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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블레싱- 4. 느보산의 밤

운영자 2013.08.01 18:50:52
조회 393 추천 0 댓글 0

  가나안이 보이는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다. 크고 작은 돌무더기와 바짝 메마른 흙무더기로 덮인 느보산 능선으로 지글지글 끓던 태양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메마른 흙먼지가 벧브올 골짜기부터 안개같이 피어올라 태양의 진홍빛을 반투명의 부드러운 색조로 만들었다. 내가 탄 지프의 타이어 아래서 빠지직 거리며 작은 돌들이 튀어나갔다. 이윽고 우리는 느보산 정상부근의 기도장소에 도착했다.

 

  “저 봉우리에서 모세가 기도했어요. 바로 그 아래인 여기서 제가 30일 금식을 하고 하나님의 명령을 들었습니다. 여기서 오늘 밤 기도합시다.”

 

  드디어 구약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마지막 숙영지까지 온 것이다. 모세가 어딘가 묻혀있는 골짜기부터 어둠이 밀려올라오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저는 저쪽에서 기도하겠습니다. 엄 변호사는 조용한 자리를 잡아 기도하시죠. 밤이면 더러 여우도 있습니다.”

 

  태양은 서쪽 능선 뒤로 모습을 감추고 그 위에 선명하고 아름다운 노을이 남아있었다. 은빛 달이 하늘 가운데 걸려 있었다.

 

  별들이 떠오르고 달빛을 받은 사해가 거울같이 번쩍였다. 여리고의 불빛들이 꿈의 별밭 이었다. 느보산의 밤 속에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새까만 물 같은 존재가 소리도 없이 와서 내 의식을 흠뻑 적시는 것 같았다. 기도가 끝나고 별빛 아래서 나는 이목사와 마주앉아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왔다는 성령의 존재가 궁금했다.

 

  “정말 박수무당에게 신이 들리듯 이목사도 성령이 들어 평생 이렇게 광야를 돌아다닌 겁니까? 정말 성령이 하는 말을 수시로 듣습니까?”

 

  성령이 들어 광야를 떠돈다는 이목사의 말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이거 보세요.”

 

  그가 ‘순종일지’라고 쓴 수첩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깨알 같은 글씨들이 적혀있었다. 부딪친 상황마다 성령의 지시가 적혀있었고 순종 불순종여부와 그 결과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정신세계를 알리는 물증이었다. 그가 계속했다.

 

  “어떤 때는 낯선 아랍인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해가질 때가 되면 가족생각도 나고 내가 왜 이러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해요. 그렇지만 성령이 시키는 일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성경 속의 사도바울도 그랬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예수의 영을 직접 만난 후 세상을 떠돌며 자기의 체험을 증언했다.

 

  바울은 수시로 예수의 영을 만나 얘기를 듣고 그걸 실천했었다. 이목사도 비슷한 것 같았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기존의 신학이론 보다 광야에서 기도하며 성경의 비밀을 직접 깨달으려고 했어요. 나름대로 깨닫고 난 후에 신학서적을 보며 확인해 보기도 했어요. 제 생각은 목사는 말씀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적인 지식으로 적당히 조립을 한 설교와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건 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전달하려면 한국의 목사들이 광야로 나와 참회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는 현실 교회의 위선을 직시하며 믿음의 본질로 갈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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