 낙타는 제멋대로였다.

  가다가 바닥의 작은 풀이라도 보이면 그걸 뜯고 나뭇가지를 만나면 잎을 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뛸 때면 털썩거리는 낙타 등에 엉덩이가 부딪쳐 뭉개지는 것 같았다. 광야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절벽 아래 베두인의 텐트가 있었다. 거기서 며칠 묵었다. 

  해가 뜰 무렵이면 짙은 산 그림자를 따라가며 시편을 읽었다. 광야 한가운데 주저 않아서 묵상에 잠겼다. 지나가던 베두인이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데려다 주겠다고 손짓을 하기도 했다. 한낮의 태양이 지글거릴 때면 협곡 그늘에 들어가 이목사와 성경을 펴놓고 논쟁을 했다.

  붉은 모래바다 건너편으로 서서히 해가 질 무렵의 광야는 아름다웠다. 석양에 비낀 바위절벽이 붉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광야에 어둠이 내리면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 위로 올라가 별빛아래서 이목사와 얘기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광야에 나가게 됐죠?”

 

  그는 성경과 침통을 들고 20여년 세계 곳곳을 흘렀다.

 

  “무당도 강신무가 있고 학습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목사도 성령이 내린 사람이 있고 신학을 공부해서 된 사람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갑자기 성령이 내려 목사가 됐죠. 나도 모르게 뭔가에 씌워서 이렇게 광야를 떠돌아다니게 됐습니다.”

 

  “성령이 어떻게 다가왔나요?”

 

  기독교에서의 신비주의적 요소가 성령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폭풍처럼 강하게 또 다른 사람에게는 미풍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사람마다 체험이 다 다르다.

 

  “불같이 내게 온 성령은 내게 할 일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존재였어요. 처음에는 성령이 공산권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더라구요. 80년대 말 모스크바로 갔죠. 모스크바 역 앞에 노숙자들이 즐비했어요. 그 자리에서 먹고 싸고 짐승 같았죠. 경찰들이 몽둥이로 잔인하게 팼어요. 사람으로 보지 않았어요.

  제가 아침이면 빵통을 어깨에 메고 모스크바역 광장에 나가 빵을 나눠줬어요. 그게 러시아 사람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했나 봐요. 제 빵통에 가래침을 뱉고 가는 시민들도 있었어요. 제게 성령의 능력은 대단한 것 같아요. 보통사람이면 그 노숙자들한테서 나는 냄새를 견디지 못합니다. 그런데 나는 노숙자들의 동상에 걸린 시커멓게 불어터진 발을 가슴에 안고 주님께 기도했죠.

  성령이 내 코를 닫아주셔서 아무 냄새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 행동은 성령이 시키지 않으면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못할 겁니다. 고등어 한 마리를 받기 위해 4시간 줄을 서기도 했었는데 바로 내 앞에서 배급이 중단된 적도 있죠.

  모스크바대학에 유학 와 있는 북한출신 엘리트 대학생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가 예수를 믿고 정치적 망명을 해서 지금 한국에서 전도사 노릇을 합니다. 탈북자가 거의 없던 그 당시만 해도 국내외적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큰 사건이었죠. 옐친대통령이 직접 망명을 허락하는 사인을 해줬죠.”

 

  그는 이미 유서를 써 놓았다고 했다. 그가 계속했다.

 

  “성령이 그 다음에는 팔레스타인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하더라구요. 그곳으로 갔죠. 데모가 심해져 폭동으로 번지니까 어느 날 이스라엘 군 탱크가 150대 거리로 들어와 점령하더라구요. 그들이 먼저 외국인을 모두 나가라고 하더라구요. 외신을 타고 그들의 만행이 알려질까 봐 그런 거죠. 저는 그대로 있었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무조건 사살했습니다.

  아파치 헬기가 뜨고 팔레스타인 하마쓰 당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빌딩은 미사일을 쏴서 건물 전체를 폭삭 내려앉게 했습니다. 창문을 깨고 총알이 날아와 벽에 박힐 때 나는 여기서 이제 순교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천 년 전 그들의 왕국이 있었다는 걸 근거로 다시 땅을 빼앗아 원주민인 팔레스타인들을 핍박하는 게 옳은 일인가 되묻고 싶더라구요.

  예수의 고향인 나자렛에 가서도 복음을 전했어요. 왜 ‘나자렛예수’라고 불렀는지 그 동네 살아보니까 비로소 알겠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질 나쁜 사람들만 사는 동네가 나자렛 같았어요. 이스라엘 사람들도 나자렛놈하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죠. 성경을 보면 나자렛에서 무슨 메시아가 태어나겠는가? 라는 말이 있죠. 거기 살면서 비로소 그 의미를 알았습니다.”

 

  보랏빛 감도는 남빛하늘 가득히 별들이 무리지어 떠올랐다. 오랜만에 보는 투명한 보석 같은 별들이다. 북두칠성이 보였다. 거대한 암벽의 테두리가 밝아지더니 달이 그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달빛이 생생히 쏟아지면서 붉은 모래사막이 은색의 달빛바다로 변하고 있었다. 이목사가 달빛에 젖은 광야에 시선을 보내면서 말을 계속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 미디안 광야에서 오랫동안 묵었다고 생각합니다. 모세는 마흔살 때 미디안 광야로 도망을 와서 40년을 양치기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대상로가 어디에 있는지 또 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가 이스라엘 민족을 데리고 오래 묵은 곳은 이 미디안 광야가 틀림없어요, 일부 학자들은 이스라엘 민족이 시나이 반도 남쪽까지 갔다고 말하죠.

  저는 그 견해에 반대합니다. 그곳에는 물이 없어요. 광야에서는 샘이 없으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존재하기 힘들어요. 이스라엘 군이 시나이 반도를 점령했을 때 몇 년 동안 학자들을 동원해 철저히 시나이 반도 남쪽에서 출애굽의 흔적을 조사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나서 시나이 반도를 아무 말 없이 되돌려 줬죠.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는 소리죠.

  이 미디안 광야가 이스라엘 민족이 오래 동안 묵었던 장소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도 시나이 반도의 남쪽이 아니라 미디안 광야와 홍해 사이에 있는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 고고학자들이 그런 의견을 논문으로 많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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