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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17)

운영자 2014.01.29 16:09:41
조회 858 추천 1 댓글 0


  중환자실은혼수상태의 환자들로 꽉 차 있었다. 침대 옆에 놓여진 모니터들에게서는 경각을 다투는 듯 날카로운 톱니모양의그래프들이 바쁘게 뛰었다. 생명의 마지막 모습들이 맥박으로 호흡으로 안타깝게 그려지는 중이었다. 연락을 받은 나는 고일심이 있는 구석 쪽으로 다가갔다.


  고일심은만신창이가 된 채 누워 있었다. 입속으로는 복잡한 여러 개의 튜브가 꽂혀 있고, 배꼽 위로 길게 갈라진 배 위에는 성진 거즈가 덮여 있었다. 터진창자를 두 번째 수술했다는 것이다.


  “호흡기를관장하는 두개골이 파열됐대요.


  옆으로다가온 형이 말했다.


  “머리는어떻게 터졌지요?


  내가물었다.


  “배를갈라 만신창이가 된 일심이를 호텔 종업원이 처음 발견했어요. 그래서 바로 앰뷸런스로 이 병원에 실려왔습니다. 일찍 발견해서 생명이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와서 또 한번 사고가 발생했어요.


  일시의형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고일심은 병원 응급실에 실려오자마자 배 봉합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생명을 잃을 만큼 중상은 아니었다. 연락을 받고 형과 어머니가병원으로 달려왔다. 평소 건강했던 그는 하루 만에 완전히 의식을 회복했다. 눈을 뜨니 옆에서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차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의식을 회복하고 몇 시간이 흘렀다.


  “어머니, 나 산책 좀 하고 싶어요.


  그가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움직이며 말했다.


  “배수술한 지 얼마 안돼 움직이면 안된다고 그랬는데...


  어머니가말렸다.


  “아니에요. 움직여야 살 것 같아요.


  그가안간힘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입원실을 나왔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이었다.


  “어머니, 잠깐 저 아래 층계참에서 기다리세요.


  그가화장실을 갈 것같이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말대로 층계를 내려갔다.3분쯤 흘렀을까, 병원 1층 바닥에서 쿵 하고둔탁한 소리가 났다. 동시에 날카로운 여자들의 비명이 들렸다. 병원 1층의 콘크리트 바닥에는 고일심이 널부러져 있었다. 두개골이 터져뒤쪽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 갈라진 뱃속의 창자가 터지고 호흡기를 관장하는 뇌가 상했다. 의료진의 두 번에 걸친 대수술이 단행됐다. 상태가 좋지 않아 이제한 시간 후면 세 번째 수술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저런상태인데도 조금 전에 손짓으로 필기도구를 가져다 달라는 거예요.


  일심의형이 혀를 차면서 내뱉듯 말했다. 그가 계속했다.


  “필기도구를가져다 손에다 쥐어주고 조이를 댔어요. 그랬더니 소송이 어떻게 선고 됐느냐고 물어요.


  나는그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눈꺼풀이 닫혀지지 않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눈에 바셀린을 잔뜩 발라놓았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사는 물고기의 눈 같았다. 이미그는 식물인간, 아니 차라리 하나의 고깃덩어리에 가까웠다. 죽을것 같았다. 나는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따뜻한체온이 전해졌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주님, 이 한 많은 영혼을 구제해 주십시오. 그의 영혼이 맑게 씻겨 다시태어나게 하시든가, 아니면 주님의 품안으로 평안히 가게 해주십시오.


  그는그림자 같은 헛것에 너무 집착하며 살았다. 재벌이고 싶었고 수재이고 싶었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고 생각했다. 소송 도중 잠시 다니던 컴퓨터학원에서도 일등했다고 그는 내게 자랑을 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지 않던 내가 어떻게 변호사가되었느냐며 혼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은 승부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가득했다. 겉껍데기 승리에 자신의 육체와 생명까지 걸었다. 그는 사랑이 뭔지삶이 뭔지 모르는 아이였다.


  근육질인그의 건강한 다리가 보였다. 수북한 털들이 아직 육신의 건강함을 완고하게 드러냈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눈동자는 초점없이 허공을 응시하고있었다.


  “야, 이 친구야, 모든 게 바라던 대로 잘됐는데...


  내가조용히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천장을 응시한 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고일심이 친구는 이제 모든 걸 깨달았을 거야. 그리고 정말 살고 싶을 거야.설령 거지가 된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축복이라는 걸 알았을지도 몰라.


  그걸생각이 문든 떠올랐다.


  “이제는정말 살고 싶지? 후회되지?


  나는그에게 물었다. 입안 가득 튜브를 물고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듣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말이 맞으면 눈꺼풀을 두 번 꿈쩍해 봐.


  내가그에게 말했다. 잠시 후 그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더니 힘겹게 눈을 한 번 꿈쩍했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는 혼수상태가 아니었다. 의식만은 물처럼 맑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것을 몸을 불태워서야 알았다.


  세번째 수술시간이 왔다. 그가 이동침대로 옮겨졌다.


  그가탄 침대는 마지막 인사를 하듯 중앙수술실로 빨려들어갔다. 그의 형이 수술실 옆 한쪽 의자에 초췌한 모습으로앉아 있었다. 지친 얼굴이었다. 한 시간 후 그와 나는 고일심의수술 중 사망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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